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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신저 23

패신저23

패신저 23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6년 9월

독일의 스릴러를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제바스티안 피체크-

 

그가 또다시 새로운 작품으로 우리들 곁에 돌아왔다.

그것도 기존의 스릴과 함께 이번에는 전혀 새로운 공간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해외여행의 자유화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욕구 충족의 패턴은 점차 선진국형으로 바뀌어가게 되는 와중에  그중에서 가장 선망의 대상인 수 송지로서의 새로운 영역이 바로 크루즈다.

항공모함을 연상케 하는 대규모의 크루즈의 경우엔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나라란 생각이 들 정도의 어마어마한 수송인력과 각종 여러 가지 설비들을 갖추고 있기에 망망대해를 떠다니면서 어떤 곳에 잠시 기항을 하고 내리면서 겪게 되는 온갖 신기한 장면들을 보는 재미~

 

말로만 들어도 흥분을 감출 수가 없는데 만약 이러한 배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면?

요즘 방송에서 보면 고기 잡는 배에서의 살인 사건도 종종 뉴스를 통해 들어보긴 했지만 이러한 어떤 결과물의 범인들이 잡히지 않고 그저 실종 상태로 결론이 난다면, 아마도 그런 경우를 당한 가족들의 슬픔을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시신 확인조차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달랑 실종이란 두 단어에 의지해 상실의 슬픔 속으로 빠져들어 일상생활에서의 무의미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잠입 수사관 마르틴의 경우가 그렇다.

 

5년 전 술탄호 크루즈 여행에서 아들을 죽이고 그 자신조차도 바다에 몸을 던진 아내의 죽음은 그에게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그러던 어느 날 게를린데 라고 하는 노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다시 잠입 수사원으로서 승선하게 된 마르틴은 그  배 안에서 자신의 아들인 티미가 갖고 있었던 곰 인형을 가지고 있던 아누크라는 여자 아이를 만나게 된다.

사실 아누크는 배 안에서 이미 실종으로 처리된 된 지 8주가 되었고 그의 엄마도 같은 상태로 사건의 해결은 완결 지어진 상태였지만 어떻게 실종된 자가 긴 시일이 지나고 다시 배 안에서 나타난 것일까?

우연히도 발견한 이 여자아이를 극히 일부부만 아는 비밀 격리실에 수용을 한 채 마르틴은 어쩌면 자신의 아들과 부인, 그리고 이미 온몸에 강간의 상처를 입은 채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던 아누크와의 대화를 시도해 보려는 노력을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이 와중에 같은 배에 승선하고 있던 율리아는 그녀의 딸인 리자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일이 발생하자 마르틴은 배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종의 어떤 느낌을 포착하게 되는데…

 

크루주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실종사건이 교묘히 결합된 이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과 실제 이러한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실종)벌어진다는데서 소재를 착안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전혀 특수 기동대의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의 시간적인 촉박감, 그리고 여전히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인간성 본질의 무너짐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그려낸 소설답게 그동안 반대적인 상황을 그려보지 않았던 나에겐 뜻밖의 사건들의 나열이어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부모, 특히 아버지가 자녀에게 행하는 강간을 주제로 한 사건들의 소재는 많이 접해봤지만 이번에 그려진 이 소설 속의 행태들은 반대적이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소재로 다뤄졌던 것에 이미 익숙해져 버려 사건 자체의 본질인 인간 본성 안에 내재된 그릇된 행동들을 너무 간과해버린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어리고 힘없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기댈 곳이라곤 부모가 유일한 버팀목일 텐데 부모들 중 한 명은 이미 이성을 잃어버리고 죄의 세계로 발을 디뎠다는 설정 자체가 커다랗게 밀려오는 파도의 힘에 의지해 배를 운항해 가는 크루즈란 공간에서 더욱 섬뜩하게 다가오게 만들고, 처절한 복수와 살인,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결코 어느 문장 하나 놓칠 수없게 만드는 저자의 힘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평균 23명이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버린다고 하는데서 유래된 패신저 23은 책의 제목처럼 소리없이 정말로 자살로 죽음을 마감한 것인지, 누가 쥐도새도 모르게 살인을 저지르고 바다에 시신을 버렸는지에 대한 온갖 추측을 하게 만든 용어가 아닌가 싶다.

 

배의 운항상의 어려움을 타개해보고자 비밀리에 만든 수술실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속사정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을 받고 새로운 신분으로 세상을 나서게 만들어주는 행위, 그 안에서 온갖 파티와 호화스러운 갖은 즐길거리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서 알게 모르게 자취를 감추어버리는 상황을 스릴이란 장르에 버무려 맛깔스럽게 만든 작품은 크루즈에 대한 환상을 한 수 접어들게 하면서도 여전히 매력적으로 묘사한 장면들 때문에 끌리게 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와 범인과 맞대면한 마르틴의 입장에서 분명 범인은  범인으로서 잡아야 하지만 결코 잡을 수없게 만드는 상황 자체의 에필로그는 앞의 프롤로그 못지않게 ‘법’ 적인 테두리의 허점을 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책 한 권을 통해서 제대로 크루즈가 어떤 구조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상상의 공간도 맛볼 수 있지만 여전히 거대한 자연 앞에 도전하는 인간들의 모습들도 보는 것과 동시에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탐욕과 오만, 그리고 살인의 실체를 같이 보는  책의 구성은 제바스티안 피체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기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