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란 것이 기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잊어버리고 싶은 것을 차라리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 나을까?
20살의 그레이스-
어린 시절부터 이웃해 살고 있던 10살 연상의 마이클과 동거하던 중 차 사고로 기억을 잃는다.
8일 후에 깨어난 현실은 마이클이 살해가 된 채 발견된 상태였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이 된 그레이스다.
하지만 사고 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는 언니 리사의 집이자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으로 가게 되고 왠지 모를 집에 대한 두려움과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헤켓과 비숍이란 형사의 출현으로 인해 자신과 마이클과의 관계는 진실로 어떤 관계였는지,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느끼는 반사작용으로 인해 어느 부분은 익숙한 면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리사의 입을 통해서 들으면서 처음이란 느낌을 받게 되는 혼란까지…
집안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기억을 찾으려 애를 쓰는 과정의 그레이스의 행동과 사건의 연결고리들이 밝혀지는 과정들이 그려진 책이기에 초반부의 빠른 전개에 이어 중반부에서 이르서는 이런 과정들이 나오는 책이라 약간의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 책이다.
그레이스를 사랑하는 헤켓과의 만남 과정이 좀 더 자세하게 묘사되었다면 이 책에서 헤켓이 비숍과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는 장면에 쉽게 이해를 할 수도 있었던 것들이 빠져 있어 약간의 아쉬움을 준다.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그레이스란 여인의 사건 해결에 있어서 밝혀지는 대반전은 읽으면서 독자들 나름대로 혹시 이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을 맞힌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반전의 사실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스릴이 주는 재미를 느낄 수가 있는 책이다.
책의 뒷 말미에 적힌 독서 토론을 위한 질문들은 의미 심장하게 토론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이어서 이 책을 통해 범죄의 행위와 정당방위, 그리고 약물 중독에 따른 범죄의 기억의 상실성, 인간이 갖고 있는 살인의 본능은 과연 지니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들은 기억에 남을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타 책에 비해 활자가 커서 읽기에 좋았던 좋은 시도로 보이며, 오타를 보완만 한다면 독서 하기에 더욱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하루가 빠르게 변하다 보니 이제는 이런 엽서전에 대한 행사가 없어졌지만 당시만 해도 유명 가수가 진행하던 라디오 방송에선 이런 엽서들이 많이 소개되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더군다나 이런 기억의 소산물은 사촌집에 갈 때면 당시에 중. 고등학생이었던 사촌들이 책상에 앉아서 규격의 엽서에다 저마다 자신들이 최대한 솜씨를 드러낼 수 있는 그림들을 그렸던 장면들이 많이 봐왔기에 지금도 여전히 엽서~하면 그런 장면들이 연상된다.
요즘엔 이런 것들이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컴의 이멜에서 스마트 폰 카톡까지… 언제 어디서고 금방 확인과 답신을 바로 주고받을 수 있는 편리성이 대세가 됐지만 어찌 보면 아날로그적인 이런 감성적인 추억들을 간직 할 수 없게 된 시절로 온 것 같아서 조금은 감성이 메말라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의 필체를 남길 수 있고 상대방이 나에 대해 기억을 해 주는 매개체로 편지만 한 것이 있을까도 싶은, 또 하나의 추억을 기억하게 하는 책을 읽었다.
‘미 비 포유’의 저자인 조조 모예스 신작인 ‘더 라스트 레터’다.
마지막 편지~
왠지 어떤 기막힌 사연이 들어 있을 듯한 예감은 어김없이 독자들의 감성을 다시 두근거리게 한다.
시대는 전작의 작품처럼 비슷하게 두 시대를 오고 가면서 펼쳐지는 방식인데 1960년대의 제니퍼 스털링과 2003년도의 앨리 하워스의 이야기로 오고 간다.
교통사고를 당한 제니퍼는 사고의 후유증으로 당시의 기억을 잃는다.
남부럽지 않은 광산 사업으로 인해 일취월장 중인 남편 래리와의 결혼 생활은 타인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요, 피티에 여주인으로서 그녀가 지닌 우아함과 도도함, 그리고 미색을 입에 오르내리는데, 도대체 자신이 왜 어디를 가려고 했는지, 남편을 바라보아도 왠지 서막함을 느끼던 차. 자신에게 절절한 사랑 고백을 한 신문기자 앤서니 오헤어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의 관계가 어떤 사이였는지 기억하려고 애를 쓰는 제니퍼,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는 남편을 두고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앤서니에게로 가려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와 함께 하기 위해 애를 쓰는데….
(Brian Hyland – Sealed With A Kiss)
한편 2003년도 앨리는 신문사에서 특집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는 31살의 여성이다.
작가인 유부남과 1년이 넘도록 불륜의 상대로서 관계를 이어가던 중, 어느 날 신문사 이전 때문에 서류를 정리하던 중 오래된 편지를 발견하게 되고 편지의 내용인 앤서니가 쓴 내용 속으로 푹 빠져들게 되고 이 편지의 주인을 추적 끝에 제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
앤서니의 편지는 두 여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매개체이다.
