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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이념을 이길까?

문화가 이념을 이길까?/2007.11.21

주중북한대사관.jpg

<주중북한대사관 출입구. 철문이 굳게 닫혀있고, 그 앞에 또 도르레가 달린 철책을 설치해 놓았다. 철책 뒤에 보이는 사각형 받침대 위에경비원이 올라서서 보초를 선다.2000년대초까지만 해도 경비가 이렇게 삼엄하지 않았는데, 탈북자들이 증가하면서경비를 강화한 것으로보인다.>

북경에 주재하던 2000년쯤의 일이다.

북경 조양구북한대사관 근처에는 북한인들을 상대로 하는 잡화상점이 많았다. 상점 주인들은 주로 조선족들이었다.

그 중 한주인을 알게됐다. 북한대사관 동정을 파악하기 위해 취재원으로 알아둔 것이다.

옷가지와 가방 등을 판매하는 그 상점에는 북한에서 나온 외교관 사업가 운동선수 들이자주 들러, 물건을 고르곤 했다.

어느날 오후 그 상점 주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북한 여자들이 들어왔다.

신문 방송에서 자주 보던 북한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이었다.(어떤 운동종목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는한국말을 하면 ‘남쪽’에서 온 사람인 줄 알까봐 중국어로 주인과 대화하고 있었다.

그 상점 주인은 라디오카세트로 중국노래를 틀어놓고 있었는데, 한 북한 여자선수가 주인에게 "남한 노래 테이프 있느냐"고 물었다. 정확히 ‘테이프’라고 말한 것 같지는 않은데,뭐라고 했는지는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몇주 전상점 주인은 나에게"북한 사람들이 남한 노래를좋아한다"며 "한국노래 테이프 있으면 빌려달라"고 해서,나는 집안에 굴러다니는 테이프 2개를 빌려준 적이 었었다.

주인은 "이것 한번 들어보겠느냐"며그 테이프를 라디오에 넣고 틀어주었다.

누구 노래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당시 유행하던 노래는 아니었고 칠공(70)~팔공(80) 학번세대가 좋아하는 좀 느린 곡이었던 것 같다.

북한 여자 선수는 자기가 기대하던 노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친구들과 뭐라고상의한 후 "얼마면 됨까?"하고 주인에게 물었다.

상점 주인이나를 쳐다보기에 나는 ‘그냥 주라’는 뜻으로 손짓했다.

주인이"그냥 가져가라"고 말하자 북한 선수는 의외라는듯 "그래도 됨까?"라고 말했다.

"선물로 주는 것"이라고 주인이 말하자 북한 여자 선수들은 자기들끼리 재잘거리며 상점을 나섰다.

나는 혹시라도 그 테이프 때문에그선수가돌아가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날마다그 집에서내가 준카세트의 노래가흘러나올것을 상상하며 속으로 흐뭇해 했다.

그 선수는 지금까지도 그 테이프가 한국 신문 기자가 준 것이란 사실을 모를 것이다.

지난 7년 동안 그 노래가운동선수와그 가족,친구들에게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궁금하다.

남한의 ‘따뜻하고 낭만적인 문화’가 이념으로굳은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녹일수 있을까 하는생각도 해보았다.

파이낸셜타임스가 21일그동안 굳게 닫혀있던 북한 사회에 ’한류(韓流)’가 침투해북한 정권에 비상이 걸렸다고보도했다.

그러고 보면 그 노래 테이프도 작은 물방울 구실을 했을지 모를 일이다.

다음은 연합뉴스 기사 내용./지해범

아리랑공연집단체조.jpg

<2007년10월3일 평양에서 열린 아리랑 공연 집단체조. 어린이들이 앉아서 오줌을 싸야할만큼 꼼짝못하고 훈련을 받는다. 집단체조는 김일성-김정일 신격화 내용이다.>

신문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서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DVD를 밀수해 주민들끼리 돌려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동안 김정일 정권은 체제 유지를 위해 외부정보 유입을 철저히 차단해왔지만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단속을 교묘히 피해 바깥 세상 소식을 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휴전선 지대에 근무했던 병사들을 통해 한국 가요도 북한에서 널리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그 결과 한국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
북한을 자주 방문한다는 한 조선족 여성은 “과거에는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해 적대감을 보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그들은 부유한 남한이 자신들을 도와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경계 태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남한의 풍요로운 생활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북한에서의 삶의 질이 남한보다 낫다’던 당국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셈이라 북한 체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전문가인 중국 옌볜대 가오징주 교수는 “북한은 정치적 변화에 대한 준비가 덜 돼있다”면서 북한 당국이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이후 노동당 회의를 열고 남한의 문화적.사회적 영향력을 차단할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연합

2 Comments

  1. 바다건너서

    2007년 11월 22일 at 1:01 오전

    문화의힘……지기자님 오랜만에 좋은글읽엇습니다
    미국에사는 동포2세는 거의 한국말을 못해요 부모들이 한국말못하는것을 심각하게 생각치않거든요…….그런데 니국으로 유학오는 남미출신 한국인2세는 거의 완벽하게 한국말 구사합니다 아니 똑같이 구사해요…….. 그리고 미국에사는 챠이니스2세들도 중국어못하고요……이유는 자기가사는 곳이 문화적으로 뒤떨어진다라고 생각하면 자기문화를 간직하려는 습성이 있는것같은데요…….박사학위논문감으로 괜찬치 아니할까 생각하는데    

  2. 지해범

    2007년 11월 23일 at 11:15 오전

    최근의 동향을 보면 북한도 변화의 거대한 물결에 어쩔수 없이 떠밀려가는 것 같습니다. 남으로부터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북으로는 탈북자와 중국의 생필품, 중국인들의 풍요로운 삶 등이 북한사회를 서서히 변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섞여들어가는 한국문화가 북한 젊은이들의 마음을 녹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기가 사는 곳이 문화적으로 뒤떨어진 곳일 경우 자기 문화를 간직하려는 습성이 있다’는 가설은 상당히 재미있는 가설 같습니다. 다만 홍콩이나 싱가포르, 유럽 캐나다 등지로 간 중국인들의 경우 현지 여건이 본국보다 훨씬 좋은데도 여전히 자기언어와 문화를 지키려고 하는 모습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캐나다 벤쿠버에는 중국어 방송사가 여러개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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