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7년 8월월

비하인드 허 아이즈

비허아

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비밀은 셋 중 둘이 죽었을 때에만 지킬 수 있다. ” – 벤자민 프랭클린

 

 

보통 책의 첫 장을 펼치게 되면 짧은 문구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고 그것을 넘기고 나서 본격적인 이야기의 동선을 따라가게 되면서 점차 작가가 왜 이런 문구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느끼는 내용을 접할 때면 뒷골이 서늘할 때가 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이고 작가의 첫 성인을 대상으로 한 첫 스릴러라는데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없었던 책이었다는 점, 더욱이 그렇다는 것을 느낄 때 모처럼 이런 류의 스릴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남편과 이혼한 후 아들 애덤과 지내는 이혼녀 루이즈-

그녀는 파트타임으로 정신 병원에서 일하는 싱글맘으로서 어느 날 술집에서 만난 남자와의 대화를 생각하면서 짜릿했던 그 순간을 간직하고 있는데, 아뿔싸! 그는 다름 아닌 자신의 새로운 상사였단 사실에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더군다나 길에서 우연치 부딪친 여인은 알고 보니 그의 아내, 아델이란 사실에 더욱 놀라게 되지만 영화배우처럼 아름다운 그녀와 친구처럼 지내게 되면서 루이즈는 그녀의 남편이자 상사인 데이비드와 사랑에 빠지는 불륜을 하면서 동시에 연약하고 가녀린 아델에 대한 친근감을 동시에 간직하면서 살아가는 생활을 겪게 된다.

 

한쌍의 아름다운 부부, 그런데 그녀가 보기에 어딘지 모르는 아델의 그늘이 져 보이는 것은 자신의 그릇된 행동에서 오는 죄책감인지, 아니면 정말 자신이 느낀 그대로 그들 부부 사이에 어떤 말 못 할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혼동을 겪으면서 루이즈는 둘과의 관계를 끊어낼 결정을 못 내린다.

 

책은 아델의 과거와 지금의 현재 부부 생활을 그리는 부분, 아델의 현재 시선, 그리고 루이즈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그녀가 느끼는 부분들로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큰 별장의 소유주였던 부모의 돌연 화재로 인한 사고와 데이비드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된 아델의 과거의 이야기는 정신병원에 같이 있었던 롭이란 동료이자 아끼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그녀가 스스로 겪었던 야경증에 이은 또 다른 현상의 체험을 들려줌으로써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왜 그 부부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수시로 이사를 하며 새로운 직장에 몸 담고 살아가는 것인지, 데이비드는 하루에 아델에게 확인 전화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 많은 약 처방은? 또 내치기만 하는 냉혈한의 모습만 보이는 것인지, 책은 둘의 대화를 통해 그들 사이에 암묵적인 어떤 돌이킬 수 없는 비밀로 인해 헤어 나올 수 없는 암시를 보이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독자들의 상상을 한층 부추기는 역할을 하게 만든다.

 

아델이 준 한 권의 공책을 통해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 루이즈, 아델은 왜 그 공책을 통해서 어떤 비밀을 루이즈로 하여금 알아내길 원하는 것이며, 자신 스스로도 알고 있었던 어떤 결정적인 비밀에 대한 것을 루이즈와 데이비드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내려고 한 것은 무엇인지를 도통 감을 잡을 수없는 글의 흐름을 보이는 행동을 통해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과연 책의 제목처럼 루이즈가 보고 느꼈던 그 부분들에 의한 실체적인 것들이 책의 종반부로 넘어가면서 걷잡을 수없는 반전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한 놀람을 전해 준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인간은 자신과 친근한 존재에 대해 한없는 애정과 굳건한 진실만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아델과 데이비드 둘 중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루이즈가 그녀의 눈을 감고 그녀의 눈 저편을 통해 경험한 그 모든 것들은 실제적으로 이 이야기의 흐름 속에 주된 결정적인 부분들을 이루고 있지만 독자들은 읽으면서 정말 실질적인 것인지, 환상에 그친 것인지를 혼동하게 된다.

 

 

스릴의 소재들이 정신적인 분열이나 그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의 구성을 다루고 이를 통해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심오한 세계를 느끼게 해 주는 역할들을 많이 느끼게 해주고는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는 그동안 읽었던 책들에서 나오는 정신의 세계 속에 또 다른 체험을 읽게 한 책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다시 처음의 시작점인 문구와 첫 장면과 뒷 장면의 문장을 비교해 보는 맛, 글의 화자가 처음 읽은 시점의 그 사람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읽어가는 느낌이 전혀 다른 새로운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이중적인 글의 흐름과 장치들이  속임을  당하면서 읽었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저자가 그린 이 책의 내용들을 총제적으로 다시 되돌려 기억해 보면서 비밀에 대한 문구가 절묘하게 들어맞은 글이 이렇게 흥분과 재미를 주는 것도 꽤 오랜만에 느껴보는 책이었다.

 

비밀이란 것-

그렇지, 적어도 그 비밀이란 것이 지켜지기 위해선 오로지 한 사람만이 필요할 뿐이란 사실, 이것이 정말 실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경험에 속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책 속에서 저자의 상상으로만 그려진 한계성에 그쳐진 이야기일까를 생각해 볼 때 섬뜩함이 느껴지는 내용들….

 

–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지.”

