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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리쥔, 공청단파 끌어들여 보시라이를 치다

왕리쥔 사건에 숨은 中지도부 권력투쟁의 구도

7인의 상무위원직 지분경쟁에서 태자당 세력 불리해져

보시라이 정치생명 끝나고, 왕양 부활 가능성 높아져

지해범 조선일보 중국전문기자,hbjee@chosun.com

보시라이.jpg

<보시라이>

인구 3000만의 거대 도시 중경(重慶)의 부시장 왕리쥔(王立軍·53)이 지난 6일 낮 사천성(四川省) 성도(成都)에 있는 미국 영사관에 진입한 사건과 관련, 중국 인터넷에 이런 우스개가 퍼지고 있다.

<미국 총영사는 긴급 사안이 발생하자 즉각 국내에 보고했다. 보고가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 마침내 백악관에 도착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비서에게 왕리쥔이 누구냐고 물었다. 비서가 중국 조직범죄 소탕의 영웅(중국어로 打黑英雄)”이라고 대답하자, 오바마는 거울 속의 자기 얼굴을 들여다 보더니 영사관에서 내쫒아 버려라고 고함쳤다. ‘타흑(打黑)’은 영어로 직역하면 ‘strike black’, 흑인을 공격하다가 되어 오바마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이다.>

서울에 주재하는 한 중국 인사는 이 유머 속에 이번 사건의 특징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이 왕리쥔을 내보낸 것은 그의 영사관 피신이 망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었음을 보여준다면서 그가 영사관에서 하룻밤을 체류한 것은 사전에 치밀한 계산 하에 시간을 벌기 위한 작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왕리쥔은 6일 오전 중경시 간부회의에 불참하고 스스로 승용차를 몰아 3시간 거리의 성도에 도착해 미 영사관에 들어갔다. 그가 피신한 이유와 관련, 중국 일부에서는 티벳 승려들의 연쇄 자살에 미국이 개입돼 있음을 항의하러 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그 대신 한때 자신의 주군(主君)이었으나 최근 자신을 내친 보시라이(薄熙來) 중경 당서기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일부러 미 영사관을 선택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다.

그가 중경 시내에서 피신을 도모하다가 보시라이의 영향권 하에 있는 현지 공안(경찰)에 체포될 경우 보시라이 관련 비리를 폭로할 기회를 놓치고 억울한 죽음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중앙(북경)의 국가안전부 요원들이 성도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왕리쥔이 미 영사관에 진입하자 70여대의 중경 소속 경찰차가 영사관을 에워싸고 왕을 내놓으라고 압박한 것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또한 외국 영사관에 들어감으로서 사건 자체를 지방 차원이 아니라 중앙 차원의 중대사건으로 만들고 특히 대간첩기구인 국가안전부(한국의 국가정보원) 관할로 바꿀 수 있었다. 왕은 현재의 중국 권력구도 상 이 선택이 자기에게 가장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바꿔 말하면 자신의 사법처리에 권력 최상층부의 파워게임이 작용할 것이고, 거꾸로 자신의 행동이 권력투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王立军1.jpg

<왕리쥔>

왕리쥔, 공청단파를이용해 보시라이를 치다

왕의 목표는 미국내 반()중국 사이트 보쉰(博訊)망을 통해 밝힌대로, ‘중국의 미래에 가장 큰 불행을 초래할 야심가이자 거짓 군사(僞君子)인 보시라이와 함께 어사망파(魚死網破·고기도 죽고 어망도 터지다, 즉 너 죽고 나 죽자)하는 것이다. 왕리쥔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세력으로 갈라진 공산당 최상층부의 권력구도를 활용하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후진타오 중심의 공청단파(共靑團派) 보시라이를 포함한 태자당(太子黨)과 장쩌민(江澤民) 중심의 상해방(上海幇) 연합세력으로 갈라져 있고, 이들은 오는 1018차 당대회를 앞두고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다. 왕리쥔이 미 영사관에서 중경 공안이 포위하고 있는데도 나가지 않은 것은, 공안이나 당중앙 기율검사위에 체포될 경우 공정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 것 같다. 공안과 당기율검사위는 보시라이와 같은 태자당인 조우용캉(周永康)과 허궈창(賀國强)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한 소식통에 의하면, 작년 1220일 보시라이는 중경시의 한 회의에서 우리 중경시가 주도하는 창독강전(唱讀講傳·혁명가요를 부르고 사회주의 정신문명 건설을 강조하는 책을 읽으며 이를 널리 전파함)’운동은 이미 97%의 광범위한 시민의 지지와 참여를 얻고 있다. 방궈(吳邦國),칭린(賈慶林),창춘(李長春),진핑(習近平), 궈창(賀國强),용캉(周永康) 등 중앙 영도동지들이 중경을 방문해 이에 대한 충분한 긍정을 부여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허궈창과 조우용캉을 거론한 것은 이들이 같은 파벌임을 말해준다.

