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6년 11월월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아침에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사노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수필가로 유명한 사노 요코의 에세이-

당시 이 책을 쓸 때의 나이가 40대이고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작가이지만 글 속에 담긴 저자의 색채는 솔직하다 못해 상대방이 얼굴을 붉힐 정도의 당당하고 돌직구적인 말들이 많이 담겨 있는 책이다.

 

원제는 <<내 고양이들아, 용서해줘>>라고 하는데 국내 제목이 더 따뜻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저자

고양이1

 

저자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들 할머니들이 겪었던 격동의 전쟁 시대와 고스란히 닮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베이징에서 태어나 전쟁 중에 먹었던 음식, 태어난 연도로 보면 그 당시 무척 획기적이고 도전정신이 강했다고 여겨질 만큼의 외국 유학생활, 아버지의 말대로 예쁘게 태어나지 않아 미래에 먹고 살 걱정거리 없이 어떤 재주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미술을 전공했지만 디자인 쪽과는 멀다는 것을 느끼고 판화 쪽이나 그림 쪽으로 선회 해서 오늘날에 책을 내기까지의 사연들이  전개된다.

 

고양이2

에세이다보니 어떤 특별한 주제 없이 당시 저자가 느꼈던 40대에 들어서면서 가졌던 기억과 회상들, 그리고 뜻밖에 결혼을 일찍 하게 되고 , 아들을 낳으면서 느끼는 모정이란 감정 앞에 당신 자신보다는 아들이 80이 되었을 때를 상상해 그려보는 글의 대목에선 엄마의 마음이 무엇인지 울컥하게 만드는 장면도 들어있다.

 

고양이를 많이 그려서인지 책 속에는 내용 속에 고양이 그림이 각기 개성 있게 그려져 있고 왜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고양이를 그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아들과 얽힌 사연, 어린이 그림책을 그리는 이유와 글 속에 드러난 누구나 느끼는 평범한 일상들을 그녀만의 세밀한 관찰력을 복원해 낸 글들이 돌직구 할머니답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고양이3

 

시간이 그저 흘러가기에 무심코 보내버리는 ‘시간’에 대한 생각은 《사는 게 뭐라고》, 《열심히 일하지 않겠습니다》와는 또 다르게 와 닿는 부분들이 있기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 시간을 본 사람은 없는데, 어떻게 시간이라는 이름을 지었을까.

시간이라는 말이 생겼을 때, 내가 그곳에 있었더라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바람을 본 적이 없는데 어릴 때부터 바람을 알고 있는 것처럼 어릴 때부터 누구나 시간을 알고 있다.

(중략) 시간이 딱 적당한 정도로 사람을 따라가는 일은 정말로 드물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시간이 부족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시간은 헐렁한 양복 같을 게다.-P62~63

 

 

막상 죽음에 대한 선고를 듣게 되면 당사자로서의 생각은 그다지 밝지 못할 텐데도 역자의 말을 빌리자면 죽기까지 2년의 시간 동안 정말 즐겁게 살다 간 저자였다고 하니 솔직하고 시원한 성격답게 아마도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그 연장선에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의 기억의 파편들을 드러낸 글들은 여전히 활기가 넘쳐흐르는,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글의 향기는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파리에 비가 오면,,,,,

피리에비가

  파리에 비가 오면
현현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가을은 남자의 계절?

한 때는 이 말이 무척 정답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처럼 가을이 주는 분위기는 봄보다는 무겁고 약간의 사고력과 논리를 중시하는 것과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지만 이제는 이런 분위기도 옛 말이 아닐까?

 

추남, 추녀..

당연히 가을이 주는 분위기, 특히 오늘처럼 비가 올 것처럼 잔뜩 하늘에 구름이 무게를 잡고 언제든 내릴 것만 같은 이런 날에는 이런 그림이 곁들인 책이 안성맞춤이다.

 

비1

 

네이버에서 운영하고 있는 ‘그라폴리오’ (그랜드(Grand) + 포트폴리오(Portfolio)에서 2014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현현 작가의 일러스트가 풍성한 책이다.