1960년대의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이어나가는 수동형의 제니퍼가 부부로서의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던 무늬만 부부로서 살아가던 그 시기에 열정적인 사랑이란 무엇인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앤서니임을 알아가는 과정과 그에 걸맞은 행동을 옮기기까지의 어려웠던 결단력들을 이루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면 불륜관계를 청산하고 자신에게 올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었던 앨리는 앤서니의 편지로 인해 자신의 위치와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해 나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녀 곁에 다가오는 또 다른 남자 로리와의 관계를 통해서 새로운 다른 사랑을 하려는 용감성을 보여준다.
편지란 오고 가는데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체통에 넣고 다시 답장을 받기까지 며칠이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절실한 기다림 속에 그 안에 들어간 내용을 통해 때론 희망을, 때론 설렘을, 때론 실망감을 느끼게도 되지만 앤서니와 제니퍼의 어긋난 40년간의 이별 시간을 이어주는 것도 또한 편지였다.
사랑의 감정이란 그토록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이기에 때론 신문에서도 보아왔던 믿기지 않은 사실들, 20대 때 만나서 사랑을 하다 헤어진 시간이 너무나 길었지만 백발노인들이 되어서도 만나는, 우리들이 보기엔 여전히 세월의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들이지만 이 책 속에서 보이는 앤서니와 제니퍼의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들은 여전히 헤어질 당시의 모습들만 기억하는 것처럼, 오랜 세월과 시간이 주는 것에 사랑의 감정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 적어도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아름답고 설레는 마음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이 책에선 따뜻한 시선으로 느낄 수가 있게 한다.
서로가 처한 상황과 오해들 때문에 만남과 이별을 겪어야 했던 만큼 오랜 시간을 두고 다시 만난 그들의 사랑의 시선이 마지막 편지가 아닌 진행형으로 이어진 편지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사랑에 빠지게 한다.
인스턴트식의 빠른 전개식의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의 화법의 사랑법도 싱그럽고 재밌지만 오랜 묵은지 맛이 나는 이런 구식적인 패턴의 사랑법도 로맨스물의 전형적인 감동을 준다는 사실, 조조 모예스의 장기가 드러난 작품이 아닌가 싶다
해마다 미인 대회를 거의 모든 나라들이 개최를 하고 자국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으로 뽑힌 사람들은 세계적인 미인대회 출전을 함으로써 자국의 국위 선양을 미(美)를 통해 알린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러 책들에서 다양한 장르를 통해 사회에서 만연되고 있는 공통의 미의 기준에 대한 비판을 꼬집고는 있지만 쉽게 우리의 뇌리 속에 각인된 미의 기준은 솔직히 말해 획일화된 기준이 대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시대에 따라 미인의 형태는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패턴만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루어 볼 때 ‘댄 브라운의 귀환!’, ‘독일 스릴러의 자존심’이라는 평가를 받는 소설가 티보어 로데란 작가의 작품을 대한 느낌은 스릴의 장치를 갖추고 있되 책을 읽고 난 후의 선과 악에 대한 생각, 그 안에서 범인이 생각하고 있던 주장의 근거를 통해 과연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미의 기준도 선의 한 연장선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진다.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기이한 사건들, 멕시코에서 미인대회 출전하려는 여성들을 태운 버스가 납치가 되고 이들 중 일부는 그들이 갖고 있던 미의 얼굴이 이제는 더 이상 아름답다란 말을 느낄 수가 없는 몰골이 흉한 성형의 형태를 갖춘 모습으로 발견이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한쪽 브라질에선 벌 농장에서 벌 떼들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각종 피해가 잇달아 발생하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번지며, 미국에서는 한 때 미모를 자랑하며 모델로서 활동하다 이제는 신경미학이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헬렌 모건의 딸인 매들린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매들린의 납치를 두고 엄마로서 찾으려는 헬렌에게 파트리크 바이시라는 폴란드 남자가 전화를 걸어오게 되고 자신의 아버지인 세계적인 바이러스 백신 주자인 아버지 파벨 바이시의 실종과 연관이 있다고 말하면서 사건의 진상을 밝혀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도대체 왜, 누가 무슨 근거로 이러한 일을 벌였을까?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번지는 디지털 사진에 바이러스가 침투함으로써 각 모든 매체들의 사진의 뒤틀린 모습들이 연달아 발생되는 이러한 발생의 범인은 오히려 쉽게 전반부에서 드러나며 작가는 그 범인이 주장하는 근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아름다움의 상징인 모나리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실제 같이 동거를 하며 연구를 했던 파치올리의 관계를 그리면서 우리들이 통상 황금비율이라고 불리는 것을 발견했다는 사실, 지금까지도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황금비율에 대한 환상과 그에 맞추어 여기저기 성형을 하고 아름다움을 표방하는 원리에 가깝게 접근하고자 노력하는 현대인들의 미에 대한 경각심을 범인의 주장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일깨워준다.
