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단상

"아,내일이아버지생신이네요."
제이슨이중국에있는자기아버지께전화를걸어야한다고했다.
"그렇구나.빨리전화해보렴."

가슴이띠끔하다.

생일을맞으신모든분들께드리는케익,(위키피디아에서가져옴)

한국에서떠나온후로내형제들의생일을챙겨본적이별로없었다.

내생일도까먹고살정도로바빳었고,
한국에있는형제들은자기들끼리서로잘챙기고살겠거니해서소홀했었다.
그러면서도,
명절이나부모님생신등의행사에

자기들끼리어디식당이나리조트에모여놀았다는이야기를들으면

은근히부럽고내신세가처량한생각마저들어,

그런날은하루종일가곡"내고향남쪽바다"를흥얼거리며다녔었다.
"그물새,그동무들,고향에다있는데,
나는왜어이타가떠나살게되었는고,
온갖것다뿌리치고돌아갈까,돌아가…"

덩치가큰사람은자기연민도없는것처럼보이는지
가끔씩내가이런심정을토로하면사람들은,
"보기보다섬세하시네요."라고좋게표현한다.
이걸다른말로하면’덩치값도못하시는군요’가아닌가?

어쨋거나,
외국생활에정착하느라정신없이바쁜조카가,
자기아버지의생일을기억해서전화통화라도하려고애쓰는것이기특하다.
그러나통화는못했다.아버지가안받아서.

우리가자랄때는생일이라해봐야기껏소고기미역국한사발얻어먹는것이다였는데,
요즘어린아이생일은어른생일보다더요란법석하다.

"생일잔치요?그게제살제가깎아먹기아닌가요?"
시집을가니,시댁식구중누군가그렇게말했다.
그런분위기에서나는생일없는며느리로35년을살아오고있는데,
거기다주위에친척하나없는미국서살다보니
정말생일이란것이’제살깎아먹기’란생각이들때도있다.
미역국을끓여도내손으로끓여야하고,
생일케익이나장미꽃다발을받아도,
‘주머니돈이쌈지돈’이라는생각이먼저들기때문이다.
참으로멋대가리없는인생이되어버렸다.

생일이나기타행사가있어야식구들이모여하하호호할수있다는것에는이의가없다.
다만,
자식들의생일잔치는요란벅적하게하면서도즐겁기만한데,
조상님들기념일에는’명절증후군’이라는질병까지도는세상이되었으니좀불안하다.

잔치도’내리사랑’인가?

이런세태에자기아버지생일을챙기는효자아들을보니

세상이마냥억울하게흘러가는것만은아닌가보다하는희망도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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