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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자작나무 숲과 南바이칼의 풍경

바이칼 여행기<2>

시베리아의 자작나무 숲과 南바이칼의 풍경

지해범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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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자작나무숲/사진=지해범>

러시아 국경으로 들어서자 자작나무숲이 펼쳐졌다.

녹색의 땅에 하얗게 줄지어 서 있는 자작나무들.

나무에도 영혼이 있다면 자작나무는 맑고 고고한 영혼이 깃들어있지 않을까.

달리는 열차 안에서 턱을 괴고 앉아 차창 밖으로 끝없이 왔다가 사라져가는 자작나무를 바라보는 일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숲의 맑은 공기처럼 내 머리도 맑아진다. 하얀 줄기는 때론 희 피부의 여인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자작나무는시베리아에서 중국 동북부지역을 거쳐 한반도 개마고원까지 널리 분포해 있다.

그래서 이 나무는 우리 민족과도 인연이 깊다.

신라 대릉원의 한 고분에서 1973년 자작나무에 그려진 천마도가 발굴되었고, 이 그림에 따라고분의 이름을 ‘천마총’이라고 붙였다. 천마도가 그려진 소재가 자작나무 껍질이었다. 천마총 안에서는 천마도 뿐만 아니라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왕의 모자도 발굴되었다. 1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은 자자나무 껍질. 학자들은 천마총의 자작나무 유물이 북방에서 남쪽으로이동해오는 과정에서 살아남은민족의 풍습일 것으로 추정한다. 즉과거부터 자작나무 껍질로 모자를 만들어 쓰고, 또 껍질에여러가지 기록을 하던 그런풍습이 민족의 이동, 지역의 차이에도 불구하고지속적으로 살아남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것이다. 자작나무의 껍질에는 유지성분이 많아 물에 잘 썩지 않고, 고대로부터기록의 소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팔만대장경의 일부가자작나무로 만들어진 것도이런 연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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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자작나무 숲의 장승. 나무에 혼령이 깃들어 있고 사람과 하늘을 이어주는 매개체라는인식이 담겨있다고 한다./사진=지해범>

자작나무는 몽골의 산에서도많이볼수 있었는데, 학자들에 따르면 몽골민족들도 자작나무를 신성한 나무로 여긴다고 한다. 몽골의 무당들은 자작나무가 있는 곳을 기도처로 삼았는데 그것은자작나무가 사람과 하늘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개마고원 주변에서도 예전에 사람이 죽으면 자작나무 껍질로 싸서 땅에 묻었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자작나무는 우랄 알타이계 민족들에게 공통적으로 신성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학술단 일행이 바이칼의 도시 이르쿠츠크에 도착해 러시아식 사우나에 들어갔을 때, 자작나무로 물을 데우고 또 그가지로 사람의몸을 두들기는 풍습을 경험했는데, 이 역시 자작나무에 건강을 증진하는 신비한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잎이 달린 나뭇가지로 회초리 휘두르듯이 세게 몸을 내리쳐도 소리만 요란할 뿐 몸은 아프지 않고 피부가 발개지면서 혈액순환 촉진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철로변에는 숲과 초원이 이어지다가 소도시도 이따금 나타났다.

그곳에는 어김없이 작은 울타리가 쳐진낡은 주택들이 모여있다.

회색의 지붕은 경사가 가파르고 벽은 대부분 나무로 되어있다. 지붕이 가파른 것은 겨울철 쌓이는 눈이 저절로 흘러내리게 하려는 것일게다. 울타리 안에는 작은 텃밭이 있다. 소박한 시베리아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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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민가들/사진=지해범>

점심시간이 가까워오면서 우리 일행은 기차 식당칸으로 모여들었다.

그동안 컵라면과 바나나 등으로 두끼를 떼웠으니 기차를 내리기 전 제대로 된 러시아 음식과 러시아 맥주를 맛보자는 뜻이었다. 식당칸 안에는 이미 여러팀의 러시아 승객들이 자리를 잡고 음식과 맥주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스튜와 감자튀김을 시켰다.그런데30분이 지나도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종업원에게 확인해본 결과 주문이 안되었다는 것이다.나중에 만들어온 스튜는 감자와 토마토 닭고기등이 들어간 것으로그런대로 먹을만 했다.음식값으로 고액권달러를 냈는데잔돈을 주지 않고시치미를 떼다가, 잔돈을 달라고 하니 그제서야 돈을 준다. 러시아식 서비스를 또한번 맛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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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식당에서맛본 닭고기 감자탕. 한국인 입맛에그런대로 맞다.술 먹은 뒤 속풀이에 좋다./사진=지해범>

그러는 사이 열차는 어느새 南바이칼 호변으로 접어들었다.