본인 자신의 전공을 저버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했을 때, 지금을 곁에 없지만 든든한 용기와 힘을 주었던 사람을 그리면서 그린 한 폭, 한 폭에 담긴 사연들은 촉촉한 감성을 물씬 풍기게 한다.

 

비2

 

비3

 

누구나 만남과 이별을 겪으면서 긴 여정을 이어나가는 것이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특히 자신에게 잊지 못할 그리움과 추억, 그리고 당시에 같이 했던 모든 것들을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긴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이 책을 통해서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을까?

 

비4

 

사계절의 시간을 거치고 다시 봄이란 계절이 오면서 맞는 , 그 당시의 저자의 추억은 이렇게 감성 어린 따스한 색채와 때론 정반대의 무채색의 그림을 통해 같으면서도 상반된 분위기 연출을 시도해 놓은 책이다.

 

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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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누구나 그곳에 가면 낭만적인 시인이 될 수도 있는 곳, 서둘러 바삐 지나가는 파리지엔들을 뒤로하고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이국의 땅에서 맞는 비는 그때의 상황에 따라 다를지라도 아마도 ‘사랑’이란 공통분모를 통해 느끼는 이별의 감정과 상실감,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있었던 그곳에 대한 추억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색채로 표현되지 않을까?

(실제 파리에서 비를 맞아본 사람들 중, 저자와 같은 이별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될 수도 있겠으나 실제 비를 맞아본 소감은 한국과 별 차이는 없다는 현실성의 사실이 조금은 삭막하게 느껴지려나?^^)

 

 

저자는 실제 파리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하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의 파리에 대한 느낌을 다시 감상할 수 있는 색채가 아름답게 다가온다.

 

비6

 

쓸쓸히 떨어지는 낙엽들을 뒤로하고 점차 깊어가는 늦가을의 정취와도 정말 잘 어울리는 책, 이 책 한 권에 푹 빠져 다시금 파리의 인파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하는 책이다.

                                                                                                                          
                                            

 

임신중절

임신중절

임신중절 – 어떤 역사 로맨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 송어낚시’ 를 통해서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로 이름을 알린 저자의 이 작품은 기존의 작품에서 보아왔던,  그가 표현해내고자 했던 문학의 연장선으로도 여겨질 만큼 이야기의 주제는 연애와 관련된 소재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의  또 다른 어두운 면을 묘사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31살의 ‘나’는 28살부터 도서관에서 일하고 잠자고 생활하는 생활을 해오고 있다.

도서관이라 함은 책을 소장하고 정리하고 대출해주면서 다시 신착도서에 대한 정리를 하고 그 밖에 여러 도서관 행사에 관한 일정들을 검토하면서 일하는 곳이란 생각과는 달리 ‘나’가 근무하는 도서관은 특이한 곳이다.

 

일명 책으로 출간되지 못한 모든 사람들이 쓴 원고와 문서를 받아주고 그들이 원하는 도서관 장소 아무 곳에나 두고 가는 방식을 취하는 곳이다.

따라서 대출도 없고 신착이란 개념도 없는 그곳에서 만족을 하며 살아가는 가운데 어느 날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을 가지고 온 바이다란 여인을 맞이하게 되고 그녀가 느끼는 그녀만의 신체적인 결함(사실은 육체적으로 무척 섹시하며 모든 시선들을 집중시키는 자신의 몸에 대한 좌절을 가지고 있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연애라는 것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곧 임신이란 문제에 봉착하는 두 남녀-

아직은 아기를 가질 준비가 되어 있질 않고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중절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분량은 짧지만 마치 로드무비 형식처럼 처음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서부터 만남, 사랑, 연애, 임신에 이르는 과정과 중절을 위해 멕시코로 가서 중절을 받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일을 치른 후에 다시 두 사람이 어떤 환경에 처하게 되는지를 그린 이 책은 기존의 작가가 주장한 것을 내포하고 있다.