헬기 사고로 자신의 모든 형상이 망가진 남자 파벨, 그가 생각했던 미의 원천지라고 생각했던 모나리자를 미에 대해 숭배하고 미를 쫓아가면서 미에 대한 바이러스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행동에 옮긴 것, 이에 맞서는 헬렌과 미국 FBI밀너의 활동은 이를 저지하려 애를 쓰는 과정들이 왜 댄 브라운의 귀환이란 말을 사용했는지를 이해할 수가 있게 한다.
모나리자 바이러스라 이름을 붙인 미에 대한 바이러스는 현대인들이 ‘밈’이란 현상을 비유하는 것과 같은 뜻으로 불릴 수도 있다는 경고, 거식증에 걸린 매들린의 경우도 그렇고 빼빼 마른 모델들을 보면서 너도 나도 그런 신체를 선망하는 인간들의 미에 대한 인식의 행태들을 종합해 볼 수 있는 이 책은 자연 세계에서의 벌꿀의 역할의 중요성, 자연의 생태가 무너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성의 경고가 스릴이란 장치를 갖추면서도 아름다움을 가진 자가 그렇지 못한 자보다 보다 더 이익을 쉽게 취할 수도 있는 여건, 그것을 바탕으로 산업의 발전, 권력의 힘을 지닐 수 있는 매개가 될 수도 있으며 이러한 것을 갖추기 위해 무리한 힘에 의지해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황금비율에 대한 인간의 선망, 루브르 박물관과 스페인까지 이르는 미술 작품들에 대한 저자의 픽션과 논픽션의 가미가 적절히 잘 구성이 된 스릴 책이 아닌가 싶다.
위도우 – 비밀을 삼킨 여인 피오나 바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6월
부부란 것이 살다 보면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고 얼굴도 닮아간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도 오랜 시간을 같이 살아오면서 상대방의 속 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아가는 시간이 깊어짐에 따른 결과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별개의 독립된 개체로서 다른 성장기를 거친 사람들의 만남은 과연 상대방의 마음을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나? 하는 궁금증과 정말로 내 배우자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책을 접했다.
17살의 어린 나이에 은행원 글렌 테일러를 만난 진은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됐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
남편이 하는 말이라면 무조건 옳은 말이고 실상 남편이 하는 말들은 상황에 따라서도 독자들로 하여금 받아들여지게 하는 힘의 무게가 살아있다.
하지만 은행에서 야동을 보는 바람에 실직을 하게 되고 배달업을 하게 된 남편, 그런 그들 부부 사이에 남편이 어린 여자아이 유괴범이란 타이틀이 붙게 되면서 이야기의 전개가 시작된다.
글렌’의 아내인 ‘진 테일러’. 수사반장인 ‘밥 스파크스’, 기자인 ‘케이트’로 나눠지는 책의 내용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그려지고 사건은 4년 전 남편이 배달 갔던 지역의 ‘벨라’라고 불리는 어린아이의 유괴가 사건의 발단이었다.
추적이 시작되면서 밝혀 올라간 곳엔 글렌이 있었고 글렌의 컴에는 야동과 포르노가 관련된 영사이 들어 있었지만 글렌은 바이러스 탓으로 옮겨왔음을 거듭 주장하면서 무죄를 주장하는데,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법원의 절차를 걸치고 끝내 무죄임을 밝혀진 글렌은 정말 어이없게도 버스에 치여 죽게 된다.
그렇다면 이미 죽은 자에 대한 법의 심판은 고사하고 행방이 묘연한 벨라는 어디에 있을까? 혹시 다른 곳을 팔아넘기진 않았을까? 입양이 됐을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죽여버렸을까?
이야기의 진행은 글렌의 유죄를 밝혀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경찰의 모습과 남편을 끝까지 믿고 모든 말을 함구한 진에게 남편이 죽고 난 후에 진실을 밝혀 줄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교차되면서 그려진다.
남편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는 있지만 정황상 드러나는 현장의 느낌과 불임이란 것에 대한 충격과 아이를 그리워하는 진의 행동, 그런 여파에 아동을 이상한 방식으로 좋아하는 남편의 진심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에 옮기는 한 여인의 관찰로 그려진 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은 심리의 다변화하는 감정의 변화폭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책이다.
세상을 남편의 말대로 따르며 살아가고 있던 그녀 곁엔 이제 남편은 죽고 ‘위도우’ 일명 과부가 돼버린 ‘진’이란 여인의 입에선 과연 글렌의 행동에 어떤 진실이 들어 있으며 벨라는 어디에 있을까? 에 대한 궁금증을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조바심을 내면서 읽게 된다.
