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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죽이다.

기꺼이죽이다기꺼이 죽이다 데이브 거니 시리즈 3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세상에서의 많고 많은 죽음에 연관된 사건들이 있지만 무작위로 선택된 사람들의 죽음만큼 억울한 일도 없다 싶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중심으로 어떤 연관이라고 찾을까 하여 고심하며 사건에 매달리는 사람들, 그런 가운데 범인은 유유히 사라지고 오히려 영웅대접을 받는다면?

 

데이브 거니 시리즈에 속하는 세 번째 책을 읽었다.

형사나 경찰 시리즈의 연속성상 그들의 심리를 마치 옆에서 같이 호흡하고 느껴가는 재미를 주는 연작시리즈는 이런 점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여간 즐거운 기다림이 아닐 수가 없다.

 

전작인 [658, 우연히], [악녀를 위한 밤]을 통해 통찰력이 뛰어난 형사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한 저자의 작품은 두꺼운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읽을 수밖에 없는 재미를 선사했다.

 

 

사건의 시작은 저널리스트의 딸인 킴의 과제로 시작이 된다.

 

전작의 사건으로 인해 신체와 정신적인 후유증에 시달리는 거니, 그에게 한때 사건을 취재하면서 연관이 있었던 저널 리스로부터 부탁의 전화가 온다.

그녀의 딸인 킴이 10년 전인 2000년 3월 22일, 연달아 일어난 두 건의 총격 사건,  일명 ‘착한 양치기’ 사건으로 불리는 일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의 상태를 연구하고 취재한 과제를 도와달라는 것-

방송사에서 이미 관심을 두던 과제라 형사로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부탁받게 되는데, 거니의 타고난 감각은 이 사건들의 자료를 토대로 보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착한 양치기’ 이름의 발신자가 보낸 내용들, “돈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부자를 죽이는 것으로 정의를 이룩할 수 있다. 내가 부유한 자를 죽일 것이다”.라고 명시된 글을 토대로 유독 부자들만 겨냥하고 메르세데스를 타고 가던 사람들이란 점, 그렇지만 어떤 일말의 연결고리는 없다는,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의 허점을 발견할 수 없었던 사건이 사회적인 기관들과 명사들의 조언에 의해 마무리된 점들은 거니의 눈에 거슬렸던 것이다.

 

차라리 당시의 사건을 거니에게 맡겼더라면 이렇게 오랜 시간이 경과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을 남게 한 글의 흐름은 더디게 진행이 된다.

킴의 전 남자 친구의 소행처럼 느껴지는 각개의 사건들도 겹치면서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려는 거니의 움직임은 이미 퇴직한 경찰이란 한계에 부딪치면서도 그의 내공의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과정이 한 개인이 느끼는 삶에 대한 무기력감과 우울증 비슷하게 몰려오는 기분, 집의 헛간이 불타면서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찰들의 수사까지 겹치는 악운을 견디는 거니의 활약이 그려진다.

 

요즘의 사회가 누리는 막강한 미디어의 힘은 체감을 떠나서 실로 거대한 보이지 않는 힘을 느끼게 되는 경우를 볼 때가 있다.

어떤 사건, 사고를 다루는 시각과 견해가 방송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의 힘을 발휘하게 될 때의 사람들이 느끼는 동조, 연민, 냉철한 시선, 그 외의 모든 사회적인 통념을 벗어난 기적의 실현까지를 보여준다는 점을 인식할 때 이 책은 미디어가 가지는 이익의 정도를 넘어 호기심과 이기심의 실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달리 받아들여지게 한다.

 

남겨진 유족들의 고통과 그 고통에 대해 진실로 다가가려 한 킴의 의도와는 반대로 방송 매체는 오로지 지난 사건을 다시 들추어냄으로써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이어 유족들을 대상으로 다시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사태를 낳았다는 점에서 미디어의 기본자세는 무엇을 취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아내의 우연한 영화 이야기를 듣고 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거니의 활약은 책의 반 정도 이상을 거니가 느끼는 감정과 사건의 작고 큰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기에 조금 지루함을 준다.

하지만 비로소 마지막에 범인이 과연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대면 장면은 의외의 결과를 또 한 번 드러냈다는 점에서 범인에 대한 기존 인식을 갖고 있던 어떤 고정된 형태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결과를 선사한다.

 

바로 이 맛에 책을 읽기도 하지만 거니가 다루었던 많은 사건들 중에서 이번의 책은 전작에 비해 속도감과 흐름이 비교적 느린 감이 없지 않나 싶고, 그럼에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 구성은 역시 저자의 뛰어난 필치 힘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시선을 흩뜨려놓은 목적으로 무작위로 선택되어 희생된 자들, 그의 가족들, 과연 우리들은 이러한 범인이 가지고 있는 심리에 대해 용서라는 것을 할 수있을까? 를 다시 되짚어보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