 

 

 

도서관 밖을 한 번도 나서지 않았던 ‘나’, 한정된 공간 속에서 살았던 내가 임신중절을 위해 밖을 나서게 되고 기존에 여전히 있었던 길의 바닥 감촉을 느끼는 사회적 물질이란 감정,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일을 통해 느끼는 물질의 혜택, 자신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겪는 같은 공간 속에서의 임신중절 현장을 보면서 느끼는 세 번의 임신중절이란 부분에서는 저자가 그린 이 책의 최고 순수함과 생명에 대한 저버림을 비판한 장면이 아닌가 싶다.

 

도서관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살아왔던 순수함을 간직한 ‘나’가 현실과 부합되면서 어떻게 이기적인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지에 대한 그 이후의 이야기들은 저자가 그동안 줄곧 천착해왔던 물질 만능주의와 그 안에서 하나의 소모품처럼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의 책은 은유적인 기법들이 예전 작품에서도 있어 읽기에는 여러 번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하고 방향성의 제시 면에서도 여러 각도에서 다뤄도 좋을 글의 흐름을 유지하는 작가 중의 하나란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책 내용 중에서도 자신들이 쓴 책을 가지고 오는 부류들 중에서 저자인 자신이 직접 책을 들고 오는 장면은 색다른 느낌을 준다.

저자의 이름을 딴 ‘브라우티건 도서관’이 만들어지기도 했다는데 이 책을 통해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문명의 발달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재조명해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꽃도령 유랑단

꽃도령꽃도령 유랑단
임현정 지음 / 리오북스 / 2016년 10월

방송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얼마 전 종영을 했다.

예전의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규장각”” 시리즈를 읽으면서 재밌고 역사 속 빈 틈의 한 줄을 상상하면서 글을 쓴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던 기억이 있는 만큼 이제는 순수 문학의 영상화 차원을 넘어 웹툰에서 인기를 끌거나 이런 류이 역사 속의 한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독자들에게 상상의 즐거움을 주는 책들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시인으로서 그동안 시를 통해 자신의 글 색채를 발표해 왔던 저자가 이번에는 자신의 글을 소설이란 장르를 통해서 십분 그 영향을 끼친다.

 

제목 자체가 유랑단, 그것도 꽃도령이라고 하니 요즘 말로 소위 말하는 꽃미남을 말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꽃도령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주위는 온통 밝게 빛나게 하고 이들이 한번 장안에 떴다 하면 과부는 물론이고 모든 처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각기 독특한 재주들을 가지고 있는지라 이들이 펼치는 공연은 가히 둥근 구름이 떠가듯 온통 세상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든다.

 

명망 있는 집안의 장악원 악생이었으나 가문 몰락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서 해금을 켜는 신세로 전락한 이지, 글쟁이로서 꽃도령의 실제 행세를 담당하는 문지는 자신의 아비가 책쾌인 관계로 글에 능한 지성인에 속한다.

무예에 뛰어나지만 영 무식이라면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힘센 장사인 예호랑, 실제로 은별을 납치해 오는 역을 맡게 된다.

 

약초에 빠삭한 홍삼, 조방꾼 아비 탓에 여자를 유혹하는 기술엔 으뜸인 방정, 여기에 어두운 영혼을 데리고 다니는 점복사 말똥이 까지…

 

이들은 왜 여자이면서도 남장을 하고 눈이 보이지 않는 탓에 지팡이에 의지해 가며 거리에 떠돌다가 양반집 순면 도령의 책비로 살아가던 은별을 납치한 이유는 뭘까?

 

모두가 남자 아닌 남자이자 여자로서의 은별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서로가 다투어 은별을 보호하려 하지만 비밀에 쌓인 은별의 행동과 은별을 사모하는 또 다른 인물 공유의 등장, 그리고 기생 애월의 존재감이 드러나면서 펼쳐지는 숨 가쁘면서도 달달한 로맨스가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쉼 없이 흐른다.