생각했던 것처럼 어떤 커다란 사건이 앞에 드러나는 형식이 아닌 한 여인의 입에서 어떤 진실이 나오게 될까에 대한 이야기 진행을 그린 책이라 기존의 어떤 형식을 익히 보아왔던 낯익음도 있고 끝까지 범인이 과연 글렌 일 까에 대한 여러 주변 인물들에 대해 복선을 깔아 놓은 책이라 이런 점에서 스릴의 맛을 주고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긴 호흡에 이르는 영향에 준 이야기의 과정이 약간의 지루함을 준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가정에 몰아친 사건의 여파로 인해 주변부의 따가운 시선과 연일 장사진을 치고 방송 취재에만 열을 올리는 방송가의 모습들, 유괴된 아이의 엄마의 비통함을 넘어서 이제는 어떤 커다란 연례행사처럼 번져버린 다양한 행태의 모습들을 그린 내용들은 범인이라고 밝혀지기 전까지 무고한 사람임을 전제로 할 때 고통을 겪게 되는 또 다른 가정의 모습을 자세히 그려낸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녀의 기나긴 여정의 끝마침, 과연 그녀는 남편의 실상을 제대로 믿었던 것일까, 믿고 싶었던 것일까?
파인더스 키퍼스 – 찾은 자가 갖는다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6월
공짜란 말은 참 인간들의 마음을 현혹시킨다.
예를 들어 길가에서 굴러다니는 500원 동전이나 일십 원짜리라도 일단 돈이란 개념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유혹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때론 이 돈 때문에 커다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가 흔한 것을 보게 된다.
만약, 당신에게 생각지도 못한 돈이 들어오게 된다면?
그 출처는 고사하고 정말로 공짜의 개념인 돈이 굴러들어 온다면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되면서 그동안 여러 가지의 일들에 관련된 생각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은둔의 작가로 불리는 로스스타인의 집에 삼인조 강도가 침입한다.
두문불출하면서 그동안 쌓은 명성을 뒤로 한채 지미 골드 시리즈로 불리는 연작을 계속해 집필해 오고 있었던 그는 삼인조 강도들의 위협에 금고 안의 돈과 뭣보다도 돈보다 더 중요한 자신의 육필 원고만은 필사적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결국 총에 맞고 죽게 된다.
삼인조 중에 유난히 지미 골드 시리즈에 매료되어 저자가 그동안 써온 글에 불만을 품어왔던 모리스 벨라미는 다른 두 명을 연달아 살해하고 로스스타인의 유필 원고 노트와 돈을 모두 가져오면서 돈은 고사하고 육필 원고에 대한 내용과 이 원고의 처리에 관해 고심을 하게 되지만 술을 먹고 저지른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오랜 세월 그의 청춘을 바치면서 교도소에서 살아가게 된다.
시간을 그렇게 흘러서 1978년에 벌어진 이 사건도 잊힐 즈음 20101년에 들어서 어린 피트 소버스란 소년은 메르세데스 차량을 몰고 실업자 취업 박람회에 묻지 마 살인을 벌였던 영향으로 실직과 신체적인 아픔을 지니게 된 아빠와 가장으로서 살아가는 엄마, 어린 여동생 티나와 함께 근근이 살아가던 중 뜻하지 않게 발견된 트렁크 속에 돈과 종이 뭉치를 발견하게 된다.
스티븐 킹의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후속작이며 또 다른 작품의 중간 지점에 해당되는 이 책은 전작에 나오는 호지스 은퇴 경찰이 다시 등장한다.
처음부터 등장하게 되는 책은 아니기에 연작 시리즈치고는 등장의 순서가 중간쯤부터 시작되기에 이 시리즈인 미스터 메스세데스를 읽지 않아도 읽는 데에 있어선 어려움이 없는 독립된 이야기처럼 쓰인 책이기도 하다.
전혀 연관이 없을 줄 알았던 모리스와 소버의 만남의 매개체는 바로 유명 작가인 로스 스타인이 썼던 육필원고이자 유작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크기 마련이고 그 내용이 설사 자신의 취향대로 맞게 쓰이지 않았다 할 지라도 실망만 할 뿐 그 어떤 행동에 옮기지는 않지만 모리스는 예외였다.
아마도 자라온 환경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성장기와 고민, 가정의 불화를 견디게 해 준 안식처가 지미 골드 시리즈였단 점에서 맹목적으로 빠져 들게 된 책의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았다 하여 작가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만일 작가가 그 뒤를 이른 4.5부를 썼다는 점을 알았다면, 아니 그 내용들이 만족에 가까운 설정이었다면 이런 커다란 잘못은 저지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영화 ‘미저리’를 생각하게 할 만큼의 광적인 팬의 모습이 그대로 , 아니 더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가는 모리의 마지막 희망은 출소 후에 만나게 될 자신이 감춰둔 트렁크였다.
