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을 죽이는 스트레스

오후4시쯤남편에게서전화가왔다.
"TV좀켜봐.학교에서총격사건이터졌다는데…"
경찰차와앰브런스가쉘비센터앞에서웅웅거리고있었다.건물안에서총격사건이벌어졌다는것외에는

다른정보가없었다.

쉘비센터는내가지난학기에러시아어를듣느라고들락거리던건물이었다.


사고가난쉘비센터(과학기술관)

저녁때까지추측기사만나올뿐,아무것도확인된보도는없었다.
내남편사무실은다른건물에있어서걱정은안되었지만,사고가난건물에들락거리는학생이나교수가족은

얼마나마음을졸이겠나싶은데,교수두명이사망했다는보도가나왔다.

그건물에는수학과의한국인교수도있었는데,전화를통해안부가확인되었다.

자기방에서꼼짝못하고있다고했다.

금요일오후라서저녁강의가많지않아건물내에학생들이많지않았다고했다.
"바로우리학교에서이런일이일어났다는것이믿기지않아요."

한학생이울먹이며인터뷰를했다.

오후9시,
학교당국과수사기관의간단한발표로는,교수셋이사망하고다른셋이중상이라고했다.

그외에는수사중이라서아무것도말할수없다는말만반복하고들어갔다.

총을쏜사람은생물학과여교수인데테녀(종신고용제)가거부되자미팅하고있던다른동료교수들을쐈다고

했다.

죽은교수명단에는작년에남편이컨퍼런스갈때같이차를타고갔던여교수가포함되어있었는데,

그래서남편이비통해했다.

지난주에는중학생이자기동기생을복도에서쏴죽이는사건이발생해서이작은도시를벌컥뒤집어놓더니,

이번에는교수가교수를쏘는일이벌어진것이다.그때도학부형들이달려가고,전화로자기아이들안부를묻느라난리였었는데,이런일이또일어났으니온동네가초상집같다.

목사님과학생에게서안부를묻는이메일이오고,

CNN과뉴욕타임스에긴급뉴스가나가고,한국신문인터넷판에도보도되자남편은부랴부랴아는사람들에게

"나는괜찮다"고이메일을쳤다.

스트레스.
이렇게스트레스가심한세상에서살아남는다는것이기적이라는생각이든다.
이번사고를낸여교수는이미일년전에테녀가거부되어서계속어필을했는데,

오늘아침에최종적으로그어필조차도거부가되어이런일이벌어졌을거라는후문이있다.

이렇게되면교수를그만두거나다른학교로옮겨야하고,학교를상대로소송을거는것도불가능하게되니

하바드출신의49세의여교수에게는충격과분노만남았으리라.

그래도남을죽이면안되지…하면서그놈의총은왜규제를못하는가답답했다.

내남편도테녀받을때너무스트레스를받아서머리가다빠졌다.

머리만빠지고테녀를받아서천만다행이지만,그때마음고생을많이해서그일은아예생각하고싶지도

않았는데,이번에이런사고가나고보니마음이무척착잡하다.

간혹학계나학원이다른커뮤니티보다더정치적이고더럽다는말을듣는다.
맞기도하고,틀리기도하다.
무슨이유에서인지가르치고배우는것이주업무인학교에도정치적인사람들이있어권모술수의더러움이

기승을부리기도하지만,나머지대부분은고지식한선생들과순수한학생들이기때문에아직도학원은더러운

세상의산소통역할을하고있는것같다.

학교의학생회관에는즉각카운슬링센터가설치되었다.

피해자가족들은물론이지만,학생들과교수들,그리고온시민이이번일로깊은충격을받았기에

상담을받으라는뜻일게다.

이렇게모든제도가잘되어있음에도자꾸사고가나는것은왠일일까?

사고를당한가족을위해기도한다.고인들의명복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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