 

절실하게,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행한 그 모든 일들의 결과물들을 헉! 하면서 느끼게 되는 그 장면의 부분들, 심리 스릴의 맛을 천천히, 그렇지만 뒤편에 마지막 크게 한방 맞은 것처럼 큰 충격이 몰고 온 반전의 결과는 상상컨대 영화로 보게되면 또다른 서늘함을 선사해 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힐빌리의 노래

힐빌리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미국의 대선 결과의 통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요인들 중에 러스트 벨트란 말이 나온다.

우리에겐 생소했던 이 말이 미국의 대통령을 뽑는데 왜 그리 중요한 표를 차지했을까?

바로 선거의 주요 공략이었던 정책과 시기가 맞물린 점이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러스트 벨트에 살고 있는 백인이되 중상류층이 아닌 하류층, 그것도 쇠퇴해가는 공업지역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우리나라 말로 ‘개천에서 용 났다’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인물이다.

1984년생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30대 중반인데, 그가 펼쳐낸 자신의 이야기는 사뭇 나이에 비해 많은 것을 느끼고 살아온 전력이 들어있다.

 

책 제목인 힐빌리는 백인 노동 계층, 특히 소작농과 광부를 거쳐 기계공이나 육체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고 한다.

이 명칭에 해당되는 지역인 러스트 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태어난 저자의 삶은 애팔래치아 지역인 켄터키주 잭슨 지역을 오고 가며 살아온 저자의 성장환경과 이어진다.

 

그 지역 사람들의 대부분이 가정생활이란 자체가 건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환경, 이를테면 저자의 아버지는 일찌감치 양육권을 포기한 채 집을 나갔고 마약진통제에 길들여진 엄마는 헤로인까지 손을 대며 살고 있으며 익숙하다 싶으면 갈아치우는 새아버지를 맞아들이기 바쁜 인생, 그런 가운데 그를 지탱해준 주위 사람들은 배다른 누나와 할보와 할모라 불리는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들이었다.

 

저자의 삶에 전철 된 구렁텅이, 일찍 배우는 담배와 술, 총기 소지, 학교의 결석은 말할 것도 없고 오히려 평온한 기운이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할 정도의 분위기를 지닌 지역의 분위기를 안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사실적인 표현에 힘입어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저자의 동네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은 없을 정도의 침착한 생활의 패턴들은 그 자신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 복무를 지원하면서 서서히 다른 삶에 대한 시선을 돌리게 된 삶을 통해 또 다른 도전의 실험을 해보게 된다.

 

4년의 복무를 통해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정보나 생활의 패턴들을 익히는 과정, 오하이오 주립대를 졸업하고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기까지 그가 노력한 행동과 자신이 지녔던 계층 간의 이동의 경험을 통한 이야기들은 한 개인의 성장일기를 읽는다는 느낌 외에도 다른 문제점을 시사한다.

 

자신의 살아온 지역을 벗어나고 이런 생활을 탈피하고자 했던 그가 다른 상류 층격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겪은 경험담들은 때론 이질적이고 가식적인 면도 느꼈으나 그가 지냈던 지역 사람들의 고질적인 생활과 기타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 방안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 점들은 미국 안에서의 백인 노동 계층이 겪는 어려운 상황들과 교육적인 해결 방안 제시, 탁상공론에 치우치는 대부업 문제 같은  장. 단점들의 제시를 통해  그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알게 해 준다.

 

비단 미국뿐만이 아닌 한 지역의 거대한 업체가 도산됨에 따라 발생하는 그 지역 사회의 경제활동의 연쇄적인 반응들은 어느 나라들이나 겪을 수 있다는 생각들과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다시 되짚어 보게 하는 책인 것과 동시에 그가 여전히 자신이 살아온 고향에 대한 생각과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낙관’이란 마음가짐을 통해 역경을 이기고 나아가기 위해선 주위의 탓만 할 것이 아닌 스스로의 자신감이 필요하단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지금도 여전히 예전의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성격을 지닌 나와 자신을 이해해주고 다듬어주는 사랑하는 아내의 말에 경청하는 나란 인물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다는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통해 빈곤은 왜 여전히 탈출할 수 없을까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교육적인 모든 단면들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

 

 

검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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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강
핑루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한 사건의 발생에 대한 결말이 지어진 상태에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은 많은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고 작가가 그려보고자 하는 이야기를 독자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사건의 배경과 함께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의 내면을 이해한다는 과정을 통해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던져 주는 책…

 

대만의 문학 작품은 더러 접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사회파 미스터리 형식을 갖추고 읽는 것은 드문일인 터라 이 작품에 대한 내용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다가왔다.

 

대만 단수이허 강기슭으로 흘러 들어온 두 구의 시체가 발견이 된다.

두 사람은 70대의 남자와 60대 초반의 여자였고 둘은 부부 사이임이 밝혀진다.

 

지형상 흘러 들어갔다가 자연적인 현상으로 되돌아오는 물의 흐름 때문에 시체의 모습은 볼 수조차도 없었을 상황이 역류로 인해 다시 되돌아오면서 발견이 된 상태, 경찰은 이들의 죽음을 범한 범인으로 그 지역에 위치한 커피 점 종업원 여인을 체포한다.

