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7년 6월 2일

만엔 원년의 풋볼

만엔원년

만엔 원년의 풋볼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4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이름을 알린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이다.

처음 제목을 대했을 때의 상상은 만엔이라 해서 당시의 환율로 생각해도 어떤 가치, 즉 축구공의 가격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은 일본의 연대를 가리키는 말이란 것을 알고 실소를 금하지 못했는데, 바로 만엔은 에도 막부 말기의 연호이고, 만엔 원년은 1860년을 의미한다고 한다.

 

소설은 무척 두껍게 세 연대의 기록으로 보일 만큼 인간의 일대기를 통해서, 아니 거의 100여 년의 한 가문의 일대기를 통해서 당시 일본인들의 생활상과 시대적인 흐름에 휩쓸려 살아가는 과정 속에 인간의 내면의 고찰을 심층 있게 다룬 것이라고 느껴지게 된다.

 

주인공 마쓰사부로의 고향인 시코쿠의 산골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난 1860년(즉 만엔 원년),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막을 내린 1945년, 그리고 혼돈시대인 1960년의 시대를 그린 대작인 만큼 일본의 역사를 한 가문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마쓰사부로다.

추한 외모와 기형의 아이를 낳은 후 자신의 아이를 다른 곳에 양육을 맡긴 채 그 상실감에 쌓여 알코올 중독자로 살아가는 아내가 있다.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 또한 상실의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학생 운동을 하다 미국으로  갔던 동생 다카시의 귀국과 다카시의 의견으로 조상의 고향이자 자신들의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곳은 100년 전 증조부 형제가 연관된 농민 봉기의 역사와 패전 직후 조선인 부락 습격으로 S 형이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곳으로 두 형제는 각기 달리 이 사건들에 대해 기억을 하고 동생 다카시는 동네 청년들을 모아 축구팀을 만들어 축구를 가르친다.

 

풋볼팀을 만든 이유는 마을의 경제권을 장악한 조선인 ‘슈퍼마켓 천황’에 대항하기 위한 것. 때문에 이로 인한 다카시의 행동으로 인해 두 형제간의 갈등은 심해지는데 이 책은 이러한 여러 갈래의 길을 통해서 일본 내에서 벌어지고 있던 일본인 내부의 심폐 한 상실감 속에 ‘수치감’을 들어내 보임으로써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불만과 불안의 소용돌이 속에 모든 관심의 초점이 그나마 마을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살아가는 조선인에게 향하는 불안성의 조장을 숨 막히는 듯한 광경으로 그려낸다.

 

농민 반란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게 된 후의 비밀들과 그 비밀들이 탄로남과 동시에 일본인들이 당시에 조선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풍요로운 생활 속에 또 다른 삶의 행태를 기대하는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 어떤 대상을 지목해 분풀이 식의 행동을 하며, 이 두 형제간에 벌어진 가족사의 슬픔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여동생 강간 사건과 형수에게 아이를 임신케 한 행동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작가가 그려내는 일말의 인간 구원의 길, 엄밀히 말하면 자신의 구원의 길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책은 일본의 역사 연대를 알려주는 칭호도 익숙지 않고 일본의 역사에 대한 큰 줄기는 대강 알았어도 이렇게 자세한 부분들까지의  지식은 없었기에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다만 중간부를 넘어가면서 급속도로 진전되어 가는 두 형제의 이야기 속에 다른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러한 글의 구성 흐름이 동생의 잘못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제삼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주인공의 무기력함과 비양심적인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동생 다카시란 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 인간의 심리 속에는 과연 얼마만큼의 ‘악’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읽는 내내 역사를 관통하고 살아가야 했던 인물들의 삶을 쉽게 동화하면서 읽어나가기는 어려웠던 작품인 만큼 일본인 작가가 그려내는 일본인 자신들의 자화상을 솔직하게 그려냈다는 점, 인간의 수치심과 방관적인 태도를 통해 또 다른 제 삶에 대한 희망을 가져보려는 의지를 엿보이는 주인공의 마지막 행동을 솔직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문학적인 면에서 바라보는 생각을 또 달리 받아들여 보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