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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인사

작별인사  작별인사/김영하/밀리의 서재/2020년 02.12

 

 

 

김영하 작가의 신작을 만났다.

보통 신작이 나오면 인터넷 서점에 검색이 되는 것이 당연함에도 어디에도 검색이 되질 않아 처음엔 당황이 됐었다.

알고 보니 밀리의 서재에서 밀리 오리지널 에디션으로 출간된 자체 작품이라 검색이 안됐던 것-

 

 

다양한 인간의 삶과 모습들, 에세이를 통해 작가의 글을 접한 독자로서 이번에 접한 이 작품을 SF라는 장르에 도전한 작가의 또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미래를 그리는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영화 속에서 그린 장면들처럼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단면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닿게 한 책이다.

 

과학자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란 철이는 어느 날 어디론가 잡혀간다.

 

자신이 인간으로 알고 살았지만 그를 붙잡아간 사람들은 그를 인간이 아닌 등록되지 않은 휴머노이드로 알고 있었던 것, 알고 보니 자신의 정체는 과학자가 만들어낸 휴머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게 된다.

 

이후 그는 진짜 인간인 ‘선’, 휴머노이드인 ‘민’과의 만남을 통해 휴머노이드 연옥이란 곳을 탈출하기 위해 애를 쓴다.

 

영화에서 보면 먼 미래 뇌 부분만 있는 형태가 전시실 안에 올려져 있고 그 뇌와의 상호 대화를 통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장면들을 볼 때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책을 통해서 본 이야기들은 삶과 죽음에 있어서 무한의 생명을 가지고 있지만 육체는 없는 경우, 이와 반대되는 경우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어떤 삶이 온전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생각들은 저자가 그려낸 캐릭터들을 통해 다양한 모습들을 보인다.

 

문학작품 속에서 만났던 인물들이 연상될 만큼 비슷한 것들이 느껴졌고 SF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이 연상되기도 해서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것이 저자가 도전한 SF문학의 첫 발로서 가벼움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독자들과의 만남을 시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동안 SF계열 책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특히 김영하 님의 노트가 별도로 부록으로 들어있어 그 안에 책의 내용과 부합된 일러스트는 또 다른 이해력과 감성을 느끼게 한다.

 

김영하노트

김영하노트문장

 

두껍지 않은 책이라서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과, 군더더기 없이 부드럽게 읽을 수 있는 문장들이 돋보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이름 없는 여자들

이름없는 여자들이름 없는 여자들 스토리콜렉터 82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0년 3월

북유럽의 코지 미스터리 작가로 알려진 덴마크의 아나 그루에 작품이다.

 

덴마크 지방도시인 크리스티안순이란 곳에서 광고대행사의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단 소르메달은 고교 동창이자 수사관인 플레밍 토르프, 아내 마리아네와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스트레스성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잠시 회사를 쉬고 있던 바로 자신의 직장에서 청소부 업체에서 파견된 릴리아나란 여성이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단은 사건 현장으로 플레밍을 돕기 위해 함께 간다.

 

죽은 그녀에 대한 정확한 신원과 거처를 알지 못하던 그들은 그녀와 함께 파트너로 일하던 벤야민을 추궁하게 되고 이후 사건은 릴리아나와 함께 동거하던 또 다른 나이지리아 여성 샐리가 참혹하게 죽은 모습으로 발견이 되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도대체 누가, 왜, 무슨 이유로 이들을 죽인 것일까?

 

책의 내용은 사회복지국가의 천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북유럽의 속살들을 파헤쳐 그 안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이민자들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정당한 절차대로 이민자의 자격이 아닌 불법체류자 출신들, 그것도 자신들이 꿈꾸던 직업을 갖게 해 주겠다며 접근한 사람들이나 가족들의 몰염치한 행동의 결과물로 성매매를 전전하는 여성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여인들의 실상을 드러낸다.

 

경찰의 도움을 받고자 하나 이 역시도 법망의 테두리에 걸려 다시 고국으로 소환되는 악순환, 고국에서조차 관습이란 형태로 돌팔매나 또 다른 제3 국으로 다시 팔려가는 악순환의 고리는 불법체류자로서의 생활이 차라리 낫다는 희망마저 갖게 되는 모순을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을 돕는다는 취지로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임금의 일부를 가로채는 복지국가의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진실되게 그들을 돕는가?

 

일부이긴 하겠지만 이 책에서 보인 그들의 모습은  불법체류자들의 상호 묵인하에 법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모습들이  겉에서 보는 빛나는 이면 뒤에 감춰진 어둠을 보이는 글이라 씁쓸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현재 위치와 안위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비정함과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냉정함,  반대로 그들로 인해  죽은 여인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실명조차 불릴 수없다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여실히 보인 작품이다.

 

‘단 소메르달’ 시리즈로 불리는 첫 신호탄이라는 이 작품을 통해 복지국가의 감춰진 우울한 진실을 드러낸 점, 그 안에서 전문 수사관이 아닌 평범한 회사원인 단의 활약이 돋보였던 책인 만큼 다음 시리즈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