 

여인의 이름은 자전-

20대로서 범행이 밝혀지면서 대만의 열도는 실제 큰 이슈로 떠올랐다고 하던데, 작가는 이 시점, 즉 이미 범인이 밝혀지고 난 후에 그녀가 받는 재판 과정과 그간의 사건 조사과정을 통해 그녀가 왜 살인을 벌여야만 했는지에 대한 내면에 대한 심리를 다룬다.

 

책의 첫 장은 종장에 해당이 되는 결말로 시작이 되고 책 종장은 책의 첫 출발점인 살인을 저지르려고 하는 장면이 뒤바뀐 형태로 시작이 되며, 자전의 내면과 죽은 남자 홍보의 아내인 죽어가는 홍타이의 내면이  교차되면서 보이는 형식을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빚에 허덕이다 자살한 아버지, 어려운 삶에 지친 엄마의 한풀이와 그 한풀이 대상이 되는 자전의 삶은 그렇게 행복하지 못한 여인이다.

자신의 꿈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단란한 가정을 갖는 것이 소원인 것인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다.

남자 친구와의 관계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단골손님인 홍보와 가까워지면서 그 둘은 넘지 못할 선을 넘게 된다.

 

자신에게 다가온 홍보란 남자를 통해 사랑인지, 욕망인지를 혼동하면서 느끼는 삶에 대한 한계는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좌절과 돈에 대한 욕망, 즉 한쪽에선 부를 이룬 사람들이 다른 한쪽에선 자신과 같은 삶에 대한 고달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모습의 비교는 자전으로 하여금 더욱 사회적인 괴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더군다나 자신과 홍보와의 사이를 단절해야만 자신의 비밀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자전의 고민은 또 다른 홍보의 아내인 홍타이란 여인과는 상반되는 이야기의 힘을 실어준다.

 

그렇다면 홍타이는 행복한 여인이었는가?

뒤늦은 나이에 소개로 만난 남자인 홍보와의 결혼은 남들이 보기엔 행복한 결혼생활처럼 보였으나 자신이 생각하는 결혼생활은 이것이 아님을 깨달으면서 살아가는 여인이다.

대학교수로서의 지위와 언젠가는 남편이 다시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란 희망을 바라면서 살아가는 그녀의 입장에선 오히려 자전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남편에 대한 두 갈래의 고민이 있었음을 독자들은 느끼게 된다.

 

책은 자전과 홍타이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내용과  이 사건을 두고 여러 매체들이 쏟아내는 기사들과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너머인 범인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른 그 사실 자체에 집중해 온갖 추측과 이야기들로 포장된 세태를 같이 보인다.

 

실제 저자가 그린 이 두 사람의 내면에 들어있는 생각은 타인들이 바라보고 결정지어진 듯한 말들과는 다른  부분들이 들어있다.

 

타인으로서 바라보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기란 그만큼 어려운 것이란 사실을 직시하고 내용을 다뤘다는 점에서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기에 실제 검사나 판사들조차 이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감정을 배제하지 못한 채 심문하는 과정과 자전이 사실을 말한다면 어떤 결말이 나오는지에 대한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는 불우했던 배경들은 사건의 진실에 대한 정확한 자신의 내면에 찬 고백을 시원스럽게 내뱉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전해준다.

 

선과 악이란 정 반대의 입장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분명 악에 해당이 되지만 그 악이 발생하게 된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연과 필연이 겹치면서 벌어진다는 환경의 여건, 굳이 자전만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이라도 자신들의 내면엔 이러한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지만 한쪽을 누름으로써 그 불안한 감정을 자제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작가의 글은 사건에 대한 집중보다는 인간의 본성 안에 들어있는 이러한 감정들을 들추어냄으로써 또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작가의 말처럼 선과 악의 중간지대인 회색지대도 있음을 밝히고 싶었다는 것처럼 마치 실제 자전과 홍보가 생각하고 있었다고 생각될 만큼 묘사한 부분들이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어리석은 자의 기록

어리석은자

어리석은 자의 기록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7년 8월

 

 

사회파 미스터리의 절대 강자, 누쿠이 도쿠로의 작품으로 이번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나온 책이다.

 

알다시피 저자의 기존 작품들 또한 사회성이 짙은 내용들을 다룬 터라 익히 익숙한 면도 있지만 이번에 접한 책은 개정판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첫 대면인 작품이다.

 

누가 봐도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편 다코와 미모가 뛰어난 아내, 그리고 그들의 자녀가 한꺼번에 그들의 집에서 살해된 사건이 발생이 된다.

 

사건 발생이 된 지 1년이 지난 뒤 세간들의 관심이 사라질 즈음 어느  르포라이터가 이 사건에 대한 심층취재를 한다며 이미 죽은 자들을 알고 있는 주변 인물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시작으로 이야기는 진행이 된다.

 

그들 가까이 살고 있었던 이웃의 아주머니부터 시작된 타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흐름은 범인이 왜 이들의 가족들에게 어떤 사연을 담고 있었길래 이런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나 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책은 한 개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관점이 각기 달리 평가되는 사실과 함께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귀담아듣게 되는 느낌으로 읽게 된다.

 

증언을 통해 남편과 아내를 바라보는 시각들은 제각각이다.

기억에 의존한 것인지, 아니면 당시 자신이 겪었던 관계된 일에 연루되어 그렇게 바라보게 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로 하여금 죽은 이에 대한 인상이 좋게 다가왔다가도 나쁘게 받아들여지게 하는 이중성을 동반한다.

