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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1박2일 시베리아 열차 안에서 있었던 일 - China Inside
1박2일 시베리아 열차 안에서 있었던 일

바이칼 여행기<1>

이르쿠츠크행시베리아 열차에서 있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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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울란바타르역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러시아어와 중국어로 ‘모스크바~평양’이라고 쓰여있다./사진=지해범>

몽골 여행을 마치고 7월10일 오후 울란바타르역에서 이르쿠츠크행 열차에 올랐다.

열차 옆면에 러시아어와 함께 중국어로 모스크바(莫斯科)~평양(平壤)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렇다면 이 열차는 평양을 출발해 중국 북경과 몽골 울란바타르를 거쳐 모스크바로 가는 대륙횡단 철도라는 얘기다.

우리가탄 열차는

7월 10일14시 울란바타르(아래 지도 맨아래 오른쪽)출발,

20시30분 수흐바타르역에서 출국수속,러시아 나우쉬키역에서 입국수속,

7월 11일06시30분 울란우데(지도 위오른쪽 도시)통과,

16시경 이르쿠츠크(지도 위 왼쪽도시)도착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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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바이칼 지도. 몽골 관광지도와 바이칼 지도를 합성해서 색깔이 다르다./지도=지해범>

침대 한칸에 4명씩, 각자 침대를 배정받은 우리들은큰 짐들은 침대밑에, 작은 가방들은 2층 공간에 넣은 뒤창 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광활한몽골의 초원이 끝도없이 이어지고게르와 말떼들, 그리고 주택들이 이따금 눈에 들어왔다. 우리들은 간단한 간식거리와 준비해간 보드카를 꺼내어 먹으며 모처럼 탐사단원들 간에 대화를 나누었다. 잘 알지 못하던 사람들도 금새 친해졌다. 침대칸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오고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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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초원/사진=지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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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주택들/사진=지해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승무원은대부분 러시아 여성들이다.

러시아 여성 하면 미인이 많기로 유명하다.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예쁜러시아 여승무원과의 로맨스를 꿈꾸는 사람이있다면 일치감치 단념하는 것이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은 무엇보다말이 안통하기 때문이다. 우리 일행이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여러번 대화를 시도해보았으나 여승무원들은대답을 하지 않거나 러시아어로만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들은 한국인을 싫어하는지 우리들에게 매우 불친절했다.한국인들이 열차 내에서 시끄럽다고 생각되면,"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하면 될 일이다.하지만 우리가 침대칸 안에서 웃고 떠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열차문을 열어두거나온수공급장치를 이용할 때 자주 신경질을 냈다.한번은 탐사단 중한명이바깥 공기를 쐬기 위해 나가면서열차문을 열어두자, 20대 중반의 뚱뚱한 여자 승무원이 화장실 옆사무실에서뛰쳐나와 큰 소리로 뭐라고 외치며 문을 "꽝" 닫았다.문을 열어두지 말라는뜻 같았다. 또 컵라면을 먹기 위해온수공급장치를 이용할 때도뭐라고 신경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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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열차 내 온수공급장치/사진=지해범>

화장실 문은 수시로 잠궈두어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일행 중 한명이 객차 앞부분의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기다리는데, 화장실 안에서 나온 승무원이 그 자리에서 화장실 문을 잠그며, 객차 뒷편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했다. 그래서 뒷편 화장실 앞에서 먼저 들어간 사람이 나오는 걸 보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여자 승무원이 오더니 그냥 잠궈버리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 여승무원에게서 국제화된 마인드나 서비스 정신,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배려는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리들 귀찮게 여기에는 왜 왔느냐’는 투였다. 한국은 물론 중국의 열차보다 서비스 수준이 떨어졌다. 1990년대초시장경제로 전환한러시아가 아직도 발전이 더딘원인이이 같은 서비스 정신 부족에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 승무원은 나중에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컵라면과 과일 등 먹을 것을 갖다주자 태도가 누그러졌고, 자기 방에서 컵라면을 먹는 모습도 보였다. 어쩌면 한국인들이 주는 ‘뇌물’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승무원이 불친절하긴 했지만,우리들은 각침대칸 안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처음 만난 일행인데도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 받으며, 때론 전문 연구분야의 식견을 나누며 금새 친해졌다.

밤 늦게 잠들기전까지 웃고 떠드는 열차안 모임에 대해 우리들은’힐링 캠프’라는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한 일행은 "최근들어 가장 많이 웃어 스트레스가 해소됐다"며 "서울 돌아가도반년은 문제없겠다"고 했다.

기차여행은 사람을 편하고 유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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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어느 기차역의 안내 전광판. 러시아어를 몰라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다./사진=지해범>

러시아 입국 수속을 할 때부패한 출입국 관리들의 횡포로 4~5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를 여행사 관계자로부터 들은 적이 있어, 우리들은나우쉬키 역에서 꽤 걱정을 했다. 승무원들이 승차권과 여권을 모두 거둬간 뒤한참 동안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보다 빨리 2시간쯤 지나자 여권을 돌려주고 입국을 허가했다. 한국 단체여행객에 대해 어느정도 익숙해진 듯 했다. 출입국 관리들의표정도 객차 승무원보다는 한결 밝았다.

