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극적인 설정의 몰입도는 때론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흠뻑 빠져서 마치 내가 그 일을 당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때가 있다.
드라마, 영화, 연극, 그 외의 모든 것들, 특히 책 속에서의 강한 이미지의 주인공을 만날 때면 더욱 그렇다.
이 책의 사뭇 다른 소재 때문에 심리 스릴러의 또 다른 새로운 면을 감상했다면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도 어느 정도 수긍을 할 수 있는 책-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고 그 사람으로부터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법을 배운 사람을 죽여야만 한다면, 반드시 그래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들의 손을 빌리는 것이 아닌 내가 그 사람의 모든 습성과 행동을 알기에 그 사람 또한 나를 원한다면?
미국 미시간주 어퍼반도-
그곳에서 나고 자란 헬레나는 두 딸과 남편, 그리고 젤리와 잼을 야생에서 채취해 제품을 만들고 파는 생활을 하는 주부다.
어느 날 제품을 판매하고 오던 길에 차에서 들려온 탈옥수의 소식은 그녀를 과거로 데려간다.
이송 중 교도관 두 명을 죽이고 탈옥한 죄수, 유괴범이자 살인자인 그는 다름 아닌 그녀 스스로가 감옥에 넣은 그녀의 아버지다.
왜 그녀는 이렇게 해야만 했을까?
원죄라고 말하기는 너무나도 그녀의 가혹한 인생 자체도 그렇고 그녀의 어머니 삶 또한 평탄치 않았던 일들이 그녀가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그린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부모의 존재,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강한 힘을 지닌 자, 특히 숲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경험을 토대로 그녀에게 인디언의 피가 흐르는 유전자를 각인시키기 위해 모든 지혜를 쏟아부었던 아버지란 존재, 하지만 어린 소녀였던 엄마를 납치하고 자신의 생을 태어나게 한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 그 사람의 존재-
책은 심리 스릴러의 느낌을 충분히 느끼는 매 차트마다 헬레나가 느끼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과 존경, 감사, 가혹한 힘에 의한 무기력과 공포를 당했던 고통까지를 그린다.
남편에게조차 자신의 과거를 묻어두어야만 했던 사실들이 온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늪을 지배했던 자란 의미의 ‘마쉬 왕’이란 존재는 그녀에게 행동을 통해 말을 걸어오고 끝내는 그녀의 딸들까지를 원하는 사람, 그녀의 아버지다.
책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동화인 [마쉬왕의 딸]이란 내용을 들려주며 주인공 헬레나와 동화 속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이미지를 매치시키는 방식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신의 피 속에 흐르는 야만적인 유전자를 지우며 살아가고자 했던, 세상 물정에 대한 아무런 것도 몰랐던 한 연약한 여인이 자신의 자식들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란 존재를 지워야만 하는 급박한 상황과 대치 상황은 끈끈한 핏줄이란 것 앞에 머뭇거리면서 과거의 기억을 통해 다시 한번 부성애에 대해 생각해보는 아픔을 간직한 여인상을 동반한다.
아버지가 그럴 수밖에 없었을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보통의 인간 존재라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던 아버지이기에 용서를 해야만 하면서도 끝내는 결정을 봐야만 하는 끈끈한 과정들이 밀림의 형태를 간직한 숲의 각기 다른 계절의 모습과 그 천혜의 자연 적응을 통해 아버지의 생각을 읽고 행동에 나서는 헬레나의 반전이 숨 막히게 만든다.
동물을 사냥하는 것이 아닌 아버지를 사냥해야만 한다는 책 띠지의 문구처럼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진 보기 드문 새로운 형태의 여성의 존재를 부각한 책이다.
아버지를 버리고 엄마를 택했던 그 순간부터 이미 그녀 자신은 아버지를 죽여야만 했던 운명이었던 것일까?
간혹 가다가 방송에서도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말을 통해 갇혀있던 사람과 그를 납치한 사람 간의 모종의 연대의식을 엿볼 수 있다지만 이 책은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 보다 확실한 매듭을 지었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슬픈, 그러면서도 사이코패스란 성격을 지닌 사람의 존재를 죽여야만 했던 그 상황 설정들이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했다.
종전의 타 책들과는 또 다른 새로운 여자 주인공이 탄생을 알린 책, 책 속에 담긴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 그 안에서 또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기억이 될 만한 책이다.
흥미진진할것 같은데요.
제가 좀 이런 사연있는 심리묘사한 책을 좋아하거든요. ㅎ
^^
네.
한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