 

한 예로 죽은 아내에 대한 평가는 그녀를 동경했던 인물의 증언과 또 다른 사람의 증언이 반대되는 경우를 통해 인간은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내뱉는 말에는 그 자신이 이미 갖고 있었던 고정된 기억 속의 한 부분이고, 그 부분들 속에는 죽은 이에 대한 좋고 싫음에 대한 생각이 반영되었단 사실을 통해 독자들은 타인들이 느끼는 어떤 실체에 대한 평가는 곧 그들 자신들에 대한  평가도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증언을 하는 사람들 외에도 오빠라고 부르며 고백하듯이 나오는 파트는 이 사건을 둘러싼 또 다른 트릭을 선사함으로써 작가의 첫 시작과 끝 부분에 이르기까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의 맛 또한 누릴 수 있게 설정한 점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살면서 평범함이 때로는 그 자체로도 특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는 점을 직시해 주는 이 책은 살아가면서  그토록 평범함을 원했지만 결코 그렇게 할 수없었던 삶을 지닌 한 인물을 통해 자신의 불행과 타인의 평범함과 행복 사이에서 오는 극에 달한 감정이 어떤 결말로 치닫게 되는지를  증언 방식이란 흐름을 저자가 채택함으로써   오히려 글의 고조 점을 높이게 하는 효과를 느끼게 해준다.

 

스릴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이 표현되고 있지만 근래에는 이런 사건의 주인공이 중심이 아닌 주변 인물들에 의해 이야기 전개가 되는 방향이 또 하나의 스릴과 추리를 읽는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다루는 방법들도 새롭게 사건을 바라 볼수 있게 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죽은 후에 남겨지는 평가를 통해 발견되는 사건의 전개와 전황들을 수집해 하나의 큰 틀이 이루어져 가는 글의 흐름은 타인의 증언에 의해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알게 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는 타인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까지 미치게 한다.

 

글 후반에 들어설수록 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보게 되지만 그 결정타는 역시 고백에 이르는 후반의 문장으로 인해 이 책의 구성이 더욱 빛을 발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작품은 정교한 트릭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닌가 싶다.

                                                 

 

기다렸던 복수의 밤

기다렸던복수

기다렸던 복수의 밤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8월

 

 

 

 

뜻하지 않은 자신의 실수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면 그 실수를 만회할 기회는 내가 원하는바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한 남성의 기나긴 삶, 30여 년간 교도소를 내 집 드나들 듯하는 초로의 남성의 삶을 대하면서 인생의 희비교차를 생각해본다.

 

30여 년간 교도소를 내 집 드나들듯 하는 초로의 남자, 가타기리 타츠오-

얼굴 한쪽에는 표범 문신으로 범벅이 되고 왼손마저 의수를 낀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그가 오직 그를 알아봐 주고 찾아갈 곳은 이자카야로다.

그곳에서 사위와 함께 작은 음식점을 하고 있는 키쿠치는 그가 찾아올 때마다 연민의 정을 보내게 되는데, 이번에도 역시 오랜만에 출소를 하고 돌아온 그를 말없이 받아준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은 후 보육시설에서 살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된 가타기리는 뜻하지 않게 그 음식점에서 벌어진 실수로 인해 죄를 저지르게 된 후 아내와 딸마저 떠나버리게 되고 그 이후 유괴사건이나 강도질을 수시로 하면서 교도소를 드나들게 된다.

 

책은 그가 출소 후에 키쿠치의 음식점을 찾아온 후 벌어지는 일들을 5명의 화자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를 통해 왜 그가 이런 삶을 살아가야만 했는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주인공인 가타기리의 동선과 대화들은 철저히 그가 주도하는 상황이 아닌 그와 만났던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전달해지는 방식을 취했기에 독자들은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고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그의 심리를 알아가면서 느끼는 것이 아닌 왜 그가 이런 상황을 벌이면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타인의 시선이 결합된 진행이라 읽는 내내 주인공의 마음을 들여다보고픈 마음이 생기게 만든다.

 

친구 키쿠치, 그를 변호했던 변호사, 보고 싶었던 딸과의 해후와 이별,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만난 여인, 그리고 마지막 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그가 어떤 결심을 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법이란 것이 정해진 법 안에서 모든 것이 형량이 결정되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 모든 것을 거부하고 오로지 자신의 인생의 핀트가 엇나가면서 되돌아갈 수 없는 극한 상황에 처한 한 남성의 불타는 복수심을 그린 이야기 진행은 한 인간의 삶을 모조리 망쳐버린 범인의 설욕의 과정이 과연 자신의 모든 것을 걸면서까지 이루어져야만 했을까? 하는 연민의 정을 함께 동반한다.

 

자신이 바라는대로 해줄 수 없는 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의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이 모든 것의 씨앗이 된 범인을 단죄하고픈 그 절절한 마음이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설정이 흐르는 이 책,  여기엔   자신을 받아주고 사랑해 준 아내와 자신의 분신이었던 딸의 존재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한 가장이자 아버지로서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가 있게 하기에 마지막 한 사람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야기 부분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의 모색이 있었더라면 결과는 더 나은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한 평생을 오로지 한 인간만을 벌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버린 남자, 그런 자신의 한 맺힌 결행을 실현하기 위해 벌인 과정의 사건 흐름은 타자의 시선에서 모두 그려진다는 독특한 설정의 흐름과 함께 마지막 자신의 뜻대로 실행이 된 그 후의 일들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게 한 책이기도 하다.

