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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웃음거리로 만든 ‘오디’의 추억

나를웃음거리로 만든 ‘오디’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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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오디/출처=네이버 유기농지킴이 블로그에서>

내 고향은 경상북도상주다.

속리산자락 아랫쪽에 자리잡은 상주는 산업화의 대열에서 뒷쳐져,큰 공장은 별로 없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연환경이 가장 잘 보존된 청정지역으로 꼽힌다.(참고로 속리산 문장대는 행정구역상 상주 소속인데, 보은으로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다)

상주는 신라시대 경주와 상주의 앞글자를 따 경상도라고 했을 만큼 역사가 깊은 고장이다.

시라시대부터 상주부가 설치돼 있었고, 후삼국시대 아자개와 그의 아들 견훤이 활동했던 곳이다.

상주의 사벌지역은사벌국이 있던 곳으로, 이곳에서 생산된 쌀이 신라 왕들의 밥상에올랐다.

지금도 상주쌀은 밥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경북 내륙치고는 들이 넓어, 상주의 쌀 생산량은 강원도 전체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들었다.

상주가 자랑하는 3대 명품으로 쌀 외에 곶감과 누에고치가 있었다.

이 셋을 합해 ‘삼백(三白)이라고 부른다. 쌀과 누에고치가 흰 것은 알겠는데, 곶감을 희다고 한 것은 곶감에 분이 나면 하얗게 변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상주는 곶감생산 전국1위의 고장이다.

쌀과 곶감 외에 상주의 자랑거리는 누에고치였다.

상주는 일제시대부터 잠업이 크게 장려되던 지역이다. 잠업이란 누에를 쳐서 누에고치에서 비단을뽑아내는 산업을 말한다. 상주시내에는 당시로는 가장 높은 굴뚝이 솟아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잠사공장이었다.

1960~70년대 상주에는 누에를 치는 농가가 많았다. 벼농사를 짓는 틈틈이 누에를 길러 누에고치를 판매하면 쌀농사 수입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누에는 뽕잎을 먹고 자란다.

그러니집 주변에 뽕나무밭이 많을 수밖에 없다. 뽕나무는 특이해서 벌레가 거의 달려들지 않는다.

뽕나무에서는 6월쯤 되면하얀 열매가 생겨나 빨갛게 변했다가 다 익으면 새까맣게 된다.

이를 ‘오디’라고 한다.

간식거리라곤 누룽지밖에 없던 농촌에서오디는 자연이 주는 ‘간식’이었다.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니던 우리들은 틈만 나면 뽕밭으로달려가 오디를 따먹곤 했다.

당시에 오디를 따서 파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오디를 따먹는 것에 대해서는 밭주인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나뭇가지만 다치치 말거라"하는게 고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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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농민의 뽕나무밭/사진=네이버 블로그 오디나라에서>

당시 국민학교는 학생들이 넘쳐, 오전-오후반으로 나뉘어 등교하고 있었다.

농촌에 그많큼 인구가 많이 늘어나던 시절이었다. 나는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이다.

초등 2학년 때인가,하루는 오후반으로 생각하고, 친구들과 뽕밭으로 달려갔다.

밥을 배불리 먹기 어려웠던 시절이었으니, 오디로 배를 채우려한 것이다.

친구들과 오디를 실컷 따먹고 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그 시간이면 아이들이 등교해야할 시간인데, 학교는 쥐죽은듯이 조용한 것이었다.

아뿔사, 오전반인 것을 오후반으로 착각하고 만 것이다.

우리 일행은 교실 뒷문을 살짝 열고 선생님 몰래 자리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나무로 된 교실문은 심술궂게도 ‘삐그덕~’소리를 내며 모두에게 우리가 왔음을 알려주었다.

칠판에 무언가를 쓰시던 선생님이 뒤를 돌아보시며 지각한 우리들을 나무라려고 하던 찰라, 아이들이 깔깔 웃어대기 시작했다.선생님도곧 따라웃으셨다.

크게 혼날 것으로 예상했던 우리들은 어리둥절하며 영문을 몰라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우리 입을가리키고 있었다.

그제서야 우리들은 ‘오디’를 따 먹고 입을 씻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각한 서너명이 교실 뒷문으로 들어서는데 하나같이 입술이 푸르딩딩 시커멓게 변해있으니, 재미난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그렇게해서 우리들도 덩달아 낄낄거리며벌도 받지않고 남은 수업을 받으며 유쾌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 시절 쌀이 부족하여 늘 배고팠던 우리들은 도시락에 오디를 가득 따서 학교에 가져가기도 했다.

농약도 치지않은 그때의 오디는 지금으로 치면 무공해 순수 자연식품이다.

그 자연식품을 먹고 우리들은 튼튼하게 자랐는지도 모른다.