하지만 이 모든 일 뒤에 피트란 아이가 있었고 그 사건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호지스 경찰의 등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야기의 가속도가 붙는다.
이 작품 “파인더스 키퍼스 : 찾는 자가 갖는다란 제목은 말 그대로 찾는자가 지킨다라는 의미도 있고, 호지스 경감이 차린 탐정 사무소 이름이기도 하기에 두 가지의 뜻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다.
전작인 범인 브래디의 병원을 꾸준히 찾으면서 브래디의 감취진 진실된 모습을 찾으려는 호지스 경감의 날카로운 촉각이 다른 작품 속에서 어떻게 사건으로 다뤄질지, 위의 작품처럼 광적인 팬에 의해 벌어진 사건 속에서 미국의 불안정했던 금융위기 사건 속에 평범했던 일가족이 돈에 얽히고 유작에 얽히면서 전혀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린 내용은 역시 킹다운 책이란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다.
곳곳에 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히 지키려 발악하는 모리스의 모습만을 놓고 볼 때는 정말 안타깝기도 한 장면이라 스티븐 킹이란 작가가 책을 사랑하는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모습을 잘 드러내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
어렵게 생활했던 피트 소버린, 역시 모리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대목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의 그릇된 광기가 몰고 오는 처참함을 일깨우는 장면이기도 하기에 어쩌면 모리스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피트도 책에 대한 유혹 앞에서 모리스 못지않은 행동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를 상상해 보게 된다.
그렇게에 여기서 끝이 아님을 드러내는 장면은 독자들로 하여금 총체적으로 3부작을 기대하는 이유가 될 것이며 다음 작품인 “End of Watch를 빨리 만나보고 싶단 생각을 가지게 하는 작가의 글 매력이 여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고백’이란 책을 통해서 처음 접했던 작가의 작품이 첫 손에 꼽을 정도로 큰 충격과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이 깊었던 터라 그동안 출간된 작품들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주지 않았다.
이번에 초심의 마음으로 썼다던 책, ‘리버스’를 읽었다.
제목 자체가 리버스라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은 라디오 기능 중에 오토리버스가 생각이 났었다.
만약 리버스란 말이 이 책의 내용과도 통한다면, 과연 작가는 어떤 의도로 이 책의 내용들을 썼을까?
우리는 살면서 부모와 가장 가깝게 접하고 그다음이 자라나면서 또래의 친구들과의 사이에서의 관계를 통해 성장을 해 나간다.
그런 만큼 친구를 통해서 자극을 받기도 하고 그 행동을 따라 해 가면서 자신만의 성장구도를 키워나가는 데에 있어서 친구란 존재는 중요한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니시다 사무기 주식회사의 영업사원인 후카세는 그야말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기 같은 존재다.
있는 듯 마는 듯한 실체, 고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존재를 알아줄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해 도시로 탈출해 살아가는 사람, 열등감에 사로잡혀있다고도 말할 수 있는 그이지만 그만의 독특한 재주가 있다.
바로 커피에 대해선 회사 내에서도 인정을 받을 정도의 맛난 커피 맛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후카세 자신에게 일말의 위안을 준다고도 할까?
덕분에 커피 원두를 고르는 곳 ‘클로버 커피’에서 만난 미호코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미호코가 내민 한 장의 종이로 인해 그의 기억 속의 한편에 묻어 두었던 아픈 진실을 대할 수밖에 없게 된다.
‘후카세 가즈히사는 살인자’라고 쓰인 종이로 인해 후카세는 대학 시절로 돌아가면서 아픈 상처를 더듬어 가게 되는데, 삼 년 전 대학 졸업반이던 때, 후카세와 네 명의 세미나 수업 동기들은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한창 취업이란 전선에 너도나도 응시를 하던 때였고 자신이 원하던 회사에서 떨어지고 실망하던 차, 자신에게 들어온 여행이란 제의를 마지못해 응하게 되면서 합류를 하게 된 것-
부유한 친구 숙부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후카세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술을 못 마시는 히로사와까지 가세하면서 맥주를 마시게 되고 기후의 변화무쌍함은 히로사와의 운전 미숙함이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되는 사건을 겪는다.
히로사와의 죽음을 두고 나머지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맥주에 대한 이야기는 제외한 채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그 후 이 사건은 추모제를 위해 그의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을 만나는 정도의 예를 갖추면서 살아간다.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면 이런 장난의 편지는 누가 썼나? 하고 흘려버릴 문장이 남은 자들의 각기 다른 방법으로 전달되고 이로써 그들은 모두 죽은 친구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후카세의 입장에서 보는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자신의 약한 점을 보완해 주었고 진심으로 자신만의 친구라고 믿었던 히로사와가에 대해 알아가는 후카세가 느꼈던 점들은 보통의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관계,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신이 어떻게 상대방을 생각하게 되고 그 상대방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짝 이다시피 했던 히로사와가의 주변 관계도를 통해서 그 친구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잘못된 생각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여성의 시선이 아닌 남성의 시선으로 그려진 점에서 다르게 다가오게 한다.