 

 

이미 알려진 천사의 나이프, 악당,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란 작품으로 인해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가 있는 독자라면 전작들과 비교해 읽어도 좋을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내 인생 최고의 책

내인생 최고의 책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책을 읽으면서 때와 장소, 그리고 나가 겪은 당시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져, 소위 말하는 책과의 궁합이 맞는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이런 시기적절한 때에 내가 읽은 책으로 인해 잊을 수없는 감동을 받았을 때가 아닌가 싶다.

 

책을 접하면서 때로는 한 구절에 꽂혀 내내 기억 속에 간직되어 있을 수도 있을 것이고 긴 문장 속에 이런 글들을 접할 때면 마치 내 심정을 그대로 표현했다는데서 위안을 받게 되는, 그런 범주에서 책이 주는 감동과 위안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가 있겠다.

 

반려동물을 통해서, 또는 내 취미를 발전해 나가면서 교류를 통한 자신감의 충만함을 이루어나가는 것도 좋지만 이 책에서의 에이바처럼 책을 통해 자신의 앞날과 위로를 심어준 책이란 존재가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될 만큼 상심에 찬 여인이 있다.

남들이 보기엔 잘 나가는 대학 종신교수로서 프랑스어 강의를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행복하지 못하다.

남편 짐의 배신으로 인해 이혼 수속 절차를 밟고 있고, 남편은 다른 여인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집을 떠났다.

장성한 두 남매들은 각기 자신들의 인생을 위해 아프리카로, 이탈리아로 미술공부를 하러 떠나보낸 에이바, 정작 자신은 외로움과 배신감,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막막함 뿐이다.

 

절친인 도서관 사서 케이트의 도움으로 북클럽 회원으로 들어간 에이바는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소개와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서서히 변화의 감정을 겪는다.

 

우리나라도 이런 독서모임들을 하는 분들이 있으니 당연히 책의 제목에서부터 관심을 갖게 할 것 같은 책이다.

특히 책에 관한 한 욕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과연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들은 무엇일까에 대해, 특히 내가 뽑는 내 생애 최고의 책을 고른다면 어떤 책을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북클럽의 회원들답게 이 책에서 보이는 회원들이 각 달에 추천인 회원의 작품을 통해 같이 읽고 책의 내용을 토대로 자신의 감정과 토론을 나누는 이야기 장면들, 그 책에 나오는 시대적인 배경과 작가가 그린 당시의 분위기에 맞춰 다과회나 의상 차림을 해보려는 노력들은 인상적이다.

 

특히 에이바의 경우 어린 시절 나무에서 떨어져 죽은 여동생 릴리에 대한 아픈 상처와 그 뒤에 스스로 목숨을 버린 엄마로 인한 불우했던 자신의 성장과 맞물리고, 딸 매기마저 어릴 때부터 시작한 마약과 무분별한 섹스를 통한 돌발적인 행동들, 더군다나 어느 날 자취를 감춰버리는 일들까지 겪게 되면서 책을 매개로 하여 에이바를 중심으로 그리는 회상과 현재의 일, 매기 또한  유명 책방에 안주하면서 스스로를 다져가는 모습들, 행크 형사와 엄마와의 사랑들이 책과 함께 엮이면서 추리물로 흘러가는 듯한 양상과 함께 이들이 가슴속에 꽁꽁 묻어둔 이야기를 해체하는 동시에 현재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이 따뜻함과 반전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한다.

 

책 속에는 이미 고전이 되다시피 한 책들을 통해 그 책을 선택한 사람들이 선택하게 된 이유와 책 속에서의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자신이 느낀 대로 토론하는 과정은 에이바로 하여금 딸 매기에 대한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게 되고 비로소 자신과 잠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해 주는 동기로 작용한다.

 

책을 읽으면서 간간히 뿜어내는 북클럽 회원들의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에이바가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받았던 책,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란 책을 선택하고 그 작가를  토론회에 오게 하겠다는 말로 시작된  일들의 과정 속애 전혀 예기치 못했던 비밀들이 드러나는 과정 또한 인생과 책이 주는 감동, 그 안에서 고이 숨겨져 있었던 사연들의 봉인된 아픔을 고스란히 같이 느낄 수가 있게 한다.

 

남편이 떠나버림으로써 같은 북 클럽 회원인 젊은 남자 루크와의 짧은 정사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뭣보다 아내를 잃고 아내가 좋아했던 책을 통해 다시 새로운 삶에 적응해보려는 존이란 인물은 정말 따뜻한 이웃 아저씨를 연상하게 한다.

 

–  책이라는 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오늘 밤 독서 모임 때문에 이 책을 다시 읽는데 시간 여행이니 뭐니를 생각하니까 기분이 한결 나아지더라고요. 저도 이제 뭔가를 좀 이해했나 보죠?”  -p 436

 

누구에게는 위로를, 누구에게는 소통의 창구로, 누구에게는 과거와의 화해와 현재의 소중함, 그리고 인생의 또 다른 기쁨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 주는 의미, 그 뜻을 충분히 공감하며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여자총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콥 자매 시리즈 1
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현대에 들어서 여성들의 진취적인 활동과 역량이 크게 부각되고 그 능력을 인정받는 시대가 됐다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을 깨기는 쉽지가 않은 것 또한 지금의 현실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출중한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타인의 눈에 인식된 여자란 종족이 가진 한계성과 대대로 내려온 여성의 역할과 남성의 역할이 뚜렷이 구분된 시대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인식을 깨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말도 포함되고 있다는 것에서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내용들은 시원스러움을 드러낸다.