최근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에 따르면,오디 속에 강력한 항암물질이 다량 함유돼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오디에는식물이 각종 외부 자극에 대응하여자신을 지키기 위해 생성하는 항독성 물질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 100g당 78㎎이나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레스베라트롤은 포도와 땅콩, 소나무 등에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포도의 경우 100g당 0.5㎎, 땅콩은 0.1㎎ 정도를 지녀 함량에 있어 오디와 비교하기조차 하기 어렵다고 한다.뽕나무 잎과 오디에 벌레들이 달려들지 못하고 깨끗이 자신을 지킨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오디에는 또 노화억제 항산화 색소인 ’C3G(cyanidin-3-glucoside)’는 물론 고혈압 억제 물질인 ’루틴(RUTIN)’ 등도 다량 함유돼 있음이이미 밝혀졌다고 한다.

농진청 관계자는 “오디는 동의보감에도 ’까만 오디는 뽕나무의 정령이 모여 있는 것이며 당뇨병에 좋고 오장에 이로우며 오래 먹으면 배고픔을 잊게 해준다’는 내용과 함께 귀와 눈을 밝게 해주고 백발을 검게 만든다는 구절이 포함돼 있어 예로부터 노화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됐다”며 “오디가 함유하고 있는 다양한 건강 기능성 물질을 활용한 제품 개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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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만들어진 오디와인.후삼국시대 상주에서 태어난 아자개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 재미있다.>

농진청 발표를 보니,내가 지금건강하게 살아가는 것도어릴때 실컷 따먹은 ‘오디’ 덕분이었다는생각이 들어,오디에 감사하고 싶은마음이다.

지금 내 고향에는 뽕나무밭이 거의 사라졌다. 양잠업이쇠퇴하였기 때문이다.

양잠업을 되살리긴 쉽지않다고 해도,웰빙시대에뽕잎과 오디를 활용한 식품산업을 되살릴 수는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오디를 활용한 와인과 건강식품도 나오고 있다.

드넓은 뽕나무밭에 까만 오디가주렁주렁 달리고, 그 나무에 공부의 압력에서 해방된 꼬마들이 올라가 입술이 시퍼렇도록 오디를 따먹는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아이들이 그렇게 노는 사이어른들은 오디와인을 담그는 체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지해범 기자 hbjee@chosun.com

7 Comments

  1. douky

    2009년 9월 17일 at 2:44 오후

    친구중에 오디를 매실처럼 설탕에 절였다가
    그 액을 물에 희석하여 차로 마시면 너무 맛있다며…

    이번 주에 담갔다가 제게도 나누어 주마고 했는데…
    기대 되는걸요~   

  2. 지해범

    2009년 9월 17일 at 3:16 오후

    먹어보지 않아도 맛과 향기가 느껴지는듯 합니다.
    뽕나무밭이 있다면 시도해볼텐데…아쉽네요.    

  3. 미뉴엣♡。

    2009년 9월 17일 at 6:21 오후

    우와.. 오랫만에 오디를..
    충청지방에선 오돌개로..
    등하교길에 본적있는데
    꼭 조 세가지모습(컬러)
    기억납니다.. 검정색이
    가장 좋은맛으로 딸기맛
    보다 우아한듯.. 오디술
    ‘아자개’ 어떤 맛일까요..ㅎ

       

  4. 지해범

    2009년 9월 17일 at 6:43 오후

    미뉴엣님, 충청지방에선 오돌개라고 하는군요.
    처음 들었습니다.
    저도 아자개 한번 사서 맛봐야겠어요.   

  5. 풀잎사랑

    2009년 9월 17일 at 8:46 오후

    오디술맛은 모르겠구요.
    사진 찍으러 나갔다가 오디를 만났었는데
    찍을 생각을 못하고 먼저 따묵기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묵뽀.@!ㅋㅋㅋ~

    울 보쓰가 당뇨가 약간 있어서..
    고창에서 일부러 오디를 많이 사다가 냉동고에 넣어두고
    가끔씩 믹서기에 갈아묵는 그 맛이란…
    제가 더 많이 마셔버리네요.ㅎㅎㅎㅎㅎㅎ
       

  6. jhkim

    2009년 10월 1일 at 1:10 오후

    제고향도 상주거든요
    정말 아름다운곳 문장대 경천대 공갈못
    용화온천 삼백의고장 역사의고장
    경상도의 혼이깃든곳 황희정승이 후학을가르치던 옥동서원
    곳감의고장 자랑하다보면 저녁까지도………..
    감사합니다
    오디 따먹으며 놀다가 학교안간기억
    입술이과 옺이 까맣게되어 꾸중듣던기억
    와 끝이없군요   

  7. 지해범

    2009년 10월 1일 at 1:52 오후

    김 선생님 반갑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고향에 대한 정이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수구초심이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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