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결혼했냐구? (8)

사과꽃향기

드디어약혼날자가잡혔다.
2월초.
12월중순에처음만났으니까한달반만에약혼을하게되는것이다.
이약혼날짜를누가어떻게잡았는지는아무도기억못한다.어쩌면시어머니께서는기억하고계실지?…

아무튼약혼을한다니까,
그제서야나는준비가하나도되어있지않다는사실을깨달았다.
아직도낮섧기만한그남자,그와결혼을약속한다는것이우습기도하고또두렵기도했다.

알라바마우리동네

내부모님께서그의시골집을방문하셨다.
그와그집에대해아는것이너무없어직접그의고향집이라도한번가봐야겠다고하신것이다.

그때는전화연락도어렵고,급할땐전보를치던때였다.
그러니까,
초대받은것이아니라그냥무턱대고가신것이다.무슨암행어사나된것처럼.

경북선열차를타고나지막한구릉과과수원을지나며,어머니는자기고향황해도에온듯한착각에빠졌었다고

하셨다.
"철로주변의풍경이꼭우리어렸을때자랐던사과밭같더라.그런평온한곳에서농사짓고사는사람들이라면볼것도없이선하겠지라는생각이들었어."

딸의일생이걸려있는혼사에,막중한(?)임무를띠고가는길인데,부모님은주변풍경에빠져이미마음을

정하신것같았다.
아버지께서는일단읍내의한병원을찾아들어가셨다.

인사를트고,그사람의집에대해물으셨다고한다.그산부인과병원원장은잘모른다고했단다.

할수없이그의집으로가는수밖에…
그의부모님들은예고없는방문에놀라셨지만,양반고을의예를갖추어서집안으로모시고,
내부모님과그의부모님은그렇게상견례를하셨다.
한두시간쯤머물다가돌아오셨다고한다.

읍내에있는그의집은잘손질되어있었다고한다.농사는더이상짓지않는것같은데,뒷켠으로방이서너개딸린별채가있어,그걸팔면아들장가갈때작은집은사줄수있다고큰소리(?)치셨단다.
홀홀단신으로월남해서자수성가하신내아버지께서는남자쪽의대가족분위기가마음에드셨던것같았다.
그래서인지다녀오신소감이,

"젊은사람들이힘을합쳐자력으로가정을꾸려나가는것이좋지,부모에게기대는것이뭐가좋으냐?

우리가그집에좀결례를했다마는,가보니사람들이순박해보이고,자식들교육도잘시켜놓은것같아서

이에비는마음이놓인다."

***토달기
내부모님은그때전라도에사실때인데,당일로경상도에다녀오시기가벅차서대전에서하루밤머무셨다고

한다.

그때까지만해도고속도로가시댁동네까지연결되지않아서우리는주로경부선기차를타고김천역에서갈아

탔었는데,결혼해서같은철로를달리며나는우리부모님과는달리많이울었다.
내가울기시작하면,남편은혹시아는사람이볼까봐당황해서가리느라고애쓰던모습이생각난다.
왜울었냐구?
순박한사람들은순박한자기들의말만주장하기에,나는그걸삭일수없었기때문이다.

내부모님은아직까지도그경북선철로주변의가짜사과꽃향기를기억하신다.
그러나나는내부모님처럼자식을위해향기를찾아나설자신이없다.
향기는항상좋은냄새를풍기지만,남에게맞는향기를찾아내는것은쉽지않으니까…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