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스토커

미장원에가기로했던약속을취소했다.
머리를볶으기에는너무깨끗한봄날.

좋은것을나누고싶을때마음에떠오르는사람이있다는것은행운이다.
봄배추김치를맛있게담가나누어먹을수있는친구가있어도행복한데,거기다연두색봄날까지함께나눌

사람이있다면"이제죽어도좋아"일것이다.

이렇게가슴이터질듯이행복한봄날에,
내가잘아는남자는내가전혀알지못하는사람들과머리를맞대고있다.컴컴한방에서.

항상그랬다.
봄날은가도봄날에놀러가자는남자는없었다.봄의유혹이너무커서그런가?
그들은항상어둑어둑한저녁에집이나,다방으로나를찾아왔다.
내가뭐밤의여신도아닌데…

봄날을혼자감당하기가너무벅차빨래를널었다.
하긴누굴불러봐도"진짜좋은날"이라는감탄사외에무얼들을수있으랴마는,

그래서외롭다.

아름다운것을나눌수없어외롭다.

스토커가따로없다.
봄동네를하염없이내다보고있는데,아래집여자가강아지를데리고나왔다.
얼른사진기를갖다대었다.물론우리부엌창에서.
집앞에서누구를기다리는가보다.

아직도있네.
땅바닥에주저앉아서윗도리를벗고햇볕을쬐고있었다.
오늘나는분홍꽃과연두잎이어떻게노는가바라보다가
엉뚱하게도앞집여자를스토커했다.

그여자가나뭇잎에가려서잘안보이면움직여,조금만더움직여,안달을하고
오줌이마려워도꾹참고기다렸다.더벗으면또찍으려고…
에구,에구,집안으로다시들어가버리네.

시어머니는사내아이들을탐내서길가다가도잘생긴사내아이를보면한번더보신다.

그리고손자하나더바라며며느리가폐경이될때까지기다리셨다.
나도,
잘생긴남자는두번본다.예쁜여자는한번만보고.
그러나두번볼남자는흔치않은것같다.

오래전에시누이결혼식에온신부친구들이그오빠(내남편)가잘생겼다고수군거리며,
도대체저남자와사는운좋은여자는누구야!하는눈초리로나를보았는데,

나는그들더러제발데려가살라고말하고싶었다.그자리에모인인연들도덤으로다줄테니…

잘생겼다는것은정말주관적이다.

표현할길이없는아름다움은보고또보는수밖에없다.
스토커처럼.
그래서오늘하루종일
분홍꽃과연초록의참나무잎사귀가연애하는걸스토킹하듯보고또봤다.

하루가그냥다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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