끝까지 사실을 밝히지 않고 갈 수 있었던 문제가 한 장의 편지 배달로 인해 다시금 히로사와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게 되는 관점들은 타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일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믿고 의지했던 히로사와라면 과연 진실을 밝혔을까?를 생각하는 대목에서 독자들은 리버스의 의미를 되새겨 볼 것 같다.
히로사와 요시키라면 어쩌길 바랄까? 설령 죽은 게 후카세고, 히로사와가 지금 후카세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까? -p288-
전작인 ‘고백’의 탓이 컸을까? 기대했던 큰 긴장감은 없지만 그 가운데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우정과 인간관계란 틀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 작가의 예리한 감각은 여전하다는 느낌을 준다.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큰 긴장감이나 섬뜩함이 없어도 그 나름대로의 이야기 주제가 선사하는 ‘리버스’의 세계로 흠뻑 빠져들게 할 수 있는 책이다.
독자의 입장에서야 두 손들고 환영인 만큼 다양한 책들의 세계 속에서 펼쳐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이기적이고도 치밀한 고도의 지능 게임은 독자들을 무더위 속에서 잠시나마 빠져나올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이 작가의 작품을, 출판사는 다르게 접한 경험을 잇달아 읽게 된 것도 행운이고, 더군다나 이제는 그 작가만의 스타일을 연이어서 접해 봤다는 기쁨도 잠시, 여전히 스릴이 주는 느낌은 으스스하게 다가온다.
오스트리아 빈 외곽을 둘러싼 비너발트 숲, 1년 전 실종되었던 소녀가 숲 속에서 노부부에게 발견이 되고 10살 정도로 보이는 그 소녀는 클라라로 밝혀진다.
어린 소녀의 등에는 단테의 <신곡> ‘지옥’의 문신을 등에 새긴 채였고 제 8장의 시를 표현해낸 것-
연이어 가까운 그 근방의 숲에서 세 명의 여자아이 시신이 잇달아 발견되는데 이들의 공통점 또한 클라라처럼 등에 문신이 새겨져 피부가 벗겨진 것이 아닌가를 생각할 정도의 끔찍한 모습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사건 담당 검사 멜라니 디츠로 하여금 범인 추적에 불을 지핀다.
한편 독일의 연방범죄 수사국 아카데미에 입소한 자비네는 프로파일러인 슈나이더의 수업 중 알게 된 미제사건을 조사하면서 미해결 사건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하게 된다.
일가족과 애완동물을 몰살하고 토막 내서 새로운 피조물을 만들어 낸 범인, 여대생을 바닷가 한가운데 말뚝에 묶어 놓고 신체를 훼손한 채 밀물에 익사시킨 사건, 30대 동성애자 남성이 펜션에서 인육으로 먹힌 사건….
이 모든 것의 연관성은 과연 무엇일까?
모두 상상을 초월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 그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파헤치다 총에 맞고 사경을 헤매는 남친을 두고서 남친이 알아낸 비밀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실마리를 풀기 위해 이번에도 슈나이더와 콤비를 이루며 사건 해결에 나서게 된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란 두 나라 사이의 연결성 고리를 파헤치면서 알아내는 사건의 결과물에 대한 범인이 뜻밖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단 사실이 새삼 기타 영화에서도 보아왔던 극적 반전의 의미를 느끼게 해 주는 가운데 역시 이 책에서도 아동을 이용한 어른들의 그릇된 세계에 빠진 희생양이 그려진다.
첨단을 자랑하는 컴퓨터에 대한 사건 해결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동시에 법의 구형의 결과물에 따라서 범인이 어떻게 세상에 다시 나가면서 벌어지는 또 다른 희생양을 선택했다는 데서 아이러니한 법의 한계성, 남겨진 자들의 복수에 찬 또 다른 희생양에 대한 보복성 살인들은 조종이라는 역할을 할 사람들을 선택해서 교묘히 빠져나간다는 구성이 또 다른 범인의 실체는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연상 두뇌회전을 하게 만드는 장면 장면들이 재미를 준다.
악마의 기질을 가진 자, 감옥에 있는 자를 편지를 통해 서로 교신하고 이를 범죄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언뜻 ‘한니발’을 연상케도 하지만 빈틈없이 사건 처리를 해결하려는 자와 증거 인멸을 하기 위해 도망치는 범인간의 대면 장면도 스릴을 느끼게 해 준다.
두 나라 간의 공조 수사를 하게끔 만든 설정도 전 작품과도 동일하게 이뤄지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가진 주인공들의 하나하나 살아 숨 쉬는 특성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작가의 글 솜씨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단골 소재인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을 응용한 점, 또한 정의로운 자와 법 망을 이용하고 빠져나가는 자 간의 매개 구실을 하는 소재인 만큼 이 한여름에 책 두께가 두꺼우면 어떤가?
