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마스다 타다노리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뜻하지 않게 선의의 행동이든 의식적으로 악의적인 행동이든 뒤 결과에 대한 섬뜩함을 들려주는 이야기, 4개의 단편집을 읽었다.
신인 작가라는 말이 의심될 정도의 탄탄한 글 구성력을 지닌 이 작품집은 생각지도 못했던 사소한 일들이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 아니 나가 관계하고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그 피해를 입게 된다면….이라는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첫 번째 이야기인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은 의도치 않게 행동했던 경솔함이 재앙으로 불어닥친 이야기다.
자신의 딸을 유괴했다는 남자의 전화를 받은 아버지가 범인이 따르는 대로 행동에 옮기는 과정에서 자신이 행했던 과거의 자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자살 시도자를 만류하지 못하고 부추겨 사망하게 했던 그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숨 막힘의 싸움으로 진행된다.
두 번째 이야기 [밤에 깨어나]는 어느 알바생이 당하는 이야기다.
여성들만 노리는 범인과 용모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주위의 곱지 않은 의심과 시선 속에서 나름대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를 쓰지만 한번 인식된 사람들의 의심은 쉽게 벗겨낼 수가 없는 갑갑한 상태를 드러낸다.
이에 더해 감시 속에서 행동한 분풀이 행동들은 결국 병실행, 뜻밖의 진범의 고백은 읽는 내내 정말 단순한, 꿈일 것이란 악몽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지니게 한다.
만일 누구나 이런 알바생처럼 억울한 일들이 발생한다면, 더군다나 의심만으로도 충분히 진범일 것이란 확신에 찬 주위의 차가운 시선들을 어떻게 바꿀 수는 없을까? 에 대한 생각들, 군중들의 편협한 이기적인 시선들이 한 인간을 어떻게 망쳐놓는지를 그린 공포를 그린 작품이다.
세 번째 [복수의 꽃은 시들지 않는다]는 25년 전 학창 시절 세 친구가 범죄를 모의하고 그 결과물로 왕따를 당한 친구가 자살함으로써 이에 복수를 결심한 친구 외삼촌으로부터 당하는 이야기다.
자신이 아닌 자신의 가족들에게 위협을 하는 외삼촌의 의도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들이미는 상황을 그린 긴장감 최고조의 이야기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이 바뀐 이 상황에 대해서 과연 외삼촌은 조카의 죽음에 한을 풀었다면 그 원한의 감정을 쉽게 풀어질 수 있을까?
죄도 없는 당사자의 가족들은 이런 일을 겪어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
끝도 없는 이런 복수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네 번째[ 계단실의 여왕]는 같은 층에 사는 여자가 층계참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갈등하는 이야기다.
사이가 좋지 않은 두 사람의 관계, 119에 신고를 하자니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타인들이 발견한다면 신고를 할 것 같은 생각, 귀찮다는 생각, 주위의 도움을 생각하지만 이마저도 번거롭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쓰러진 여자의 스토커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상황이 크게 번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네 편 모두 사소한 일상의 작은 일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말함으로써 자신에게 그 결과물의 피해가 돌아오는지를 단편의 문학 안에 짧고도 굵직하게 그려냈다.
나 자신의 위주로 생각하고 결단하는 행동들이 어떤 경우에는 선의에 의해 행동했다 할지라고 결과는 악의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이야기들은 추리 스릴러의 맛깔스러움과 함께 누구나 이런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질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등이 오싹함을 느끼게 된다.
나가 바라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는 세상, 누구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지만 결과물은 엄청난 파국의 끝을 향해간다는 점은 살아가는 데에 있어 행동과 말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 작품들이다.
간결함 속에 드러내고자 한 내용들이 확실하게 그려지는 이야기 흐름은 차후 이 신인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