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결혼했냐구? (14)

그래서,"어떻게결혼했냐구?"

너희들이궁금한것은어떻게결혼을결심했는가일텐데,지금까지쓰다보니그대답을확실히못한것같다.
그럴수밖에없는것이,

우리가연애를해서하루속히함께살고싶었던것도아니고,

정략적으로결혼을해서가문을빛내야할일도없었기때문이다.
다만,
결혼할나이가되어친구들이하나둘결혼하고,

집안에서도밀어붙이니까맞선을보아서로생각했던배우자상에비슷하게맞는것같아결혼을결심한것이다.
생각했던배우자상이란,외형적인것이었다.외모,학벌,능력…뭐그런거지.
맞선보고처음부터마음까지딱맞았다면그건복권맞춘것이고…

웨딩드레스는단골살롱에서맞추었는데,가봉(basting)하러가서입어보니너무수수했다.
"드레스마저시시하네…"하자디자이너가당황하며,
"면사포쓰고,꽃다발들면화려해지니까너무속상해하지마세요."
정말다완성된드레스를입고나면마음이달뜰까?

레이스가달린긴팔드레스로당시에도좀특별한디자인이었는데,나를잘아는사람들은드레스에대해칭찬을많이했었다.

그때는신부화장잘한다고소문난미장원이몇개있었다.

거기를거치면모두똑같이예쁘게생긴신부가되는데,아무리말려도미용사들이머리에"후까시"를잔뜩넣고,마스카라와화운데이션을잔뜩발라놓으니,갑자기내가싱가폴에어라인스튜어디스처럼변해버렸다.

결혼식전에한차례비가쏟아졌다.
웨딩마치에맞추어걸어나가는데,이무슨쇼를하나,하는생각에웃음이자꾸나왔다.
유치원때이후처음으로한복을입고폐백을드렸다.
내부모님은그자리에참석할수없다고했는데,그게좀부당하다고생각했었고,
시댁식구들의부축을받으며절을드리고,시댁어른들로부터만축복과덕담을들으면서비로소

나를낳아주신부모님과의이별이시작되는구나…생각했었다.

신혼여행은남해안으로갔다.
나는남들이잘안가는곳엘가고싶었고,그는일정과경비가빡빡해서거기로정한것같았다.아무튼,

둘이처음으로마음이맞아결정한사항이었다.

비행기도처음탔다.
부산에내려일식집에들어가저녁을먹는데,삼월의꽃샘추위를맞았던터라따끈한정종을한잔하고나니

긴장이확풀리는것같았다.
길고이상했던하루…
화장실간다고없어진’남편’이아무리기다려도나타나질않았다.
그래서화장실쪽으로찾으러가니그가벽에기대서있었다.화장실문앞에서누구랑세게부딪혀쓰러졌었다고했다.그와함께테이블로돌아와나만혼자계속마셨다.
그리고

해운대호텔까지어떻게갔는지잘생각이안난다.

***토달기
웨딩드레스는꽤비싸게주고맞췄었는데,어디로갔는지알수가없다.
딸을둘이나낳을줄알았으면잘간수했다가옛날이야기하며보여줄것을,그때는아들딱하나만낳으려고

생각했었다.
동생도같이웨딩드레스를맞추었는데,그녀는아들만둘을낳았다.

요즘유행하는윗통다벗어제낀웨딩드레스를나는별로좋아하지않는다.
아담의아내’이브’보다는많이가렸지만,글쎄…

디자이너이선생의말이오랫동안기억에남는다.
면사포와부케.
순결이나헌신과같은고결한흰드레스만으로는한여자의일생이그다지아름답게보이지않는다.

거기에는면사포도있어야하고,부케도있어야한다.
하얗기만한무미건조한결혼생활에아련한면사포같은,혹은화사한꽃다발과같은장식품은그결혼생활을

풍성하게해줄것임이틀림없는데,그러면내밋밋한결혼생활에면사포나부케는무엇이었을까?

결혼식날까지나는한번도메이크업화장을해보지않았다.그래서화장을어떻게지우는지,지우는클린저가

따로있는지도몰랐다.
신혼여행둘째날아침,호텔을나서는데남편이자꾸얼굴에뭐가묻은것같다고했다.
나는세수다하고나왔는데왜그러나…생각하면서부산에살던친구부부를만나러갔는데,

친구가"너화장도안지우고잤냐?"하는것이었다.

깜짝놀라그녀가준거울을보니얼굴이거북이등짝같았다.

남편은지금까지도정종은잘안마신다.정종을마시면다리가저리다고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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