과연 고귀한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들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제목에 마땅한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하긴 무시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울분에 차서 법에 의해 과중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속을 터놓고 내 안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줄 수 있는 지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행복한 일이지만 가끔은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가 있다.
여행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아마도 이번 여행을 마치면 다음 여행에서 쉽게 만나 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 굳이 비밀이 아니더라도 내 얘기가 어디 돌고돌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는 확률에 의거해서인지도 모른다.
공항 라운지 바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남녀, 사업에 성공한 사업가 테드는 붉은 머리에 깡마르고 묘한 초록 눈빛을 띠고 있는 릴리 킨트너란 여인을 만난다.
자신을 윈슬로 대학에서 문서 보관 담당 업무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녀, 테드는 우연히 그녀와 얘기를 나누게 되면서 자신의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 그에 대한 분노와 아내를 죽이고 싶다는 말을 꺼내게 된다.
이야기를 듣던 릴리는 테드에게 결심이 확고하다면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집을 짓는 시공업자와 바람 난 아내에 대한 배신감, 이후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의 행동에 대한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는 테드는 릴리와 만나게 되면서 차츰 계획을 하게 되는데..
책의 구성은 처음 릴리와 테드의 각자 시선으로 그려지다가 이후부터 등장하는 인물들의 시선이 번갈아 나오면서 이야기의 구성이 이루어진다.
왜 릴리란 여인은 살인 계획에 동조를 하는가?
여기엔 읽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기다리고 있고, 이후 마주치는 두 인물들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두뇌 싸움, 과거와 현재가 겹치면서 사건의 진행에 있어서의 타당성을 부여하는 흐름이 이어지지만 과연 릴리가 생각하는 기준에 의거해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옳은 행동의 처사인가를 두고 생각할 때는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동기가 약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아주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는 릴리가 가지고 있는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의 기준점이 혼란스럽게 다가오는데서 이 책의 구성은 그렇게 미친 듯이 독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타 책들에서 보이는 어느 정도의 흐름을 예상하는 장면도 있지만 이 책은 그런 범주에서도 약간은 벗어난 듯한 진행의 완벽성을 갖추고 있고, 최후까지 철저하게 자신을 방어하는 그녀의 행동은 섬찟하게 다가오게 만든다.
릴리의 과거와 현재의 릴리, 다시 해후하게 된 미란다와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지…
읽으면서 모처럼 정신없이 읽어 내려가게 하는 흡입력이 좋은 책이며 이런 류의 소설들을 접함으로써 더위를 모르고 읽어갈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종말을 다룬 책들과 영화들을 그동안 읽고 봤지만 이 책은 그런 범주에서 좀 특이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종말 전과 종말 후의 세계가 서로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보이면서 내뿜는 이야기들은 ‘로드’란 책과 비슷함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로드에서 보이는 삭막한 분위기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의 모습들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어떤 특정한 장르를 표방하기는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이야기를 보인다.
유명 배우인 아서가 리어 왕 연극 도중에 심장마비로 쓰러진 그때, 한쪽 병원에선 조지아 독감이라 불린 병으로 인해 사람들이 손 쓸 힘도 없이 모두 죽게 되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로 인해 전 인류가 멸망하게 되고 세상은 문명 종말이란 것을 맞게 되지만 이 가운데서 생존자는 살아 남아 삶을 지탱하며 살아간다.
20년이 흐른 후의 생존자들 중에는 아서와 함께 공연했던 여자 아이가 자라서 “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라는 문장을 마차에 달고 공연을 하는 연극단에 동참하면서 그들은 언젠가 말로만 듣던, 아니면 먼 기억 속의 흐릿한 감각을 지탱하면서 ‘문명 박물관’ 쪽으로 행로를 향해 가게 되는데….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각양각색의 편리한 문명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곁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몰랐다가 모두가 흔적조차도 없어졌을 때의 소중한 가치를 느끼게 해 주는 일렬들의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며, 이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해도 여전히 인간들의 삶 자체는 진행이 된다는 점이 다른 소설에서 보는 암울한 미래의 모습과 비교되는 책이기도 하다,
문명 박물관이란 것이 바로 독감으로 인해 비행기가 연착되어 공항에서 머물거나 이웃해 있던 사람들이 놓고 간 우리들의 실 생활에서 보던 물건들로 전시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사뭇 이색적으로 다가오게 만들며 타 책에서 보이는 생존을 위해 서로 죽이고 다투는 장면 없이 천천히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 종말 후의 풍경과 더불어서 잔잔함마저 전해주는 책이기에 기억에 남게 한다.
