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결혼했냐구? (3)

아들아,네가지난번에심각하게물어봤었지?
엄마랑아빠랑은어떻게결혼했어요?라고.

위스키와케이크

12월31일,
다시는안만나겠다고생각했었는데,웬일인지또만났다.아마도전화선착순이었을거다.
지난번만났을때,
소홀히여김을받은것같아바가지를좀씌워야겠다는생각은했었지만,
정말,그중요한망년회날,왜그를만나러나갔는지알수가없다.

진고개를걸어가며(아직도거기를진고개라고부르는지?),나는술을잘마신다고말했다.
그랬더니위스키한잔하자고한다.어쭈!

그는사람들이와글와글한양주집으로데리고가더니위스키를시켰다.
창고같은스탠드바.

그런집이거기있는줄도몰랐다.

콧등이맹맹하니달아오르자말이실실나오기시작했다.
"좌절감이요?그거나도느껴봤지요.몇번."
그는흥미롭다는얼굴을하고쳐다봤다.
쳐다만보았지더말해보라고는하지는않았다.

나는그의침묵이너무답답하고어색해서혼자떠들기시작했다.
"일류중학교를다녔는데동계고등학교엘떨어졌지요.2차고등학교를갔는데,너무창피한거예요.

그래서매일교복을싸들고학교앞문방구에가서갈아입고등교했어요."
그가피식웃었다.
"그때는시내버스에서옆사람과팔만닿아도깜짝깜짝놀라곤했어요.아는사람만날까봐요.꿈에서는,

대학생이되었는데도다시고등학교를졸업해야한다고걱정을하고…"

입에발동이걸리기시작하자나는,
사춘기청소년에게그런끔찍한좌절감을주면안된다,2류인생을경험하기에는너무어린나이였다,그렇지만

그때내가사람이좀된것같다,등등한참떠들다가,
"제일억울했던것은연애소설을실컷못쓰게된거였어요.고등학생만되면연애소설을막써재끼려고했는데,학교를떨어지니면목이없어서…"
얼굴이예뻐서,빽이있어서은행에들어왔다고까불대는계집애들때문에속이뒤집힌다는얘기도했고,

나는아무것도없는데어떻게거길들어갔는지알수가없어,세상은좌우지간웃겨…그런데,

그쪽얘기는안해요?

그렇게떠들다술집을나왔다.

12월31일거리는꽉차있었다.
술집건너편에태극당이있었는데,문을막닫으려하고있었다.
문득,

집에계신할머니와동생들생각이났다.케이크를사가야지…
케이크두상자를사서그에게하나건네주며선물이라고했다.
"이런걸…"
그가좀당황하며받았다.

퇴계로버스정거장.
나는더이상버스만태워주는것에분노하지않았다.
케이크라도주고나니마음이너그러워졌는지,
겨울밤의싸늘한공기가상쾌했다.

***토달기
그가나중에고백하기를,그양주집은"도라지위스키시음장"이라고했다.
아주싼.
그에게구두쇠친구가있었는데,어느날한턱낸다고거길데리고가서알았다고했다.

그걸나에게써먹어?
내가사준케이크값이훨씬더나갔지만,어쩔거나…복수는다음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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