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9년 12월 31일

폭력과 정의

폭력과정의

폭력과 정의 – 문학으로 읽는 법, 법으로 바라본 문학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안경환.김성곤 지음 / 비채 / 2019년 12월

 

 

서로 상반된 단어의 느낌이 강렬하게 와 닿는 두 단어의 연결고리는 과연 무엇일까?

 
법의학자 안경환, 영문학자 김성곤, 두 분이 대학에서 다룬 내용을 책으로 출간한 것인 만큼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책이라고 생각되는 책이다.

 

최소한의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는 법이란 장치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옳은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이에 연관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심이 깃든 체계이다.

 

그런데 저자의 말들처럼 법이 내린 판결이 모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지는 않는다는 현실 앞에서 이 책에서 보인 다양한 문학과 영화의 내용들을 토대로 다룬 내용들은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특히 재밌게만 봤다고 생각했던 영화의 한 장면, 한대사 부분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떤 의미로 들리는지, 등장인물들의 동작과 대사가 메타포적인 의미로 어떤 부분들을 드러내는지를 보인 글들은 새삼 다시 보게 된다.

 

책은 총 3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법의 이면, 정의와 편견 그리고 사회와 사람으로 나누어져 각 파트에 해당되는 영화 이야기나 문학작품을 토대로 미국의 건국 토대부터 시작한 법의 체계서부터 어떤 사건에 이르러 법으로 통과되기까지의 과정, 유머로만 기억됐던 한국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 같은 경우도 눈여겨 다시 볼 영화들이었다.

 

특히 그저께 오랜만에 방영된 ‘프라이멀 피어’란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서 저자가 다룬 법과 그 법의 토대 안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또 다른 법의 허점과 인간의 마음을 이용하는 범인의 섬뜩한 이면들, 이를 다른 폭력의 형태로 자신의 승소를 이끌어낸 변호사의 좌절감을 보인 명장면들이 떠오르게 만들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란 물음은 여전히 꾸준한 질문이다.

 

자신의 주장이 정의란 이름으로 주장하고 이에 반한 이견을 낸 사람들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결정지어버리는 세태, 정의 실현을 위해서 가해지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는 면들을 볼 때 이 책에서 보인 여러 작품들은 예술적인 장르로만 느껴볼 것이 아닌 무엇을 의미하면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뜻을 부여한 책이기도 하다.

 

 

‘문학으로 읽는 법, 법으로 바라본 문학’을 부제로 달고 있지만 꼭 법에만 국한되지 않은 넓은 의미의 법 이야기를 통해서 작품을 볼 때 시야를 넓혀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딱딱하다고 생각했던 책이 의외로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게 편집된 부분도 좋고, 특히 문학과 영화를 다룬 것들이라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책이라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거짓말을 사랑하는 여자

거짓말사랑거짓말을 사랑하는 여자
오카베 에츠 지음, 민경욱 옮김 / 달다 / 2019년 11월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어.” –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면 둘 사이만의 특별한 공간과 기억과 추억들이 있기 마련이다.

타인들이 아무리 의구심을 갖더라도 당사자인 나가 아니라고 믿는다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이 없겠지만 만약 이 모든 것들이 전부 거짓이란 사실로 드러난다면, 더군다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순리대로 모든  절차가 이루어지리라 믿었던 상대의 모든 것이 거짓이라면 어떤 마음이 들까?

 

 

대기업 식품 회사에 다니면서 나름대로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여성 유카리, 나름대로 모범 여성으로서 인정을 받고 있는 그녀는 동거한 지 5년이 되는 남자 친구 깃페이가 있다.

대학병원 연구의란 직업을 갖고 있는 그는 결혼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이 없다는 말로 유카리를 기다리게 하지만 그녀의 믿음은 언젠가는 결혼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엄마에게 소개를 하고자 서로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깃페이를 두고 문자 연락을 시도하지만 무응답, 결국 새벽이 되어서야 그가 길거리에 쓰러져 지주막 하혈이란 증상으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병원을 찾아간 그녀는 그가 가지고 있던 직장, 이름, 신분증까지 모두 거짓임을 알게 되면서 도대체 나는 누구랑 살고 있었던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 휩싸인다.

 

 

이에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자 결심하고자 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람을 고용하게 되고 그에 대한 다각적인 여러 가지 방면으로 파헤쳐보기 시작하는데….

 

 

 

책의 진행은 유카리가 갖고 있던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나가 사랑하는 남자는 누구였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흐른다.

처음엔 배신감으로, 주위의 시선으로 볼 때 의도적으로 돈을 목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었는가에 대한 의문부터 시작해 정작 둘 사이에서 오고 가던 말들을 곱씹어 보면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단 결론에 이른다.

 

유카리가 정작 믿었던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깃페이란 대상이 아닌 ‘사랑’이란 감정에 흠뻑 빠져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당시의 환경 탓이었을까? 깃페이가 도대체 왜 이런 자신의 모든 것을 숨겨야만 했을 무언가의 사정이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책은 전반부에 유카리가 갖고 있던 감정의 선을,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혼수상태의 깃페이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때론 알면서도 모른 척, 모른다면 그저 넘어가는 것도 괜찮을 때가 있다.

유카리 또한 이런 상황을 넘어갔다면 깃페이와의 사랑은 어떤 식으로 이어나갔을까?

 

– “가와하라 씨, 고이데 씨에게 속았다고 하셨는데, 그게 아니라 고이데 씨가 뭔가를 숨겼다고 생각하진 않으세요?”
“뭐가 다른가요? 속인 거나 숨긴 거나.”
“그럴까요?”
“마찬가지예요.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는 변함없으니까요.”
“뭐…… 그런가요.”
가이바라는 천장을 노려봤다.

 

가이바라의 말처럼 유카리를 생각해서 숨겨왔다면 그 또한 깃페이 나름대로 배려와 차선의 사랑방식을 나름대로 선택한 것을 아니었을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진실을 알게 된 후의 유카리가 깃페이에게 말한 대사는 그래서 더욱 아픔이 전해져 온다.

 

각자의 뜻한바대로 이루어진 절차였다면 유카리는 깃페이를 용서했을까?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썼다고 하는 이 책의 내용은 진실한 사랑이란 이름 앞에서 나는 상대를 얼마큼 진실성 있게 사랑하고 있는가? 에 대한 물음, 사랑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던진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