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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보름동안 잠적한 정치적 노림수는?

시진핑 ‘행불’의 정치학

지해범·조선일보 중국전문기자, hbj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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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1일 북경 인민대회당 한중수교 20주년 리셉션에 참석해 축하케익을 자르는 시진핑/사진=신화통신>

지도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중대한 ‘정치적 행위’가 되는 대표적인 두 나라가 있다. 북한과 중국이다. 다른 나라는 대체로 지도자들이 사전에 예고를 하고 휴가를 떠나는데다 신병에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보도되기 때문에 억측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은 지도자의 일정이 일급비밀이어서 관영매체가 보도하지 않으면 활동상황을 거의 알수 없다. 게다가 이들 두 나라 지도자의 ‘잠적’은 때로 예상치못한 결과를 수반하기도 한다.

김정일은 생존시에 며칠간 잠적함으로써 한국 정부를 긴장시키곤 했으며, 작년 12월 중순에는 잠적 끝에 ‘사망’이란 충격적 사실로 마지막까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마오쩌뚱은 대약진운동 실패 후 지방의 한 별장에 칩거하다가 류샤오치(劉少奇)와 덩샤오핑(鄧小平) 등 개혁파를 역공했다. 그의 ‘잠적’은 결코 실각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와 반대로 1989년 천안문 사건 당시 갑자기 사라진 자오쯔양은 그것이 곧 실각이었고, 그로부터 16년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못한채 숨을 거두었다. 세번 실각하고 세번 다시 일어서 ‘불도옹(不倒翁·오뚜기)’이라고 불렸던 덩샤오핑은 이런 오해를 막기 위해 70이 넘은 나이에도 여름 휴가 때면 북대하(北戴河) 해변에서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수영을 하곤 했다. 장쩌민은 2011년 7월 ‘사망설’에 휩싸였지만 석달 뒤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식에 ‘깜짝 출현’해 건재를 과시하고 지금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정치의 불투명성이 불가측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공개 석상에서 사라진 것은 이원고를 마감한 9월14일 오후까지 2주일이 되었다.그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것은 9월 1일 중앙당교 2012년 가을학기 개강식이었다. 당교 교장을 맡고 있는 그는 개강식에서 꽤 긴 연설을 하고 학교를 떠났다.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人民網)의 지도층 동향(高層動態) 코너에도 시진핑의 활동은 9월1일에 멈춰져 있다. 그가 하루전인 8월31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수교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무려 2시간이나 머물렀던 것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진핑 부주석은 그 후 9월5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를, 이어 9월10일에는 헬레 토닝-슈미트 덴마크 총리를 만날 예정이었으나, 모두 구체적인 이유 없이 취소됐다. 외신들은 클린턴과의 회담 취소에 대해 처음에는 미국의 남중국해 분쟁 개입에 대한 중국의 불만표시로 해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진핑의 ‘신병이상’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쏟아져나온 시진핑의 잠적과 관련된 각종 설(說)들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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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부주석은 축구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징 체육관에서시축하는 시진핑>

이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크게 6가지다.
첫째는 축구나 수영을 하다가 다쳤다는 ‘부상설’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 미 국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시 부주석이 허리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으며,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중국측 소식통을 인용, “중남해(中南海·중국 최고지도부 집단 거주지)에서 참모들과 축구시합을 하다 근육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4일 하루 일과의 하나로 수영을 하던 도중 등 부위에 통증을 느꼈고 팔을 들어올릴 수 없는 정도의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들 보도의 공통점은 시 부주석이 일상생활 도중 부상을 입었다고 보는 점이다. 즉 어떤 정치적 흑막도 개입되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이다.

