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사는 연습
결혼초,남편의월급봉투는구경도못했었다.

모두시골집으로내려갔다.

타먹은계돈,이자돈,부모님생활비,동생들학비,그리고

결혼할때받은3부다이아반지값과신혼살림차린전세값꾼것까지.

삼년쯤지나니,만원쯤남은월급봉투를가져왔다.

그만원으로,당시한근에7천원쯤하던소고기를사던지,만원쯤하는쵸이스커피를한봉지사던지했다.

그냥먹고까무러치려고

그러니까,

월급날다음에우리집에놀러오는친구들은냄비에고기덩어리가떡들어있는것을보며

"넌맨날죽는다고아우성이더니,웬고기덩어리야?"하며아까운쵸이스커피를마구마셔댔었다.

그래도굶어죽지않은것은,

기본먹거리인쌀과김치를대주는친정이있어서였다.

5년지나서중동으로나갔는데,

오일달러뒤집어쓴주재원마누라들이만불짜리불란서제본차이나홈세트를산다,페르샤카펫을산다고

야단들이었다.걱정이된내남편은

"피땀흘려벌은오일달러로깨지는그릇을산다고?우리는그릇에담아먹을것부터우선확보해야한다.

그러니알아서해."

10년이지나미국에왔는데,

수퍼에가면,

두통에99센트짜리마카로니를살까,세통에1불39센트짜리를살까,열나게머리를굴렸었다.

유통기한이바로그날이거나다음날인세일고기를찾아헤맸고,

햄버거에맹물을마시며"건강에좋다"고아이들에게폼잡기도했었다.

25년이지나알라바마에오니,

집은꽤멋진데아무것도없었다.

그래서부자동네의사립학교에서하는야드세일에가서부자들이쓰다내어놓은가구들을샀다.

꼭더필요한것은샘스나코스트코,중고가게에서사모았다.

손님들이오면,

"우리는가구대신멋진자연을집안에들여놓고삽니다."

지금까지그렇게살아왔다.

이따위너저분한것들을여기에쓰는이유는

이젠잘사는거자랑할때가아닌것같기때문이다.나도때를만난것이다.

어떤이는내가안목이없어서돈을쓸줄모른다고하고,

어떤이는지지리궁상이라서그런다고생각하는눈치이다.

또어떤이는돈이란써야생기는것이라고개똥경제이론을들먹인다.

나는정말돈이없는것보다,

사람들의그런몰지각한시선이때로는더가슴아팠다.

가난하게살수밖에없는사람,

아니면가난하게살기로마음먹은사람에게,

고급호텔에서식사한것을자랑하는사람들은남을배려할줄모르는사람들이다.

맨밥이라도먹고살아남으려고발버둥치는사람들이도처에있지않은가.

하긴,

신문잡지도이런식당소개를버젓이해대는데그신문은그러니까…

경제가어렵다는기사를머릿기사로내지말아야한다.

말이좀빗나갔지만

입은삐뚜러져도말은바로하라고했으니.

지금의나는어떤가?

그옛날냄비속의고기덩어리만보던친구들처럼,

융자로산큰집만보는사람들은

내가부자인줄안다.

그러나나는아직도30년이나남은융자금을갚기위해페이퍼타올을반으로찢어서쓰고,

맥도날드에가면이제야겨우콤보밀(combomeal)을주문한다.

미국경제가아무리어려워진다한들,우리유학생시절보다더어려울까

한국경제가아무리어려워진다한들,우리신혼초보다더힘이들까

결코더어려울것없다!

이런배짱이나에게는있다.

남이흥청망청잘살때,눈물을머금고못사는연습을했기때문이다.

**위의사진은작년내생일케익이다.

단것을좋아하지않는내성질을알고$5.99짜리스몰파이를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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