 

천하디 천한 신분에 속한 그들이 왜 은별을 거둘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와 그들의 비밀스러운 존재감의 탄생이 드러나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각자가 속한 영역에서 또 다른 주인을 모셔야 하는 자로서의 고민들이 담겨 있고 거리의 아이를 거두었던 사연들이 합쳐지면서 또 다른 이야기의 전개를 펼쳐 보이기에 스릴과 로맨스, 그리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자신의 신분 때문에 감추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꽃도령이란 이름 하에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신들이 그 시선들을 쥐고 흔들었을 때에 보이는 진짜  그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신이 나면서도 재미를 준다.

 

한국 소설에서의 한국 맛이 느껴지는 옛 말이라든가 아름다운 색채가 연상되는 말들을  요즘은 책 속에서 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어떤 이는 표준어란 자체가 말 그대로 어긋난다고, 진짜 아름다운 우리말의 사투리라든가 방언들이 사라져 가는 이 시대에 진정으로 우리말에 대한 아름다움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고심해 볼 때라고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 만큼 이 책 속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생김 표현이나 풍경의 묘사 같은 구절들은 따뜻한 파스텔톤 같은 느낌과 함께 우리나라 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인 것 같아 읽는 동안에 글을 읽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인 것과 동시에 풋풋한 감성 로맨스를 같이 즐겨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유행의 흐름인 만큼 드라마화로도 나온다면, 이것 또한 색다른 재미를 줄 것 같다.

난쟁이가 사는 저택

난장이

난쟁이가 사는 저택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2
황태환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10월

좀비에 대한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에 접한 책은 한국 작가의 손에 태어난 작품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영화 ‘부산행’을 통해서 보인 여러 인간들이 위험에서 벗어나려 아귀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드러난 이기심과 함께 도망치는 가운데 자신을 희생양 삼아 목숨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한 것처럼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 또한 그 외 비슷한 양상을 띤다.

 

주인공 성국은 태생적으로 난쟁이다.

그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주위의 시선은 그를 깔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살아가는 소외된 층에 해당이 되는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든 도시에는  좀비들이 들끓는 곳으로 변해버리고 좀비들과 함께 폐허에 남는 생활을 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식량 배급을 하는 헬기에 의존해서 연명을 해 나간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성국의 왜소한 체격은 오히려 좀비들 눈에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조건에 해당이 되고 치매에 걸린 아버지마저 좀비가 되어 버린 일, 그리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출입구 조차도 좀비들에 의해 접근할 수가 없게 되자 성국의 체격은 곧 쓰레기 배출구를 통해 출입이 가능한 여건이 주어지게 된다.

 

경비병인 윤기원, 병원장 아들인 김문복이 살려달라 애원을 하자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성국은 그들과 함께 있게 되지만 오히려 김문복은 성국에 대한 고마움은커녕 구박하기 시작한다.

 

묵묵히 생존자들의 위해 식량을 나르던 성국은 마침내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자에게마저 그녀의 진실된 태도는 자신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란 것을 깨닫고 자신이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몰두, 자신이 없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들 앞에 제대로 된 권력의 행사를 부리기 시작하는데…

 

 

제2회 ZA(좀비 아포칼립스) 문학 공모전 당선작인 단편소설 ‘옥상으로 가는 길’이 다시 장편으로 개작이 되어 나온 작품이다.

한국형 좀비란 찬사를 받았던 영화 ‘부산행’에서도 자신이 살기 위해 멀쩡한 사람을 먼저 좀비들에게 내보내고 도망치다 결국은 그 자신이 좀비가 되어버리는 인물을 통해 긴박한 상황과 통제된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공포, 그 안에서는 타인의 삶도 결국은 외면할 수밖에 없는 한계치의 극한 상황과 자신을 멸시한 사람들에게 권력이란 것을 부리면서 변해가는 성국의 변화된 모습이 같이 겹치면서 조명이 되는 작품이다.

