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0년 3월 20일

영혼의 집 짓기

영혼의집짓기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제목부터가 심금을 울렸다.

우리는 흔히 말하는 죽음 뒤에 영혼이 있을 것이라고, 비록 육신은 이승을 떠나가지만 영혼만은 그 사람의 정신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믿고 싶다.

 

그런데 죽음이라는 것은 어느 날 통고를 하지 않는 불청객이다.

그런 만큼 이런 죽음, 특히 가까운 지인이나 부모님의 죽음을 실제 경험해본 사람들이라면 책 제목이 주는 울림 성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듯하다.

 

이 책은 실제 저자가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기자이자 작가로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언젠가 맞을 자신의 죽음을 대비해 관을 짜기로 계획하면서 느낀 여러 감정을 쓴 에세이다.

 

은퇴한 이후에도 꾸준히 당신에 대한 몸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던 아버지는 집 안 곳곳에 자신의 작품(?)을 설치했고 그런 가정의 분위기는 저자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우연찮게 자신의 관 짜기 돌입 프로젝트를 하겠다는 발상은 일률적인 관의 형태나 소재를 떠나 온전히 자신만의 영혼이 들어갈 관을 생각했기에 가능했고 이는 총 1095일 동안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진행하면서 일상생활 속의 변화를 담담히 풀어놓는다.

 

암의 재발에도 불구하고 거뜬히 이겨낸 아버지, 그런 아버지였지만, 엄마의 친한 친구분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연이어 세 번째 암이 발생한 이후 아들이자 한 남자, 한가정의 가장인 저자가 아버지를 통해 느낀 삶에 대한 사랑, 용서, 후회를 진솔하게 풀어낸 부분들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내 곁에 항상 계셔줄 것만 같았던 부모님의 존재,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이란 말이 서툴게 받아들이기도 전에 갑자기 돌아가신다면 그 당황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저자의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저가가 관 만들기 프로젝트에 동참을 구했을 때 자신의 노하우와 곳곳에 인생의 지혜를 담아낸 모습들이 저자의 섬세한 기록을 통해 보인점이 감정의 파고를 넘나들게 한다.

 

동양인의 시선으로는 선뜻할 수 없었던 프로젝트였지만 이를 떠나 관을 만들기 위해 설계를 하고 진행을 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깨달은 점들은 우리 모두에게 공통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감정이 아닐까 싶었다.

 

– 나 자신의 관을 만든다는 것은 한 때는 매우 매혹적인 은유처럼 보였지만, 다 만들어진 관의 모습은 자신의 진실을 가식 없이 드러내 보였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진실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상자일 뿐이었다.- P335

 

 

차근히 풀어낸 글의 감정도 좋았고 책을 덮고서도 한동안 뭉클함이 가시질 않은 책이었다.

                                                                                                                                

환야 1.2

환야[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모두 읽은 것을 아니지만 대체로 출간된 책들은 거의 읽은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왠지 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더군다나 개정판으로 새롭게 만나는 책이란 것에 궁금증이 더욱 생긴 작품이기도 하다.

 

 

저자의 백야행을 접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또다시 그의 진가를 느낄 수가 있을 것 같다.

 

배경은 대지진이 일어난 일본의 그 후를 다룬다.

대지진이란 재해 속에 부모를 잃은 여자 주인공 미휴유는 계획된 살인이 아닌 우연한 살인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건물 더미에 깔린 고모부를 죽인 마샤야를 보게 되고 마사야의 사연은  오로지 아버지 생명보험금을 노린 고모부의 존재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저지른 살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의 운명을 함께하는데…

 

사건을 두고 모든 일을 해결해주겠다는 그녀, 가녀린 외모에 위험함을 느끼게 하는 여자, 이런 여인에게 빠져드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긴박함을 유지한 채 진행된다.

 

자신들이 위험을 알아주고 함께하며 풀어나가려는 그녀를 어찌 마다할 사람들이 있을까? 바로 이런 점을 노린 그녀의 교묘한 계획은 역시 마사야를 이용했음이 드러난 장면들이 기막히게 다가온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뿌리치지 못한 남자 마사유, 그렇다면 그녀는 진정 자신의 계획 때문에 그를 이용한 하려 했을까? 아니면 마사유처럼 어느 정도 그에 대한 감정이 있었을까?

 

유일하게 그녀를 의심했던 형사 가토는 그녀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지, 후반부에 갈수록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는 내용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 아니 마사유에 대한 아련한 감정이 몰려오는 것은 팜프파탈인 줄 알면서도 그녀를 놓지 못했던 순정남에 대한 사랑이 내내 안타깝게 느꼈던 책이다.

 

도쿄 타워

 

도쿄타워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국내의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작가들 중 심리를 뛰어나게 그린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다.

출간된지는 오래됐지만 이번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옷을 갈아입고 출간이 됐다.

 

처음 작가의 작품을 대한 작품은 아니었고 이 책 또한 처음 접한다.

하고많은 작품 중에 유독 이 작품과는 인연이 없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개정판을 통해 접한 기분이 남다르다.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여러 가지 느낌을 그리는 작가, 보통의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패턴이 아닌 정상에서 벗어난 사랑을 그렸음에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어색함을 못 느끼는 작가의 글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동안 읽어왔던 작품들을 보더라도 헤어진 남자 친구의 연인과 동거생활, 유부남을 사랑하는 불륜의 사랑, 세상의 잣대로 보면 결코 정상의 사랑법이 아님에도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비관적인 모습이거나 다른 감정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다.

 

이 책에서 나오는 인물들 또한 정상의 범주에서 생각하는 사랑을 하지 않는데, 읽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사랑이 상대방을 어떤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으며 그들의 사랑 형태가 온전한 사랑이 아닐지라도 ‘사랑’이란 말 그대로의 모습을 투영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의 등장인물들의 사랑은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다가도 어느샌가 그들의 사랑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넘치는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저자의 사랑이야기는 읽을수록 새롭다.

 

주된 내용인 마흔 살 여인과 스무 살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책은 아들뻘에 해당되는 연하의 남자와의 사랑이야기지만 두 남자의 사랑 방식이 다르다는 데서 비교해 볼 수 있는 차이점이 재미를 준다.

 

토오루와 코우지라는 이름을 가진 두 청년, 이들의 사랑은 정반대, 즉 토오루는 사랑을 기다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방식이 함께 있고 싶고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는 방식이라면, 코우지는 양다리 걸치는 식의 사랑법을 취한다.

 

어느 쪽이 진정한 사랑의 형태라고 말할 순 없지만 등장인물들의 사랑법이 특정 인물들에 한한 것이 아닌 그저 평범한 그 누군가의 사랑법도 될 수 있다는 설득력 있게 그린 점이 저자의 글솜씨로 발휘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남는 작품, 다시 한번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