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6년 10월 17일

영국 양치기의 편지…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양치 영국 양치기의 편지 – 대자연이 가르쳐준 것들
제임스 리뱅크스 지음, 이수경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몇 해전에 대관령 목장을 관광차 들렀던 적이 있었다.

비는 종일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였지만 양들이 함께 모여 있는 우리를 보려고 너도나도 비를 맞으며 중국 관광객들 틈에 끼여서 보았던 양들의 모습이 이 책을 읽으면서 겹쳐 보인다.

 

어릴 적의 알프스 하이디에서 나오는 양들의 모습을 기대했던 나에겐 당시 양들이 품고 있는 특유의 동물적 냄새와 워낙 사람들이 많이 오다 보니 무감각해져서 그런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풀들을 연신 먹어대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의 높은 고지대의 대관령에서 불어닥치는 비바람과 푸르다 못해 시린 풀빛들, 건초더미와 함께 모여서 이리저리 울며 야금야금 먹어대던 양들의 모습이  진짜 양치기의 손에 의해 그 모습이 쓰인  글들을 접하니 새삼 책 표지의 컬러와 함께 가슴속으로 공기의 양이 넘쳐 흐름을 느끼게 된다.

 

저자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영국 레이크 디스트릭트라는 곳으로 국립공원 안에는 양치기가 있다고 한다.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구수는  43000명이지만 외지 방문객은 연간 1600만 명에 이른다고 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자연과 양들이 어울려 사는 모습을 보려고 몰려드는 관광지로서도 유명하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이 지역에 대한 소개는 정확하게 잘 그려진 한 폭의 그림 같단 생각이 들 정도 저자가 그리는 이 지역의 생태와 그 안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심 속에서 지친 심신을 풀어주는 릴랙스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양치기2

 

적어도 3대가 그 지역에 살아야 인정을 받는 곳답게 저자는 사계절의 모습 속에 드러나는 일상 삶에 대한 모습들을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근간에는 어릴 적 할아버지와의 추억과 위대한 산과 같았던 할아버지의 죽음을 보게 된 저자의 성장과 더불어서 곧 그 자신이 이 곳을 벗어나 대도시로의 삶을 지향하기 위해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삶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곧 결국 고향에 돌아오게 되면서 양들과 함께 하게 된 삶의 일상적인 모습들은 양을 키우면서 양치기의 우선이 아닌 철저하게 양들을 먼저 , 그리고 땅을 우선시하는 자세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양치기의 첫 번째 규칙 : 내가 우선이 아니라 양과 땅이 우선이다.
두 번째 규칙 : 상황이 항상 내 뜻대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규칙 : 그래도 군소리 말고 계속 일한다.

 

언뜻 보면 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 말할 수 없는 양들을 대상으로 양의 출산서부터 성인 양으로 키워지기까지의 양치기 자세,  비록 이것이 어느 한순간에 이뤄진 성공적인 도시 삶과는 다르지만 거대한 자연 앞에서 같이 동조하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자연과 함께, 그리고 양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양치기1

 

또한 너무나도 유명한 피터 레빗의 작가인 포터가 후원했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자연경관과 양치기들의 일심동체의 삶의 포착은 외지인의 눈에 볼 때는 무척 신선한 느낌을 주게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지역의 소식들과 양들의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시작한 이 양치기 신분이란 이름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한 저자의 삶, 또한 쉽게 도심을 버리고 오기란 쉽지만은 않았을 터인데도 이 곳에 조상들이 살았고 자신 또한  이 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용기가 대단하단 느낌을 준다.

 

무려 600년 동안  레이크 디스트릭트 목장을 운영한 저자의 가문도 대단하지만  이 곳에서 오랫동안 자연과 더불어 삶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생초보 양치기로서의 시작이 이제는 전문적인 양치기로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 목장 안에서도 삶의 탄생과 죽음을 통해 자연의 이치란 섭리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모습들까지도 ‘월든’의 영국 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좀 더 나은 생활의 편리를 위해 자연의 일부분을 훼손하면서까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 시대에 자연의 소중함과 위대함, 그리고 그 거대함 앞에서 겸손과 한 몸으로 같이 살아가는 이 곳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