차창 밖으로넓은 바이칼 호수가 들어왔다. 그것은 호수라기보다 차라리 바다였다.

파도가 출렁이고 하얀 포말이 호변에서 부서지고 있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담수호,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지만 안으로 많은 신비를 간직한바이칼.

그래서 바이칼은 ‘시베리아의 진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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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바이칼의 풍경/사진=지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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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바이칼 호변의 주택들. 나무 울타리와 텃밭이 정겹다/사진=지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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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에서 누군가 수상보트를 타고 있다. 호수 바닥이 보일듯이 물이 맑다/사진=지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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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변의 풍경. 화물을 선적하는 시설도 보인다/사진=지해범>

중부 시베리아에서 가장번화한 도시, ‘시베리아의 파리’로 불리는이르쿠츠크역에 도착했다./계속

9 Comments

  1. 데레사

    2012년 8월 24일 at 9:07 오전

    잔돈을 안줄려고 능청떨고 있었나 봅니다.
    러시아식 불친절은 저도 모스크바에서 경험했기에 짐작이 갑니다.

    바이칼호, 꼭 바다같이 보입니다.
    하기사 바다같이 보이는 호수들도 많긴 합디다만.

    러시아횡단열차에 타고 눈 내리는 벌판을 달려보고 싶다는 꿈도
    꾸었었는데 지금은 가 볼 엄두도 못 냅니다. ㅎㅎ   

  2. 깨달음(인회)

    2012년 8월 24일 at 1:43 오후

    그 텃밭의 모습은 몽골의 소도시 풍경과 같네요.
    자작나무숲도 비슷한것 같구요.

    아마도 가까이 있어 생태나 식생이 비슷한가봅니다.
    청계천을 걷는것도 좋겠네요.

    전 점심식사후 거의 남산에 올라갑니다.
    넥타이부대들이 무슨 경보대회를 한듯하데요.ㅎㅎ
       

  3. douky

    2012년 8월 25일 at 12:15 오전

    자작나무에 대해서 잘 몰랐던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자작나무가 많은 북구에서,
    제가 살았던 집 뜰에도 세 그루가 있었어서…
    제게도 늘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사연있는 나무거든요…

    이문열씨의 글에서인가…
    겨울 바이칼 호에선 파도가 이는 순간 그대로 얼어 붙은 모습도
    볼 수 있다고요…
    그것이 궁금하여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랍니다…

    들려주신 이야기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4. Old Bar^n

    2012년 8월 25일 at 3:07 오후

    자작나무는 캐나다 인디언들이 카누로 만들었던 나무입니다.
    물론, 시베리아도 들나거렸을테니까 역시, 거기서도 카누로 만들었을겁니다.
    요즈음은 껍질이 생겼다 하면 아니, 없는껍질도 베껴대어
    도통 껍질 구경은 못하지만요,
    바이칼 호에서는 시원하셨겠습니다.
       

  5. 지해범

    2012년 8월 26일 at 11:51 오전

    데레사님,
    러시아에서 여행하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눈 내리는 시베리아 벌판을 달리는 겨울철은 기온이 영하 20~40도로 떨어질텐데, 기차 안에만 있으면 괜찮겠지요. ㅎㅎ   

  6. 지해범

    2012년 8월 26일 at 11:52 오전

    인회님,
    몽골이 언어와 제도 등 많은 면에서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주택과 텃밭도 비슷하더군요.
    반대로 중국은 매우 싫어하지요.    

  7. 지해범

    2012년 8월 26일 at 11:54 오전

    덕희님,
    저도 여기저기 기웃거려 얻은 짜투리 지식이랍니다.
    파도가 얼어붙은 모습은 바이칼뿐만 아니라 스위스의 레만호수 풍경이 더 유명하지요.
    나무와 자동차가 모두 얼음에 얼어붙은, 마치 영화 ‘투모로우’에 나오는 듯한 모습.   

  8. 지해범

    2012년 8월 26일 at 11:56 오전

    Old Bar^님, 반갑습니다.
    자작나무가 아시아는 물론 아메리카 북부에까지 널리 분포되어 있군요.
    아마도 추운 날씨에 잘 견디는 나무인 것 같습니다.    

  9. Lisa♡

    2012년 8월 28일 at 9:00 오후

    바이칼호수는 뭔지 모르게 역사나 명작에

    등장하는 아주 카리스마 있는 호수로 느껴집니다.

    언젠가 한 번은 가봐야 할텐데 말입니다.

    잔돈 안주는 부분에 웃음이….

    자작나무에 대한 내용이 아주 쓸만 합니다.
    정말 몰랐거든요.
    그저 영혼이 맑아 보인다는 그런 느낌요..
    그랬는데 썩지도 않고 아주 소용있는 나무이자
    아름다움까지….팔만대장경의 일부도…놀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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