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9년 12월 20일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빅엔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70세의 빅 엔젤은 엄마의 장례식에 지각을 했다.

 

첫 문장부터가 눈길을 끄는데 기발한 설정의 이야기 속에 담긴 흐름이 궁금했다.

 

빅엔젤은 70세의 암환자다.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는 별개로 생일 파티를 준비하기 일주일 전 100세 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에 그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과  모이는 기회를 자신의 생일과 장례식을 함께 지내기로 하고 엄마의 장례일을 일주일 뒤로 미룬다.

 

여전히 자신의 큰 목소리로 인한 집안 어른의 자격으로 있는 빅 엔젤, 그의 어린 시절과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결혼생활, 의붓아들과의 충돌, 자신과 배다른 동생과의 불화까지…

 

사실 이야기는 미국 내에 살고 있는 멕시코 가족들의 삶을 통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나이듬과 병들어가는 과정 속에 자신의 신체의 힘겨움을 딸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들을 볼 수가 있다.

 

몸속에 내재된 멕시코인이라는 생각은 미국에 정착하면서 미국 내의 멕시코인으로 살아가는 다른 가족들과의 모습을 통해 미국인으로 살아가야 할지 멕시코인으로서의 자부심으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대화를 통해 엿볼 수가 있다.

 

콩가루 집안으로 인식될 만큼 자유분방하다고 해야 할까?  한국이라면 이해할 부분의 범위를 넘어선 부분들의 대화들과 생활양식은 빅 엔젤의 복잡한 가계도를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 부분이라 조금은 헷갈렸다.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모습들, 그 안에서의  추억들과 배다른 동생과의 마지막 일들은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독자들의 웃음을 예상치 못하게 터트리는 빅 엔젤의 가족들,  이국땅이라는 곳에 정착한 이민자들로서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삶은 여전히 긍정적인 것이란 것을 느끼면서 읽은 책이다.

 

실제 저자가  형의 죽음을 앞두고 떠오른 생각을 소설로 그린 작품답게 부부 간의 사랑과 자식들과의 사랑, 그리고 화해를 적절한 유머를 통해 그려 재밌게 읽은 책이다.

                                                                                                                                

내 어머니의 이야기(큰 활자본/송년 에디션)

나의어머니표지

어머니전체

내 어머니 이야기 세트 (큰활자본/전용박스 + 2020 벽걸이 달력 포함) – 전4권 – 송년 에디션
김은성 지음 / 애니북스 / 2019년 12월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책’으로 tvN ‘알쓸신잡’을 통해 관심을 받으며 절판된 지 4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온 책, 이번엔 큰 활자본으로 다시 출간된 책을 만나봤다.

 

한국의 가요 중에 이미자란 가수가 부른 ‘여자의 일생’이란 노래가 있다.

듣다 보면 우리 할머니 세대나 엄마들의 세대들이 겪어 온 인생의 고달픈 이야기를 담은 듯한 가사 내용이 아픔을 전해주는데 이 책에서 보인 엄마의 일생 또한 다르지 않다.

 

마흔에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저자는 10년에 걸친 시간 동안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녹취해서 그림에 녹여냈다.

 

정교하고 섬세한 그림의 선이 아닌 투박하면서도 보면 볼수록 정이 드는 그림의 세계, 엄마의 얼굴도 딸의 얼굴도 집 밖에 나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들이다.

그런 딸의 그림과 이야기는 엄마의 인생 이야기이자 한 개인의 역사면서 한 시대에 녹아들며 살아간 이야기다.

어머니가계도

 

 

 

북청 물장수란 말이 유명하듯 저자의 엄마 고향은 이북이다.

놋새라는 애칭을 가진 엄마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일본군 위안부 징징을 피하기 위해 누구나 그러했듯 서둘러 원치 않은 결혼을 했다.

6.25 전쟁으로 이북을 떠나 남한에 정착하고  굵직한 한국 현대사의 역사를 관통하고 살아온 이야기는 무심코 던지는 이북 사투리를 살려낸 저자의 노력으로 한층 독자들의 가슴을 절절하게 만든다.

어머니1

어머니2

 

 

드라마나 소설에서 나올듯한 한 개인의 삶을 그려낸 듯한 인생의 이야기는 모녀간의 대화를 통해서 실제 생활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그 차지한 부분들 속에 차곡차곡 쌓인 그리움이 존재한다.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너무나 많은 부분들이 겹쳐 놀랐다.

비단 저자의 어머니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 할머니, 어머니의 이야기로 집약될 수 있는 이 책은 다시 재조명되지 않았더라면 어쩔뻔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어머니7

 

책이 도착되자마자 펼친 큰 활자본 또한 톡톡히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엄마 곁에서 같이 보면서 때론 한 장면을 두고 한 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할머니가 그리워졌기도 했던 시간을 갖게 한 책, 어찌 보면 역사란 것이 이런 한 개인 개인들의 삶이 모여서 역사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했다.

 

더함도 모자람도 없는 담백함 속에 수묵화의 농담을 연상시키는 그림과 더불어 오늘도 여전히 그리운 ‘엄마’란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 책, 강추한다.

어머니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