공청단 출신 국가안전부 부부장이 왕리쥔 직접 연행

"왕리쥔, 美영사관 내 발언 모두 녹음했다"

반면 국가안전부는 2007년 후진타오에 의해 임명된 겅훼이창(耿惠昌·62)이 책임자로 있어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조사가 가능한 기관이다. 특히 27일 성도로 내려와 왕리쥔을 체포해간 인물은 국가안전부 츄진(邱進) 부부장으로, 그는 공청단 북경시위원회 부서기를 지낸 공청단파벌이다. 이들은 북경 옥천로(玉泉路) 부근의 한 안가에서 왕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리쥔의 신변이 일단 공청단 파벌에 의해 확보된 이상, 보시라이의 간섭과 은폐는 불가능해졌다. 왕리쥔은 미 영사관에 24시간 머물며 미국 외교관들과 대화한 내용을 모두 녹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국가안전부에 제시함으로써 자신이 결코 이적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보시라이가족.jpg

<보시라이 가족>

왕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난 2년반 동안 자신이 직접 목격했거나 조사한 보시라이와 그의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 아들 보과과(薄瓜瓜) 등 가족과 친인척의 비리행위를 낱낱이 공개할 것이 틀림없다. 이는 올 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치판에 핵폭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는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회 진입을 노리는 보시라이에게는 치명타로 작용하고, 그동안 성공모델로 칭송받던 중경모델의 붕괴를 의미하게 된다. 보시라이를 감싸왔던 태자당과 상해방들도 그의 비리행위가 명확히 밝혀지는 경우 처벌을 반대할 명분이 사라진다. 다만 보시라이가 비리를 인정하고 순순히 물려나느냐, 아니면 반발하느냐에 따라 처벌수위도 달라질 것이다. 1995년 장쩌민의 권위에 도전한 천시통(陳希同)북경당서기와 2006년 후진타오의 경제정책을 무시한 천량위(陳良宇) 상해당서기가 모두 형사처벌까지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왕리쥔 사건, 18차 당대회 앞두고태자당에 일격

오는 10월 중순 열리는 중국 공산당 18차 당대회에서는 후진타오원자바오로 대표되는 4세대 지도부가 대거 물러나고, 시진핑 리커창(李克强)을 중심으로 한 5세대 지도부로 교체된다. 문제는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시진핑과 리커창을 제외한 7명이 퇴진하면서, 일곱 자리에 대한 양대 파벌의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왕리쥔 사건도 권력투쟁과 연관되어 거론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번 사건이 후진타오 중심의 공청단파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하여 태자당을 공격한 것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그러나 왕리쥔 중경시 공안국장의 후임에 공청단의 2인자인 리커창의 비서출신인 관하이샹(關海祥)이 임명된 점을 보면, 공청단파가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찰떡궁합이었던 보시라이와 왕리쥔이 틀어지고, 밝혀지지 않은 어떤 이유로 보가 왕을 체포하려 했던 것을 보면, 공청단파가 두 사람을 갈라놓는데 모종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변화하는 차기 지도부 구도

강력한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였던 보시라이가 이번 사건으로 낙마하게 되면, 그동안 짜여졌던 차기 후보군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숫적인 면에서 밀렸던 공청단파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태자당과 상해방을 압박해 지분을 늘리려할 것이 틀림없다. 이미 차기 1인자를 예약한 시진핑을 제외하고, 그동안 태자당 + 상해방 연합세력에서 차기 상무위원 후보로 거론된 인물은 왕치산(王岐山/태자당)부총리, 장더장(張德江)부총리, 위정성(兪正聲)상해당서기, 장가오리(張高麗)천진당서기, 보시라이 등 5명이었다. 반면 공청단파에서는 이미 상무위에 진입한 리커창을 제외하고, 리웬차오(李源朝)당조직부장, 왕양(汪洋)광동성당서기, 류윈산(劉雲山)당선전부장 등 3명에 불과했다.