 

좀비라는 상황 설정을 차용했을 뿐 사회에서도 여전히 이러한 이기적인 모습들을 갖춘 사람들을 대하게 되는 모습들을 종종 보곤 하지만 저자가 그린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착한 성품이었던 성국의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인간들의 본성 안에 깔린 이기심의 모습을 표출해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저하게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면서 일을 치르는 성국의 내면에 갇혀 있던 악마적인 모습은 사뭇 그 전까지의 성국이란 존재에 대해서도 의아하게 만들 만큼 냉철하게 변해가는 과정은 냉소적인 모습으로까지 비치므로…

 

좀비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천천히 변해가면서 결국은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은 이기적이고 권력을 내세워 행동하는 성국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읽는 것도 좋겠고 마지막 반전도 생각지 못한 부분이라 어떤 결말이 지어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독자라면 한국형 좀비 이야기를 접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이세상모든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0월

책이란 여러 가지 밀접한 관계가 맞물려서 출간이 되는 만큼 여러 해를 거쳐서 새로 출간이 되는 책들을 보면 더욱 새롭게 그런 의미가 느껴진다.

책 제목이 주는 의미가 깃든 책인 만큼 알고 보니 이미 1986년에 제1권과 제2권이 출간이 되었던 작품을 이번에 다시 새롭게 출간이 되어 나온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정말 기분 좋은 책이다.~ 란 느낌이 팍 와 닿는 것이 어느 때의 책과는 또 다른 감성을 지니게 해 준다.

저자인 제임스 헤리엇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책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는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를 다룬다.

 

젊은 수의사 해리엇이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직접 겪었던 수의사로서의 생활과 그동안 마주쳤던 동물들, 그리고 농장주인과 그 주변의 자연에 관한 글들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다루어져 있지만 여전히 글의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30년이나 지난 후에 다시 쓰는 회상 형식의 글들은 등장 주인공이 실제 본인 자신이며 지역 이름을 책의 공간 속에서 다르게 표현이 될 뿐 이 책을 읽다 보면 문득 영국의 요크셔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취업난은 어려웠던 시대였는지, 졸업한 후에 취업에 대한 걱정거리와 더불어서 농촌에 근무하게 될 경우 수의사로서의 일보다는 다른 일에 치우치게 된다는 주위의 걱정을 뒤로하고 면접을 보러 간 해리엇의 수의사로서의 첫출발 이야기는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직업의식을 엿보게 된다.

 

지금은 반려 동물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이 책에서 보이는 다양한 동물들, 암소가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봉착과, 말의 치료법과 덩치가 큰 개에게 물려 하마터면 생명에 지장을 초래했을 수도 있었을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포장되어 전해진다.

 

암소의 발에 차여서 뒤로 벌렁 나가떨어지는 불상사는 문 짝 위로 폴짝 올라서지 않을 수 없는 묘사가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동물과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그려낸 이야기들은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말 못 하는 동물들의 상태를 보고 질병을 알아내는 수의사로서의 사명 의지와 수시로 시간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동물들의 비상사태를 전해 받고 잠자리에서 뛰쳐나와야야 하는 행동은 인간의 생명이나 동물들의 생명이나 생명이란 것 자체를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에서 소명이 경건하게 받아들여지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렇게 출간된 책은 좋은 호응을 얻었고 영국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였다는 말이 수긍이 갈 수 있게끔 생각지도 못하게 발생하는 비상의 사태에서 점차 경력이 쌓여가는 주인공 해리엇의 젊은 청춘 이야기가 그려진 책이다.

 

파넌 원장과 그의 동생 트리스탄과의 말다툼 장면들, 언제나 욕을 먹어도 틈을 잘 이용해 다시 형의 곁에서 일을 돕는 트리스탄의 넉살스러운 성격, 그 과정에서 헬렌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데이트를 신청하는 중에 발생한, 당사자인 해리엇에겐 악운이겠지만 독자들 입장에선 배꼽 잡고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정말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은 명 장면으로 기억이 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아내의 권유로 글을  쓰게 된 저자 해리엇은 이후에도 여전히 출간한 책이 인기를 끌만큼 글을 쓰는 솜씨나 그 밖에 자연환경과 사람들, 동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조그마한 지역이지만 독자들에게 기억될 하나하나의 소중한 이야기는 온전히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데에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의 제목은 영국의 시인 세실 프랜시스 알렉산더의 찬송가 구절을 각 권의 제목으로  인용했다고 한다.