 

기계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삶이 나날이 풍요로워지는 20세기 초의 여성들의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기존의 여성은 일정한 나이가 차면 가정 내에서 안주해야 하고 충실한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 남편이라는 울타리에 안주하고 그 나름대로의 역할에 맡은 바 본보기로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 마치 한 인간이 태어나 숙명처럼 짊어지는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돌아간다면 그럭저럭 살아가겠지만 여기 콥 자매들만큼은 확실히 시대를 거스른 당찬 여인들이다.

 

당시 시대적인  배경에  24살이 넘어가면 노처녀란 취급을 받던 시절, 35살이 되도록 결혼에 대한 생각은 눈곱만큼도 생각지 않은 180이 넘는 신장을 갖고 있는 첫째 콘스턴스 콥, 그 밑에 비둘기와 닭, 말들을 좋아하는 노마, 터울이 큰 16살이 되는 플러렛, 이렇게 세 자매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결혼한 오빠 밑에서 사는 것을 박차고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그녀들이 타고 있던 마차를 지역 유지이자 그 지역의 사업권을 쥐고 있는 영향력 있는 신사 코프먼이 술에 취한 채 자동차를 몰던 중 충돌로 번진 것이 계기가 된다.

 

온몸의 타박상과 막내의 발 부상에도 끄덕 않는 그, 오히려 여자들이 이런 복잡한 거리에서 마차를 몰았다고 비난한다.

그녀들은 집에서 당한 응분의 마차 수리 비용을 코프만 앞으로 청구서를 보내게 되고 이후 이 사건은 그녀들이 살고 있는 집을 중심으로 불안과 공포에 젖게 만든다.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없는 그녀들, 유일한 응원자이자 그녀들의 집 주위 순찰을 도와주고 있는 보안관 로버트 히스의 도움으로 리볼버를 손에 쥐게 되면서 그녀들은 본격적으로 대응하게 되는데….

 

사실 현대적인 해석으로 페미니즘이니, 여성 해방 주의란 말들도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의 시대는 1914년도이다.

당시의 분위기상 당연히 주부란 인식이 강하게 와 닿는 시점에 이른 콘스턴스란 인물은 오빠의 종용과 분위기에 내몰려 원치 않는 결혼이나 오빠 밑에서 의탁하면서 자신의 삶을 보장받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었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고 해서 자신 또한 인생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뿌리친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숨겨져 있는 아픈 과거와 함께 제일 큰 언니로서 불시에 닥치는 코프만의 비양심적인 행동과 편지 공세, 이어지는 코프만이 저지른  자신의 자식을 버린 행동들까지 추적하는 콘스턴스의 행동들은 오지랖이 넓은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었겠으나 자신의 개인적인 아픔을 마주 보는 듯한 일들을 뿌리칠 수 없었던 강인함과 여성만이 가진 모성애를 보인 여성으로 비친다.

 

남성주의 사회에서, 보다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그녀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취업이란 것에 도전하는 자세, 동생들을 지키려는 마음은 시대를 뛰어넘은 혈육과 엄마로서의 모든 감정들을 내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 “동생들에게는 나밖에, 내게는 동생들밖에 없습니다” 이윽고 내가 말했다. “그리고 동생들은 지키기 위해 누군가가 총을 들어야 한다면 그건 내가 될 거예요.”-p 310

 

리볼버를 곁에 두고 지킬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으로 인식되는 남성들이 여성들을 생각하는 비하적인 발언과 여성들만 사는 집이라 해서 불안에 떨게 하는 행위들은 그때나 현재나 여전히 힘없고 나약한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꼬집는다.

 

책 속에서 그리는 풍경들은 마치 초원의 집을 연상시키면서도 한창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 모습들이 점차 편리 위주로 흘러가는 모습, 대화 속에 흐르는 캐릭터들의 독창적인 출현은 이후의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대들이 그렇다면 할 수 없는 법,  그래서 여기, 자매들은 총을 집을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른 법정 진술을 통해 코프먼을 법의 심판대로 받게 하는 용감성까지, 저자는 실제 최초의 여성 보안관이었던 콘스턴스란 실존 인물을 조사하면서 나름대로 당시의 구성과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통쾌하고도 유쾌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법정 진술에서 코프만은 말한다.

 

– “저 여자는 보통 여자가 아닙니다.” -p 481

 

하긴 그렇지, 누가 남자의 어깨를 잡고 벽 쪽으로 몰아 머리를 벽에 콩! 하고 박게 한다고 믿을 것인가!

이 구절을 읽으면서 웃음이 났지만 아마도 당시의 법정 안에 그 누구도 감히 콘스턴스의 막강한 위력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 진실은 코프만과 콘스턴스만이 알고 있을 뿐~~

 

앞으로 계속 나올 시리즈물로 출간이 된다고 하는 만큼 멋지고 힘센 남성 보안관만이 세상의 그릇된 잘못을 잡아나가는 것이 아닌 여성의 섬세함과 강인함을 무기로 내세운  새로운 여성의 캐릭터로서 콥 자매 시리즈를 기대해본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히스 보안관이 유부남이란 사실이 조금, 조금….