둘째는 심근경색 혹은 뇌졸중을 앓고 있다는 ‘와병설’이다. 북경의 정치평론가이자 ‘중국개혁’ 잡지 전 편집장인 리웨이동(李衛東)은 12일 영국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시진핑이 허리를 삐는 부상을 입었다고 말하지만, 실은 심근경색을 앓고 있다”면서 “그의 병세는 그다지 위중하지 않으며 18차 당대회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홍콩 남화조보(南華早報)의 전 편집장 린허리(林和立)은 “시진핑은 중풍을 앓고 있으며 현재 공개석상에 나올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일부 중화권 네티즌들은 시 부주석 집안에 심장병과 중풍 ‘가족력’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셋째는 ‘단순 교통사고설’이다. 북경의 일부 외교 소식통들은 “시진핑이 돌발적인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안다. 고질적인 신병이나 경호상의 문제로 인한 사고는 아니다”고 말했다. 즉 9월4일 승용차로 이동 도중 흔히 일어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넷째는 ‘테러설’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보시라이(薄熙來) 추종 세력이 보시라이의 실각에 지지표를 던진 시진핑을 살해하기 위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 서버를 둔 중문 인터넷 매체 보쉰(博訊)에는 “(보시라이와 같은 세력인) 조우용캉(周永康)의 사주를 받은 시진핑의 경호원이 칼로 시진핑을 찔러 살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주장한 네티즌의 글이 실렸다.

다섯째는 ‘자진사퇴설’이다. 5세대 최고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공산당내 권력투쟁과 18차 당대회 준비 등으로 심신이 지친 시진핑이 정신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사퇴를 결정했다는 설이다.

여섯째는 ‘간암 수술설’로 가장 최근에 나온 소문이다. 홍콩의 영문매체 ‘더 스탠다드(The Standard)’는 13일 홍콩의 중국인권민주정보센터의 발표를 인용, “시진핑이 이달초 북경 301병원에서 정기 건강검진을 받던 중 간에서 초기 단계의 암세포가 발견돼 이번주 수술을 받았다. 다음주에는 대중앞에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미국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BBC 등 서방 언론들도 시 부주석의 잠적이 많은 소문을 야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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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관광지를 여행중인 시진핑과 펑리웬 부부>

이상의 6가지 설 가운데는 가능성이 높은 것도 있지만, 중국의 정치역학상 가능성이 낮은 설도 있다. 뇌졸중설과 테러설, 자진사퇴설이 그것이다. 시진핑이 뇌졸중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어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졌거나, 보시라이 추종세력에 의해 테러를 당했거나, 혹은 스스로 사퇴했다면, 이는 공산당 지도부에 비상사태가 발생했음을 뜻한다. 이런 경우 중국 지도부는 외유를 떠나거나 지방출장도 갈 수 없다. 즉 후진타오 주석이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이나 북경을 비울 수는 없는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 역시 12일 천진(天津)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시진핑 유고(有故)’ 사태는 10월 당대회를 앞둔 공산당 지도부에 엄청난 위기이자 도전이기 때문이다. 만약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이 어떤 연유로든 물러나게 된다면, 공산당은 5세대 지도부를 다시 뽑아야 하고, 이는 당내 두 계파(공청단파, 상해방-태자당 연합파) 간에 치열한 권력투쟁을 불러올 수 있다. 최근까지 북경의 정치정세로 보아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징후는 없다. 따라서 시진핑의 건강 상태는 그의 교체를 염두에 둘만큼 위중하지는 않다는 얘기가 된다.

시진핑의 건강이 회복불능 정도는 아니라는 신호가 관영매체를 통해서도 몇차례 나타났다. 먼저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學習時報/사진참조)는 9월10일자에 지난 1일의 중앙당교 개강식 때 시 부주석이 한 연설 전문을 얼굴사진과 함께 실었다. 이는 그가 건재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만약 그의 건강이 악화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면 이런 보도를 실을 수 없다. 이어서 광서장족자치구의 공산당 기관지인 광서(廣西)일보도 13일 시 부주석의 짤막한 동정을 실었다. 시 부주석이 홍군(紅軍·인민해방군의 전신)의 원로이자 광서자치구의 간부였던 황롱(黃榮)의 별세에 애도의 뜻을 전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보도 역시 그의 건강상태를 직접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주기에는 충분하다.