의술이 발달되어 그가 행해 온 약품이나 치료법에도 발전을 해왔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아마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더욱 들게 하는 책!

그것은 동물과 나눈 교감은 ‘사랑’이란 감정의 원천이 밑바탕이 되어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차후로 곧 출간될 다음 책이 정말 기대된다.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당신의정원나무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모중석 스릴러 클럽 40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피에르, 마당에 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은퇴한 리릭 소프라노 소피아는 남편에게 말한다.

 

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남편, 소피아는 왠지 모를 두려움과 꺼림칙함, 그리고 이내 누가 어느새 자신의 집에 심어놓은 그 나무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나무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

고심 끝에 길 건너 판자때기라 불리는 집에 들어와 살게 되는 한 남자에게 질문을 해보니 너도밤나무란다.

이름은 알았으니 됐지만 그래도 누가, 왜, 하필이면 자신의 집 정원에다 심었는지에 대해 신경을 쓰던 중 앞 집 남자들에게 나무를 파헤쳐 달라고,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에 대해 알려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판자때기에 살게 된 남자, 모두 네 사람이다.

퇴역 형사 방두슬레, 역사학자 세 명 , 각기 시대 별로 연구를 하는 사람들로서 본명이 마티아스, 뤼시앵, 마르크이지만 방두슬레에 의해 마태복음, 누가복음, 마가복음 같은 복음서로 불린다.

 

 

자, 그런데 어느 날 앞집 소피아가 행방이 묘연하다.

며칠 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   그녀에 대한 행방을 찾게 되는 사람들, 연이어서 그녀의 조카 등장으로 인해 실종사건은 큰 사건으로 번지게 되고 모두가 누가 범인일지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된다.

 

우선 이 책은 추리 소설 같지 않은 유머가 들어간 대사가 인상적이다.

각기 자신들이 연구하고 있는 시대에 걸맞은 대화체, 일명 자신들이 사는 집을 기준으로 동부전선, 서부전선, 병사들이여,,, 이런 식의 대화는 사건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요소로써 감칠맛을 느끼게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갑자기 사라진, 그리고 얼마 후에 불에 탄 시체로 발견이 된 소피아를 누가 죽였을까에 대한 사건의 추적을 통해 젊은이들의 추리 능력과 범인의 실체를 밝혀내기까지의 과정이 사뭇 진지한 면도 들어 있는 책이다.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나무가 우리 집에 심어져 있다면 기분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점을 노린 범인의 철저한 계획을 주위 사람들의 노력과 소피아와 연관을 맺고 있던 모든 사라들의 동선을 파악해가며 이 사람이 범인이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전혀 다른 일이 발생함으로써 종잡을 수 없는 범인의 실체를 찾으려는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담긴 활약이 돋보인다.

 

비밀을 감추고 사는 사람들, 자신이 바란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조여 오면서 이루려 했던 범인의 실체는 전혀 뜻밖의 사람으로 밝혀지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주게 되고 이 모든 사실을 꿰맞추는, 일명 복음서 시리즈라 불리는 삼인방의 활약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건에 동참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특기를 살려 밝혀내는지를  즐기면서 읽게 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출간이 된 책이었던 만큼 책 속의 내용은 지금의 유럽연합들이 사용하는 유로화가 아닌 프랑이란 동전이 나오는 글이 들어 있는 것 또한 시대의 흐름을 느끼게도 해 주는 책이자, 복음서 시리즈로 명명된 차후 작품들이 나온다면 이 세 사람의 활약이 기대되기도 하는  작품이다.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세계의 전쟁이 만들어낸 소울푸드와 정크푸드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9월

 

인류의 발전사를 파헤치다 보면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친 것들이 적지 않다.