멸망했다고 남겨진 자들도 죽어야 하는가? 아니면 무엇을 위해 인간들은 지속된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삶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 를 연신 묻게 되는 이 책은 삶이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고, 이에 순응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어린 소녀가 아서에게 선물 받았던 만화가 그려진 ‘스테이션 일레븐’이란 책이 이 책과 연관된 인물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계속 이어지는 여정 또한 우리네 인생행로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의 마침을 다하는 순간까지 우리들은 열심히 삶이 주어진대로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일상의 보통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를 느끼게 해 주는 책…
각 분야에서 찬사를 받았던 책인 만큼 기존에 접했던 디스토피아를 연상해 책을 읽게 된다면 그런 류가 아니기에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의미로 느낄 수 있는 책이란 점에서 디스토피아의 다른 분위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복수 중에서도 뭔가 화끈하게 다가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소재의 내용도 역시 강하게 와 닿는다.
책은 두 명의 인물 중심으로 보이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발터 솔라스키 형사 시리즈로 서막을 알리는 이 책은 1권에 해당이 되겠고, 주인공인 폴라스키는 아내를 병으로 잃은 후, 어린 딸과 같이 시간을 내며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강등을 지원한 경찰이다.
먼저 현장에 가서 대충 사건의 형태라고나 할까, 서류전형의 처음 부분을 다룬다는 위치에 서 있는 격인데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특정 질환 전문 정신과 병원에서 자살 사건이 일어난다.
19세로 이름은 나타샤 좀머라 불리는 여인은 다중인격장애로 불리는 해리성 정체 장애를 앓고 있던 환자였다.
그녀가 왜 자신의 왼팔에(왼손잡이임에도 불구하고) 수위가 높은 주사량을 맞으면서 죽었는지에 대해 조사하던 중 오랜 감각의 경험상 자살이 아닌 살인 사건처럼 느껴진다.
이에 병원의 다른 환자를 조사하던 중 바로 며칠 전에 다른 환자가 심장마비로 죽은 것을 발견하게 되고 두 환자가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이곳에 오게 된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수사의 범위는 넓혀지게 된다.
한편 오스트리아 빈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에블린은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감금당하고 성폭행당한 상처, 부모와 여동생을 모두 여의고 간신히 살아남은 존재다.
자신의 멘토로서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던 상사가 자살로 죽게 되고, 자신이 맡았던 사건의 현장 사진을 우연히 보다가 어떤 소녀가 찍힌 것을 주시하게 되는데….
요즘 연일 유명인들의 성폭행 사건으로 시끌벅적하다.
외국에 나가 있는 운동선수도 이런 사건에 연류 되어 더욱 충격적인 가운데 이 소설은 소아성애자들을 노리는, 인간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찾아 복수를 감행하는 어느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외국의 경우엔 특히 법의 형량을 무겁게 내리는 형벌 중의 하나가 성폭행 사건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러한 사건 자체에 대한 인식을 깊게 생각하고 있으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란 말을 철저히 지키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데서 어느 정도의 법의 형평성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되는데, 이 책에서 그려지는 어린아이들, 특히 고아 거나 길거리 아이들을 데려다 크루즈에 태워서 사회 유명인사들을 데리고 여행이란 명목하게 철저하게 유린한 과정에서 죽어 가야만 했던 아이들의 현장, 모두가 죽었거나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살아가야 하는 안타까운 이야기들의 구성이 시종 두 사람의 활약과 범인의 의도를 드러내 보이는 심리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돌아간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란 두 나라의 연관성이 없을 듯한 만남은 이 두 사람이 사건 해결을 하는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고 서로의 사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밝혀지는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또 다른 충격에 휩싸이는 에블린의 심정이 드러나는 대목이 독자들로 하여금 기로에 서게 만든다.
자신의 가족을 몰살시킨 그 범인은 고작 여동생 나이보다 2년 더 형량을 마치고 나왔을 뿐, 자신에게 남겨진 상처는 아물지를 못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의 감정을 외면하는 에블린의 마음이 그려진다.
범인을 만나고 그 범인이 살인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유일한 사건 해결의 마침표라 생각하는 폴란스키의 생각과는 같은 동조를 하면서도 자신이 당한 것을 기억하고 살아가는 그녀가 범인을 막아야만 한다는 역설에 갈등을 하는 부분들은 법의 형량이 아무리 제대로 선고가 된다고 하더라도 남겨진 이들의 아픔은 누가 보상을 해 주어야 하는지, 스스로 과거와의 인연을 끊고 과감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란 한계에 에블린이 느꼈던 한 순간의 고민과 갈등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에서 보이는 10년 후에 복수를 벌이는 범인의 아픔은 여전히 독자들로 하여금 안쓰러움을 안겨준다.
금발의 머리에 가냘픈 몸매, 어린 남동생이 자신 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게 된 여자 아이의 충격은 컸을 터, 그럼에도 여전히 잘 살고 있던 인간말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죽음은 조금 이나마 속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다. (나만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