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 ㅣ 형사 베니 시리즈 2
디온 메이어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6년 10월
베니 그리설 시리즈 2부에 속하는 책이다.
전 작인 ‘악마의 산’에서 사건을 해결하고 술을 끊은 지 156일째가 되는 베니-
여전히 아내 안나와의 사이는 평행선을 달리고 딸은 런던으로 새로운 경험과 여행을 하고자 떠난 상태인 나날들…
경찰 경위로서의 몸을 담고 있는 가운데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맡게 된다.
묘하게도 두 사건을 담당하는 두 후배들 사이를 오고 가며 사건을 해결하려 애를 쓰는데, 두 가지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이 되어 벌어진다.
한 소녀가 산을 넘어 누군가를 피해 배낭을 지고 도망을 치고 있다.
산책 길을 나선 한 부인을 만나게 되고 경찰에 연락해줄 것을 부탁하곤 급히 다시 사라지는 소녀, 그녀의 이름은 레이첼, 친구가 살해되면서 흑인과 백인들로 이루어진 젊은 청년들로부터 추적을 받기 시작한다.
한편 남아공의 대표적인 음악 대표로서 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권위자인 애덤이 자신의 자택에서 총에 맞은 채 죽은 시체로 발견이 된다.
발견 당시 알코올 중독자인 아내의 손에 애덤의 총이 쥐어져 있었고 아내는 결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곧 경찰의 조사가 시작이 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건 속의 연관성은 무엇일까?
책의 두께가 전 작과 같이 벽돌의 두께를 연상시키지만 이야기의 본격적인 연결성은 중반이 넘어가서야 전작인 ‘악마의 산’처럼 드러나게 된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자신의 나라가 안고 있는 역사적인 인종적인 분열 문제와 정치권의 세력 다툼이 누가 쥐느냐에 따라서 인종 간의 권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느 인종을 우선적으로 선별해 혜택을 줄 것인지에 대해 대표적인 경찰계의 알력을 보여주며, 아프리카 음악계의 여러 분야를 다양하게 들려주고 그 안에서의 이권과 음반계의 어두운 내면과 탈세를 감추려 벌어지는 속삭임들을 두 가지 이야기를 통해 잘 버무리고 있다.
처음 새벽 5시 36분에 시작했던 이야기는 저녁 7시 51분에 이르러서야 사건 해결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루의 13 시간 안에 긴박하게 돌아가는 두 가지 사건의 멘토를 해주랴, 안나와의 만남을 통해 전혀 뜻밖의 새로운 충격에 휩싸이는 일들까지, 시종 베니를 가만두지 않는 저자의 글 속성상, 독자들은 여전히 남아공이 품고 있는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접 경험할 수가 있게 한다.
누구에게는 결코 잊지 못할 피 말리는 시간…
레이첼은 과연 무사히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인지, 애덤과의 관계는 있는 것인지, 경찰까지도 믿지 못하는 배낭 여행객으로서의 타국에서의 생명의 위험성을 느낄 만큼 그녀가 간직한 비밀은 무엇인지, 독자들을 애가 타게 만드는 저자의 이야기 비밀들은 사건 하나에 엮인 다양한 인종들의 아픈 사연과 그 아픈 사연들 속에는 아프리카의 각 나라가 지닌 정치적인 현황에 맞물린 힘없는 보통의 국민들이 겪는 비참한 삶을 폭로하고 있다.
여전히 인종 간의 불평등한 차별은 언제쯤 해결될 수 있을지, 소수 우대자 정책에 의한 흑인 위주의 선별 정책에 의해 한 직으로 밀려나다시피 한 백인 베니의 사정도 그렇지만 여기선 혼혈인들의 분통 어린 애환이 담긴 대목들이 인상적이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없었을 당시엔 백인들이 우세하더니 정책 실현 후에는 흑인 우대정책으로 바뀌면서 백인들 틈에 끼이지도, 그렇다고 흑인들 틈에 끼지도 못하는 혼혈인들을 멸시하고 같은 경찰 직이라 하더라도 서로의 파트너를 거부하려는 머리 속에 박힌 인종 정책의 현실은 남아공의 또 다른 여건을 들여다보게 된다.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촉을 세우는 베니의 행동 속엔 분명 경찰로서의 사명감이 들어 있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 볼 때는 한없이 나약하고 위축된 삶 속에 이제는 별거를 통해 또 달리 생각하게 되는 결혼의 의미와 자식들의 문제들을 고민하는 아버지로서의 책임감들을 통해 여전히 우리들 아버지의 모습들을 생각하게 한다.
두 가지 사건 속에 현재의 남아공 실태를 잘 보여준 저자의 글을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책, 마지막 3부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