시진핑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허궈창(賀國强) 당 기율검사위 서기가 지난 12일 관영 중앙TV방송(CCTV)의 저녁 종합뉴스 시간에 나타난 것도 시진핑 테러설리 과장됐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의 중문매체 보쉰은 “지난 4일 시부주석이 의문을 교통사고를 당한 지 한시간 뒤 허 상무위원도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테러 가능성을 주장했다가 이를 취소한 적이 있다. 허 서기는 범(凡) 상해방-태자당 파벌로 분류되는 인물이지만 보시라이와 그의 처 구카이라이(谷開來)에 대한 ‘원칙적인 수사’를 강조해 보(薄)파로부터 반발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그는 8월29일 북경에서 열린 반부패회의에 참석한 이후 2주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그러나 CCTV에 그가 기율검사기관을 시찰하는 장면이 보도됨으로써 이같은 악성루머는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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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학습시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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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진핑의 건재를 시사하는 해외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홍콩의 인터넷 주간지 ‘양광시무(陽光時務)’는 최신호에서 중국내 시진핑의 친척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시진핑의 건강이) 좋다. 모든 게 좋다. 안심하라”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잡지는 또 시 부주석이 대외활동을 중단한 것은 본인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보쉰 사이트도 최근 중국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시 부주석이 늦어도 21일 남녕(南寧)에서 열리는 제9회 중국-아세안박람회 개막식에 얼굴을 드러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를 종합해보면, 시 부주석은 한때 건강에 이상이 있었으나 그다지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으며, 지금은 회복단계에 들어서 곧 대중앞에 나타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참고/시진핑은 이 글을 마감한 다음날인 9월15일 오전 공개석상에 나타났다]후진타오 주석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난 6일 안심하고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날 수 있었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시진핑은 왜 건강이 위중하지도 않으면서 굳이 외국 VIP들과의 접견을 취소하여 악성 루머가 나돌도록 방치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그는 병원에 입원해 휴식을 취함으로써 다가오는 당대회와 ‘시진핑 시대’를 구상할 시간을 얻었다. 그는 또 자신에 관한 악소문이 나도는 과정에서 누가 동지고 누가 적인지를 구별할 기회도 얻었다. ‘수락석출(水落石出·물이 빠지면 돌이 드러난다)’이란 4자성어처럼 자신을 둘러싼 인물들의 진심을 엿볼수 있는 것이다.

시 부주석은 또한 입원이란 ‘파업’을 통해 아직까지도 확정되지 않은 차기 지도부(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전직(장쩌민)·현직(후진타오) 최고지도자간의 갈등에 무언의 항의와 압력을 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외신 보도에 따르면, 두 최고지도자는 5세대 최고지도부의 숫자(7명 혹은 9명)와 구체적인 인사안에 합의하지 못했으며, 두 사람의 힘겨루기로 시진핑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시진핑의 재등장 시기는 차기 상무위 구성에 대한 과거-현재-미래 지도자(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간의 대타협이 이루어지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의 ‘행방불명’은 또 하나의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것이다. /hbjee@chosun.com

[이 글은 주간조선 2224호(2012년 9월17일자)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무단전재를 금합니다.]

4 Comments

  1. Hansa

    2012년 9월 20일 at 8:25 오후

    펑부인이 중국 미인형이군요..

       

  2. 지해범

    2012년 9월 20일 at 9:18 오후

    그렇지요?
    게다가 노래도 잘하니…   

  3. 풀잎사랑

    2012년 9월 21일 at 3:28 오후

    안 그랴도 워낙 음흉한 북한이나 중국이라
    잠시라도 무소식이면 오만 생각들이 나무하지요.
    이번에도..ㅎ
    느닷없이 어젠 뉴스에 나오더이 미국 국방장관한테 호령(?)을 하데요?ㅎㅎ~
    근데 왜 안 나왔을까…요?
       

  4. 지해범

    2012년 9월 24일 at 5:22 오후

    풀사님,
    올 가을엔 어디로 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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