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처녀를 처녀라고 해도 안 믿는 세상

추석에송편을하려고사놓았던참깨를오늘에야볶았다.
요즘은식재료를믿지못하는버릇이생겨,원산지표기를확인해날것으로샀다.그래봤자원산지가

중국에서인디아로바뀌었을뿐이지만.

씻어서볶다보니아직도검은쭉정이가드문드문보였다.지저분해보였다.
그래서골라내어보니한숟갈도안되는쭉정이가그많은하얀참깨를지저분하게보이게한것이다.
문득생각나는것이있었다.

몇년전미국식당을할때의일이었다.
바텐더가한국계였는데,자기조카이야기를했다.
"조카가유학을왔는데,오자마자BMW차를뽑았어요.한국의자기집에서는미친놈이라고난리가났지요.

그런데,울언니가돈을선뜻준거예요.잘해보라고요."
그조카는공부에는관심이없이,멋지게꾸미고부잣집도련님행세를하고다니다가,

드디어진짜부잣집아가씨를만나결혼을해서장인회사의중역으로들어갔다고했다.

"그러니까울언니는본전뽑은거예요.아무리딸들이잘났어도투자를좀하셔야해요.요즘은그게

세태이니까요."
그러면서그녀는,
"따님들이너무순진해서오히려상대를못만나는가봐요?"
"정말그래.내숭을좀떨어야남자가관심을가질텐데말야."
"그런데,한번도남자를사귀어보지않았어요?"
"그걸내가어떻게알아,사귄다는것이어느정도를말하는데?"
"키스를할정도라던가…하긴,요즘은키스정도야사귀는것도아니지…그럼,아직까지처녀예요?"
"뭐라구?…그럼처녀가처녀지,아님뭐야?"
"요즘쌩처녀(virgin)가어디있어요."
그녀는내가너무순진한엄마라서딸을숫처녀로믿는다는눈치였다.

흠…이걸말로어떻게증명하나…
"난말야,예수님엄마마리아가숫처녀로예수를잉태했다는것을믿는기독교인인데…"
그바텐더는얼른다른곳으로도망가버렸다.내말이길어질것같으니까.

진짜처녀를처녀라고해도안믿는세상이되었다.
왜그럴까?
참깨속의쭉정이를골라내며내내그걸생각해본다.

그러나누가뭐라해도나는,
거뭇거뭇한쭉정이가섞여지저분한볶은통깨를못본척먹기는싫다.
그래서,

늙은이특유의까탈스러움으로쭉정이를골라낸다.

섞어먹고싶은사람들은그러던지말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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