나름대로 콘스턴스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 이후 시리즈에서는 사랑도 다룰 수 있었음 좋겠단 생각이 살짝 들게 한 책이다.^^

 

드림랜드

드림랜드드림랜드
신정순 지음 / 비채 / 2017년 7월

미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나 어릴 적 사촌 오빠의 유학길이었다.

지금이야 가보고자 한다면 여행이든, 학업이든, 취업이든 비행기만 뜨면 갈 수 있는 나라가 됐지만 사촌 오빠가 가던 그 시절엔 (워낙 터울이 커서 무척 커 보였다.) 웬만한 사람들은 쉽게 유학 결정을 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더군다나 그곳에서 정착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민자들이라면 고국도 아닌 타국에서 자신의 나라처럼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큰 모험과 대단한 결심이 아니고서는 쉽게 적응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한국인으로서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삶의 모습을 투영한 작품이다.

총 5편이 수록된 중편으로 각각의 이야기들은 방송에서 접하는 성공한 이민세대의 이야기가 아닌 그곳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여러 가지 사연들을 간직한 채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묻혀 살아가는 사연들을 다룬다.

 

책의 첫 제목인 드림랜드-

말 그대로 드림랜드는 미국에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 본 내용이다.

뜻하는 말과는 달리 시카고 우범지대에 있는 곳으로 폭동이 일어나고 한국인들 대부분이 이 자리를 떠나갔지만 “나”는 교도소에서 도넛을 팔며 살아가는 사연을 그린다.

 

두 번째인 폭우-

한국인 유학생을 만나 몸이 부서져라 학업 뒷바라지를 하지만 임신한 상태에서 버림을 받는다.

두번째 남자는 밀입국자인 멕시코인, 자신에게 다가와 부부로서 살아가지만 차 사고로 중상을 입게 되고 공교롭게도 보험회사에서 진행한 이벤트와 맞물리면서 보험금 지급을 받기 위한 오해로 몰리게 되는 상황을 그린다.

 

세 번째인 선택-

10년 전 결혼해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해오던 중 엄마의 위독 소식을 듣던 ‘나’는 엄마의 임종을 가까스로 보게 되고, 이후 엄마가 남긴 수의를 보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 번째인 살아나는 박제-

미국에서 생계를 위해 통역일을 하던 ‘나’는 알고 있던 형기 형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우상처럼 여기던 형기 형에 대한 이미지와  형이 나병에 걸렸던 사실을 통해 종교와 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다섯 번째인 나마호의 노래-

미국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어느 한 중년의 남자가 관광안내를 하는  ‘나’에게 가이드를 부탁해 오면서 같이 여행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여정을 원하는 남자, 그에겐 과연 어떤 사연들이 들어있을까?

 

전체적인 이야기의 톤은 가볍지만은 않은 현실적인 이민 세대들이 겪는 이야기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흔히 말하는 이민 가서 뼈 빠지게 일하다 보면 미국이란 나라는 그만큼의 보상이 돌아오는 나라란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사연들을 각각 들여다보면 어느 누구도 게으른 사람도 없을뿐더러 남보다 뒤지지 않을 만큼의 노력과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다만 원치도 않은 제도적인 굴레, 환경에서 오는 불합리성에 따른 삶의 고난을 그려낸 각각의 삶들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조차 여기가 진정 자신들이 꿈꾸는 드림랜드인지를 물어보게 한다.

특히 각 사연들 중에  남녀 간의 한국식의 차별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 식으로 고국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란 내용은 참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던 부분이라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모든 이들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미국이란 나라, 그 선망의 대상인 미국이란 드림랜드는 과연 있기는 한 것인지, 지금도 여전히 그곳에서 모든 힘든 역경을 극복하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분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게 한 책이다.

                                                                                                                          
                                            

드라이

드라이

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다른 나라의 언어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그 의미가 그대로 전달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그 나라 고유의 언어 그 자체만으로도 훨씬  뉘앙스가 강하게 와 닿을 때가 있다.

 

이 책의 제목 또한 그렇게 받아들여져야 할 만큼 뭔가가 한국 말로는 그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100여 만에 나타난 지극한 가뭄, 그 안에서 농장들의 작물들, 동물들은 이미 말라가고 괴로움에 허덕이고 있으며, 사람들 또한 날카로운 신경으로 곤두세우고 살아가는 곳, 호주 안에서도 도시에서 떨어진 키와라가 바로  그런 곳이다.

 

가족단위의 생활을 영위해가는 사람들, 그 안에서 어느 집안사람이라면 바로 연상이 되고 탄생과 죽음까지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20년 전 엘리 디컨이라는 소녀의 죽음에 대해 살인범으로 몰리다시피 한 포크와 그의 아버지는 고향을 떠나게 되었고 이후 포크는 연방경찰로서 금융에 얽힌 사건을 조사하는 사람이다.

 

그의 오랜 죽마고우인 루크가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그 자신은 집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머리의 형체는 날아간 채 총을 입에 물고 죽은 사건이 발생한다.

