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1Q81 (1)

영광의탈출

"형,물먹었다며?"
남편이두바이로발령이나자시동생이말했다.
아마거의모든사람들이그렇게생각하고있었을것이다.
종합무역상사의해외지사가마구생기던시절,물안먹은사람들은유럽이나미국지사로발령받을때였다.

중동은건설역군들이혼자가서오일달러를벌어오는곳이었다.

그러나,나는그물이시원했다.
한국을떠나면어디든지천국일것이라고생각했기에.

막내가5개월,그위로세살,다섯살의두딸이있었다.
아이셋을데리고사막을향해떠날준비를시작했다.
그때,나는너무돈이없었기때문에중동에가면돈도벌고,시집살이도면하리라는야무진기대에

사막에가는것이하나도겁나지않았다.
"유럽지사에나가면너무쪼들린다고하더라."
나를위로하느라하는말이겠지만,위로안해도괜찮았다.

친정어머니도,딸이우울증에걸려매일죽을생각만하고사는것보다차라리사막에라도가는것이훨씬

낫다고생각하셨는지,’한국을떠나는것이네가살길이다,잘됐다.’고말씀하셨다.
그래서아이셋을데리고떠났다.

셋째를낳고나서몸이너무불어맞는옷이없었다.
봄에떠나는데,사막에서입을여름옷을구할수가없었다.남대문시장을뒤져전후좌우로막늘어나는

면티셔츠를몇개사고,아이들옷은옆집영은이가입던피터팬,베베프랑소와즈옷을받아가지고갔다.

아이셋에이민가방8개.
가방속에는아이들동화책전집과분유,면기저귀,그리고건어물등등이들어있었다.

우리일행은사람과짐이많아수속이늦어져서우리때문에비행기가연발을했다.김포에서도,동경에서도.
워키토키를든비행기회사직원이남편의수속을도왔지만,그래도연발이되었다.
당연히비행기좌석은다흩어진것을받아서남편과아이둘과떨어져앉게되었다.

나는살찐몸과싸구려티샤츠를가리기위해아이를업고처녀포대기로둥둥감고비행기를탔는데,

동서가제발그러지말라고사정을했지만,그냥아이를업고들어갔다.
나중에보니너무잘한짓이었다.
아이를하나업고,양손으로두아이를잡을수있어서,남편의손을덜어탑승수속이나입국수속등을그나마

빨리할수있었기때문이었다.

"왜이렇게아이를많이낳으셨어요?"
CPA비행기의한국승무원이딱하다는듯이물었다.
"아들낳으려구요,왜요?"
그때는둘만낳아잘키우자,하나라도좋다,하며범국가적으로산아제한을장려하던시절이었다.

아이셋을낳으면야만인이라고도했다.아무튼,
아이들때문에비행기안에서주는밥은먹을생각도할수없었고,아이들과씨름하는것을보다못한

스튜어디스가장난감을한보따리가져다놓고갔다.
내나이서른세살.
영광의엑소더스가시작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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