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처럼 희다 ㅣ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2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조용히 투명인간처럼 사는 것’-
이것이 생활신조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십 대 소녀 루미키…
스노우 화이트 트롤로지의 시리즈로 전 작인 1편에서 우연찮게 엮인 사건인 ‘피처럼 붉다’에 이어 루미키는 모처럼 이 사건을 뒤로하고 홀로 프라하로 여행을 떠난다.
프라하라…
멋진 고성과 중세 동유럽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그곳에서 루미키는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그녀 곁에 자신의 언니라고 밝히는 한 여자가 접근을 한다.
나이는 20세로 이름은 젤렌카라고 말하는 그녀는 루미키의 아버지가 프라하 여행 중에 만난 자신의 엄마와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라고 하는데, 루미키의 입장에선 솔직히 의심스럽기는 당연한 것.
하지만 자신의 가족사에 얽힌 왠지 모를 쓸쓸함과 겉으론 평온해 보여도 속에선 어떤 커다란 비밀스러운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루미키에겐 언니라고 밝히는 존재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정말 조용하게, 차분한 여행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 싶었는데, 루미키에겐 그것마저 타국 땅에서 가만 놔두질 않는다.
화이트 패밀리라고 불리는, 자신들이 예수의 핏줄이라고 주장하는 컬트 종교단체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생사를 오가는 프라하의 추격전은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 같은 장면을 연상시킨다.
뭔지 모르지만, 정말 자신의 언니일지도 모른단 생각에 두서없이 뛰어든 사건의 현장 속으로 달려가는 루미키는 백설 공주에서 차용된 모티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 해석을 한 이야기로써 독자들의 새로운 이야기 세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현란한 동작도 없고, 그렇다고 뛰어난 무술 실력도 갖춘 것 없는 평범한, 아니 오히려 왕따를 당한 아픔 속에 홀로 자신이 살아갈 길을 찾아야 했던 청소년기의 십 대 소녀인 루미키의 이야기는 그 나이 때에 어울리는 첫사랑에 대한 아픔과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생각에 잠기는 평범한 소녀의 인상도 함께 보여줌으로써 상반된 성격 속에 잠재해 있던 소녀감성의 또 다른 루미키를 대하는 맛을 느낄 수가 있게 한다.
자살로써 신의 지시를 따르려는 종교 집단, 그 안에서 자란 젤란카를 구하기 위해 사건 속으로 뛰어들게 된 루미키의 활약은 자신의 방송 야욕을 이루려는 또 다른 음모를 노린 방송계의 인물과 엮이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이 집단과의 연관성까지 밝혀내는 과정들이 새롭게 그려진다.
전편에 비밀에 쌓였던 남자 친구 블레이즈와의 이별은 다시 해후로 이어질 수 있을지, 결코 엮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림형제의 동화인 ‘흰 눈과 붉은 장미’에서 나오는 자매간의 이야기가 루미키가 젤란카를 결코 외면할 수없었던 비유를 그림으로써 독자들에게 동화적인 이야기 속에 현실적인 차가운 냉혹한 현실을 그려낸 책이라 상반된 이미지를 모두 그려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성인으로 가기 위한 한걸음을 내딜 적마다 새롭게 부딪치는 사건의 연결성..
과연 루미키는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자신의 가족사에 얽힌 비밀과 사랑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다음 3편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족을 붙이자면, 먼 나라 핀란드에서 살아가고 있는 루미키, 그녀 역시 요 네스뵈의 팬이란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