 

– ‘루크는 거짓말을 했어, 너도 거짓말을 했지’

 

루크의 아버지로부터 전해받은 편지의 내용은 포크를 다시 어린 시절의 아픈 곳으로 데려가게 되고 장례식에 오라는 말을 거절할 수 없어 고향에 발을 내딛는다.

 

그가 과거에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건, 엘리가 죽었던 그 시간에 포크는 루크와 함께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진짜 범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채 마을 사람들의 증오에 찬 의심의 눈길, 엘리의 아버지인 멜 디컨의 집요한 행동과 말들은 결국 다시 루크의 죽음과 함께 원점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루크의 아버지가 결코 자신의 아들은 스스로 그렇게 가족들을 몰살시킬 만큼은 아니었다는 사실, 다시 수사를 해줄 것을 부탁받게 된 포크는 마을 경찰인 라코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데….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피해는 실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조그마한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도움을 받고 살아가는 마을이라면?

멜 디컨을 싫어하면서도 그가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섣불리 어떤 행동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그의 딸 엘리가 죽었을 때 네 명의 친구들인 루크, 포크, 엘리, 그레천의 서로 얽힌 관계는 청소년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그 나이에 느끼는 사랑의 느낌, 친구로서 감싸주지 못했던 회한들이 현재와 과거를 회상하면서 동시에 진행이 되고 각자가 품고 있었던 비밀들이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현재의 살인사건과 과거의 살인사건을 모두 해결해보려는 포크의 행동은 그가 내내 지니고 있었던 엘리에 관한 생각과 누가 범인인지를 알아가는 과정들, 루크에 얽힌 사건의 본질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설정들이 메마름 그 자체를 연상시키는 배경과 함께 물을 흠뻑 들이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저자가 묘사하는 풍경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은 시종 건조하다.

 

– 거대한 강은 땅 위로 난 먼지투성이 흉터에 불과했다. 척박하고 텅 빈 강바닥이 길게 양쪽으로 이어졌는데, 구불구불한  강의 곡선은 물이 흐르던 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수백 년 넘게 깎여나간 빈 공간은 이제 찢어진 조각보 위를 바위와 바랭이가 덮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둑을 따라 울퉁불퉁한 회색 나무뿌리들이 거미줄처럼 드러나 있었다._p152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이 선택하는 최후의 보루는 과연 자연의 기후와 맞물려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활활 불타 오르는 듯한 뜨거운 뙤약볕의 느낌은 턱턱 막히는 설정과 함께 사건의 진상과 그 뒤에 밝혀지는 인간사의 쓸쓸한 죄의 형벌에 대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준다.

 

 

호주의 삭막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그린 이 책은 가족 간의 사랑, 오해, 두려움, 억울함, 진실이란 감정을 모두 드러내 놓는 작품으로써 이미 영화화 결정이 되었다고 할 만큼 삭막한 영상미가 어떻게 조화롭게 그려질지 궁금증을 유발한 책이다.

 

네가 알고 있는 비밀, 내가 알고 있었던 비밀, 왜 그 시절에 밝히질 못했었는지, 봉인된 기억 속에서 살아는 것이 차라리 편안한 삶인지, 아니면 진실을 알아버린 후에 남은 삶에 대한 또 다른 희망을 기약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여전히 포크에게는 고향인 키와라를 향해 던지는 질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컷 울어도 되는 밤

실컷 울어도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요즘 SNS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발군의 실력들을 지닌 사람들의 글이나 그림들을 보면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비단 글이나 그림에 한해서가 아닌 일상에서 묻어 나오는, 모두가 느낄 만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취향을 발견하게 되면 그만큼 애정 하면서 찾아보게 되는 심리는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란 생각이 든다.

 

이미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해도 60만이 넘는 팬을 형성하고 그림마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가, 핸킴의 아트 에세이를 접했다.

 

총천연색의 컬러감이 주는 풍부함도 좋지만 그윽한 여백의 공간이 주는 담백함이라고나 할까?

이런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작가의 작품들은 짧은 글로 인해 오히려 공감대가 훨씬 크게 다가온다.

 

검은색과 흰색의 조화만으로도 얼마든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그림들이 갖고 있는 매력!

 

 

실컷1

실컷2

 

 

책은 힘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나에게 주는 위로, 연인과의 관계를 다양한 해석으로 그린 위로, 꿈이란 소재를 통해 그려보는 위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위로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에 걸맞게 작가의 그림들은 책을 넘길수록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실컷3

실컷4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위로, 누구나 한고비 넘기면서 발전해나가는 연인들의 투정 어리고 때로는 위기감을 극복하는데서 느끼는 위로, 그렇다면 이 모든 순간들 속에 내가 취할 수 있는 꿈 안에서는 얼마든지 위로란 위로는 모두 느끼며 웃을 수 있는 여유까지 생기지 않을까 싶은 상상력의 토대는 그림의 한 장 한 장 안에 스며든 감동이 꽃, 병, 선인장, 카메라, 침대, 보트, 욕실,,,,다양한 소재를 통해 내 안의 심리를 잘 포착해 그려낸 점이 인상적이다.

 

실컷5

실컷6

 

그림을 통한 몽상과 그 환상 속에서 잠시나마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그림이라면 내가 나에게 주는 위로라면 최고일 듯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

 

책이 빨리도 끝나버려 다시 들춰보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