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선거 날 저녁
아이들이피자를시켰다.

마치풋볼경기가있는저녁처럼우리는피자먹으며TV를본다.

"오바마가확실히이길거라는데,뭐가그리재미있어?"

나는바보같이물었다.

"상원의원투표도있구요,오바마가얼마나크게이길까,아니면겨우이길까그것도재미있구요,

또뭐놀랄일이없나그것도궁금하구요."

"오바마가겨우이기면그게놀랄일이냐?"

"그렇지요."

매번부정선거라고난리치던30여년전한국대통령선거와비교하면,

오늘밤은온갖첨단기술이동원된화요일밤의쇼쇼쇼같다.

어쨌거나나는박정희,죠지부시밖에는투표한대통령이없다.

미국역사에길이기록될첫번째흑인대통령,버락오바마가탄생하는날저녁,

미국의주류흑인도아닌케냐인아버지,백인어머니사이에태어난세계인이과연미국대통령이되는

것이다.그역사적인현장에내가있다.그러나나는여전히피곤하다.

앞으로의세상은어떻게변할것인가.

모처럼아이들과남편과함께원베드룸아들아파트에서TV를보고있으니,

피곤하지만침대로가고싶지가않다.

돌아가신외할머니께서애국가가끝날때까지소파에서주무시던모습이생각난다.

들어가세요,들어가세요,방에가서주무세요,아무리사정을해도안들어가시고

우리를밀어내고소파를다점령하고주무시던할머니,내가벌써그꼴이되었다.

그때들어가서주무시라고성화할때,할머니께서는얼마나불안하고미안했을까.

식구들틈에서,소음속에서자고싶어하는심정을젊은이들은절대로모를것이다.

나도그땐몰랐었고,나는이담에저러지말자고속으로다짐도했었다.

그때가바로엊그제같은데,이젠내가소파에서밀려날까봐불안하다.

강아지는소파에서자도괜찮은데,할머니는왜안될까

강아지에게공간을양보하는마음의여유를노인에게도줄수는없을까.

엥커앤더슨구퍼가코멘테이터들에게묻는다.

"오바마가270표얻고나면우린뭘하나요?"

"일찍집에가서발씻고자는거지요."

멕케인할아버지도얼른발씻고편안히주무세요.소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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