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드린 콜레트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자연의 힘은 위대하다 못해 두려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여기 거대한 자연의 힘에 압도되어버린 가족이 있다.
화산이 폭발한 후 파타의 집은 무사히 위험을 피했고 다행히도 이 집에 살고 있는 가족들 11명 모두 무사하다.
한없이 쏟아지는 비와 바람이 연일 불어대자 집마저 안전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은 파타의 가족들은 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결심한다.
문제는 보트는 한 쳑 뿐이고 8명만이 탈 수 있다.
가족은 11명, 그렇다면 누구를 남기고 타야 할 것인가? 에 대한 문제에 직면한 아빠는 결국 3명의 아이들과 먹을 것과 물을 남긴 채 떠난다.
엄마의 결렬한 반대에도 아빠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엄마 또한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편을 용서할 수 없는 이중 감정에 휩싸인 채 떠난다.
그렇다면 남겨진 아이들은 어떤가?
11살의 루이는 잠자고 눈을 떠보니 자신과 동생 두명만 남겨진 채 가족들은 곧 돌아오겠다는 편지만 남기고 떠나버렸다.
막막하고 암울한 시점에 여전히 동생들은 희망적인 마음을 갖지만 11살 루이의 눈에는 결코 믿을 수가 없는 현실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책은 떠난 가족들의 생사기로에 선 사투와 남겨진 아이들의 사투를 그린다.
그 어떤 재난영화와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긴박한 상활 속에서의 가족애, 사랑, 자연과의 싸움을 그린 이 책은 한 가족에게 벌어진 일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그린다.
가장 잊을 수없는 장면은 어린 루이가 동생들과 자신이 살기 위해 선택해야 했던 장면이다.
점점 떨어져 가는 식량과 물 앞에서 자신들도 곧 떠나야 함을 알지만 뗏목조차 만들 수 없다는 한계를 느낄 때쯤 나타난 그 누군가도 결코 믿을 수없는 존재임을 알았을 때의 일이 잊히질 않는다.
떠난 가족들 또한 순탄치만은 않다.
남겨진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 자연의 끊임없는 도전들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어느 재난영화처럼 평화롭고 행복한 결말이 아닌 열린 결말의 형태로 끝난 것이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면 괜찮을까? 싶을 정도의 극한 상황이 잘 그려진 책이다.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조건에서 몰려오는 불안과 공포,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단을 선택한 모습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 책은 아니었지만 만약 이처럼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과연 어떤 결단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 책이다.
긴박감과 긴장감, 그 어느 영상보다도 훨씬 체감 있게 다가온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