환경 적응의 생태를 갖고 있는 인간들이 자신들의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더욱 편리하고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한 것들에는 분야를 막론하고 재미와 함께 인간 역사를 되돌아보게 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전쟁사 차례

 

그런 가운데 가장 처절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전쟁이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 크고 작은 전쟁이 쉼 없이 진행되어 오고 있지만 저자가 쓴 이 책을 읽다 보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식탁에서의 풍성한 요리가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 생겼음을, 더군다나 그 발생의 원천지는 울어야 할 상황이지만 지금의 우리 맛에 길들여져 있는 음식은 왜 이리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세상사의 아이러니를 함께 느껴 볼 수 있다.

 

저자는 세계의 전쟁에서 탄생한 음식이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지금의 우리가 알게 모르게 식탁에 올려져 먹는 별미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주목하며 이야기를 구성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적 집 안 구석에 흔히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 건빵이다.

과자일까, 빵일까를 생각지도 못하게 달달하지도 그렇다고 쓰지도 않는 무미건조한 맛인 건빵의 유래, 알고 보면 모두 전쟁의 소산물로 전쟁 식량으로 발전사를 거듭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새삼 건빵에 담긴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건빵 안에 들어있는 별사탕의 담겨 있는 깊은 뜻이 전시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졌단 사실은 건빵 안에 재미로 담겨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 나서 맛을 음미해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의미를 부여해준다.

 

전시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배급량의 실시로 이어지는 것 때문에 생겨난 음식의 발전사들은 인간의 ‘먹는다’는 의미가 주는 단순한 차원이 아닌 생존의 차원에서 발생했다는 것에서 그 당시에는 하찮은 음식, 흑인들이 주로 먹었던 음식이 환자식으로 발전해서 이제는 식빵에 발라먹는 땅콩버터로 발전했다는 것, 독일군의 침공으로 인해 식량의 배급마저 원활하지 못했을 때의 순무로 버텨온 영국 국민들의 전쟁사, 아기들이 먹는 분유가 원래는 전쟁용이었다는 사실, 인삼차보다 생강차가 더욱 귀하고 고추가 처음에는 식품에 사용되기보다는 무기로써의 십분 발휘됐다는 사실들이  자연에서 주는 귀중한 식재료의 의미를 더욱 부각한다.

 

음식 이름에 담긴 이름조차도 돌고 돌아서 다시 원생산지나 그 주변국에 퍼지기까지의 과정인 ‘키위’나 ‘케이준’이란 이름에 담긴 의미, 지금의 치즈 종류가 많은 가운데 모짜렐라와 체다 슬라이스 치즈에 얽힌 비밀들,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에 이순신 장군이 열세를 극복하고 병사들에게 식량 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었던 비밀들은 새록새록 재미와 함께 아픈 전쟁사에서 발전된 새로운 음식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지식을 전해준다.

 

 

별미모짜렐라 과메기

 

우리나라의 의정부에서 유명한 부대찌개에 얽힌 이야기, 그 외에 환타에 얽힌 에피소드들은 그동안 몰랐던 전쟁에 얽힌 비사처럼 읽히기도 하고 천대받던 음식이 피란민의 유입 이동으로 인해 어쩔 수없이 아무것이나 먹어야 했던 환경에서 이루어진 아귀찜에 대한 이야기들은 지금의 음식 문화에 발전사가 전쟁과 연결되어 이루어졌단 사실들이 한편에선 가슴 아픈 역사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고난의 인간 역사와 음식의 발전사를 공부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별미소개

 

특히 주먹밥에 얽힌 이야기와 초밥의 밥 알 숫자와 회전식 초밥에 대한 비밀, 팝콘이 왜 극장에서 인기가 있게 되었는지, 월남 칼국수에 얽힌 전쟁사, 딸기에 대한 종자의 비밀들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기도 하고 거짓말 같기도 한, 이래저래 인간의 역사와 전쟁사는 음식이란 또 다른 문화의 발전사를 가져왔다는 데에 그 의미를 부여한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전쟁을 겪으신 어른들은 그 시대에 먹었거나 보았거나 경험했던 전쟁의 아픔을 기억함과 동시에 아련한 옛 배고픈 시절을 생각나게 할 수도 있고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겐 어른들의 고난을 이겨낸 산실의 음식 변천사를 통해 전쟁의 고통과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