한밤중 열차는 다시 북쪽을 향해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시속 350Km에 달하는 중국의 고속열차에 비하면 시속 60~70Km인 러시아 시베리아 열차는 더디기 짝이 없엇다. 러시아의발전속도를 상징하는 듯했다. 이는 어쩌면 16~17세기 하루에 400~500Km를 달렸던몽골 기병과 하루 100Km밖에 이동하지 못했던중국-유럽의 보병군단의 차이점과닮았는지도 모른다. ‘속도의 차이’는한 국가의 ‘경쟁력의 차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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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우데 역. 김정일 방문 때 역사 입구에 두 나라 국기가 걸렸었다./사진=지해범>

11일 새벽 울란우데 역에 도착했다.

이곳은 2011년 8월말 김정일 마지막 러시아 여행 때 방문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정일은 이곳에서 바이칼 호수를 관광하고, 항공기 제작공장을 시찰하였으며, 러시아군 동부 군관구 제11공수타격여단의 주둔지에서 메드베데프와 만났다.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에너지 지원과군사무기 분야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울란우데 역에 도착했을 때, 옆 철로에는 군용열차가 서 있었다.

그 때문인지 우리가 탄 열차를 따라 승무원 수십명이 길게 도열해 사진촬영을 금지시켰다. 우리 열차 쪽으로 찍는 것은 되지만, 군용열차 촬영은 안된다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경직성을또한번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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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에서 바라본 울란우데 역./사진=지해범>

이 역은 동서로 횡단하는 시베리아 철도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러시아~몽골 철도가 만나는 교통의 요충지다.

이역에서 30~40분간 멈춰서 있던 열차가다시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시베리아의 왼쪽, 즉 모스크바 방향으로 달리게 된다. 그곳에는바이칼 호수가기다리고 있다.

11일아침 우리들은 준비해간 컵라면과 컵누룽지 등을 맛있게 나눠먹으며 창밖의 풍경을 구경햇다.

드디어 南바이칼이 나타났다./계속

11 Comments

  1. 데레사

    2012년 8월 20일 at 11:07 오전

    10여년전 터키를 가면서 모스크바에서 1박 한적이 있는데 얼마나
    불편하고 불친절하던지… 그때를 떠올리니 많이 달라진것 같네요.
    면세점에서 조차 쌀쌀하더라구요.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정말 한번 타보고 싶어요.   

  2. 김진아

    2012년 8월 20일 at 2:10 오후

    혼자 여행하기엔 아직은 이른 나라구나 생각듭니다.

    그래도…그 열차는 한 번은 타보고 싶은걸요 ㅎㅎ   

  3. 마상혁

    2012년 8월 20일 at 2:55 오후

    가고 싶은 나라인데 아직은 아닌 것 같네요. 10년전과 다를 바가 없네요. 비행기도 비슷할 것 같은데요.   

  4. 지해범

    2012년 8월 20일 at 4:32 오후

    데레사님,
    많은 한국인들이 시베리아 열차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30분만 타보면 별 것 없다는 거 아실 거예요.    

  5. 지해범

    2012년 8월 20일 at 4:33 오후

    진아님,
    러시아는 동양인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서 혼자서는, 특히 여성이 여행하기는 위험한 나라로 보여집니다. 이르쿠츠크에 있는 한국 남자 유학생이 집단 구타를 당하기도 했답니다.    

  6. 지해범

    2012년 8월 20일 at 4:34 오후

    마상혁님,
    러시아 항공기의 경우 국제선은 비교적 안전하고, 국내선은 문제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7. 백종훈

    2012년 8월 20일 at 5:08 오후

    당연히 인종차별적인 정서가 있어서 동양인이 싫은데 밤에 큰소리로 떠들죠, 복도서 담배 피죠, 사발면에 김치 먹으며 냄새 피우죠? 우릴 누가 좋아 합니까?   

  8. 지해범

    2012년 8월 20일 at 5:55 오후

    백종훈님
    지적도 일리는 있지만, 다른 열차칸을 보니 러시아인들도 복도에서 담배피고 자기들끼리 술 한잔 하며 떠드는 사람도 있더군요. 또 러시아 여승무원은 우리 일행이 준 컵라면을 잘 먹더군요.    

  9. Lisa♡

    2012년 8월 22일 at 6:13 오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행들과 훈훈한 감정이 보지않고도 그랴져 부럽습니다.
    러시아 미인들…안되겠네요~~크크크(한편으로 웃음이)
    바이칼호수 기대됩니다.
    평양~모스크바까지 기차가 자주 있는 건 아니겠죠?
    그리고 4-5시간씩 걸리는 여권심사…아직도?   

  10. 깨달음(인회)

    2012년 8월 23일 at 9:08 오전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정보를 통해서 여행할곳 추가지가 정해집니다.
    전 중국과 외몽골은 여러군에 여러차례다녀왔습니다.

    이번추석을 기해서 베이찡으로해서 링산과 내몽골을 갈생각하고 있습니다.
    몽골 훕수굴쪽을 가다보면 늘 바이칼호수와 러시아가 땡기긴했습니다.
    이번에 제 딸이 베이찡에 있는데 울라바토로까지 32시간기차를 타고와서 저하고 몽골에서 만나 함께 여행했습니다.
    그 기차표를 보니 모스크바행이더라구요.
    반갑습니다.
       

  11. 나무

    2012년 8월 29일 at 2:37 오후

    대한민국이 또한번 다행스럽고 자랑스럽게 생각되는 글,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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