이들 가운데 왕양은 보시라이의 평판에 밀려 상무위 진입이 불투명하다는 설이 나돌았었다. 그러나 이번 왕리쥔 사건으로 보시라이 낙마가 확실해진 만큼 왕양의 전도는 더욱 밝아졌다. 이에 따라 총9명의 차기 정치국 상무위의 양대 파벌 지분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제까지의 구도는 태자당·상해방 연합세력 6(시진핑, 왕치산,보시라이 + 장더장,위정성,장가오리), 공청단파 3(리커창,리웬차오,류윈산)으로, 공청단파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으나, 보시라이 대신 왕양이 진입하면54구도로 바뀌게 된다. 이것이 다시 45로 역전될 지도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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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 앞줄 맨오른쪽이 자칭린>

밀수주범 라이창싱 사건,상해파 겨냥

왕리쥔 사건 외에도 또 하나의 변수가 남아있다. 그것은 중국의 밀수왕 라이창싱(賴昌星)에 대한 재판이다. 라이는 90년대말 복건성(福建省) 하문(廈門)을 무대로 경찰과 해경의 비호하에 530억 위안(한화 94500억원) 어치의 자동차 원유를 밀수하다 적발돼 캐나다로 도망친 인물이다. 그는 도주 12년만인 작년 7월 중캐나다의 협상으로 중국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아왔고, 지난 14일 하문시 세관은 그를 밀수 및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했다. 라이는 밀수대왕으로 활약할 당시인 1994~96년 복건성 당서기였던 자칭린 현정협주석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에 대한 재판결과 자칭린의 연루혐의가 드러나면, 상해방은 또한번 타격을 입게된다.

공청단 중심 평민파, 태자당 중심 귀족파에 도전 양상

전체적인 구도로 보면, 왕리쥔 사건과 라이창싱 재판은 후진타오를 중심으로 한 공청단파가 장쩌민쩡칭홍(曾慶紅)을 필두로 한 태자당상해방 연합세력에 대대적인 공세를 가하는 형국이다. 태자당상해방 연합세력은 과거 공산당 혁명 과정에서 큰 공을 세운 혁명원로들의 자녀와 그들과 친분이 깊은 상해중심의 정치인들이다. 이들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중국의 귀족세력이라고 할수 있다. 이에 반해 공청단파는 대부분 집안 배경 없이 밑바닥부터 출발하여 자수성가한 인물들이다. 따라서 지금의 중국 공산당 권력투쟁은 공청단 중심의 민중세력과 태자당상해방의 귀족세력간의 싸움으로 볼 수 있다.

이 싸움에서 일반 국민들은 당연히 민중세력의 편이다. 웨이보(微薄)로 불리는 개인블로그와 SNS 등을 통해 중국 기관지가 보도하지 않는 생생한 정보들을 퍼날라, 보시라이 세력을 공격하는 것도 일반 국민들이다. 그동안 귀족세력의 힘에 밀려 소수파였던 민중세력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떻게 반격하여 새로운 정치구도를 만들어낼지가 주목된다. 이것이 바로 왕리쥔 사건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수 있다. /

[이 글은 주간조선 2194호(2012.2.20)에 실린 기사로서, 출처인용 없이 전재나 발췌를 금함]

5 Comments

  1. 참나무.

    2012년 2월 24일 at 4:21 오후

    긴 기사…수고많으셨어요 추천하고 갑니다   

  2. 한국인

    2012년 2월 26일 at 8:38 오전

    재미있습니다.
    영원히 믿을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중국정치는 예나 지금이나 아리송하군요.   

  3. 지해범

    2012년 2월 27일 at 7:37 오후

    참나무님,반갑습니다.    

  4. 지해범

    2012년 2월 27일 at 7:38 오후

    한국인님, 반갑습니다.
    권력투쟁, 생명체의 필연인것 같습니다.    

  5. 그냥

    2012년 2월 28일 at 2:55 오전

    승자독식의 미국식 정치가 익숙한 우리에게는 여러 세력의 분점형태인 중국정치가 익숙하지 않네요. 사실 중국도 모택동 등소평 시절에는 승자 독식이였는데…… 언제 또 군부에서 싹쓸이구테타가 날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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