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님의 홈커밍 위크 (1)

제이슨을홈커밍파티에데려다주고,부랴부랴골프9홀을돌고나니해가졌다.
집으로와서라면을끓여먹으며,
"왕자님은지금쯤스테이크를썰고계실텐데,우리시종들은라면을끓여먹는구나."
남편이일깨워준다.

조카는왕자님,우리는그의시종이라는것을…

제이슨의학교는지난주간내내홈커밍행사로바빴다.
월요일은올드맨데이(oldmanday).

늙은이처럼하고가야한다고했다.
그래서남편의모자와오래된크림색양복을입혔는데,남편이젊었을때입었던것이라서그런지
노인네같지가않고꼬마로버트레드포드처럼보였다.
학교에서돌아오더니오더니,
"친구들이저더러올드맨이아니라스타일리쉬래요."

하긴,이태리제양복,내남편도그걸입었을때는아주핸섬했었지…

화요일은L자레터를붙이고가는날이라서,

티셔츠등뒤에L자헝겁을붙여바느질을해주는것으로끝냈다.

블랙벨트대신검정빨강이섞인벨트를보냈다

수요일은캐릭터데이(characterday).
어떤캐릭터를할까?
"새빨간루즈바르고타이츠신고내수영복입고가서마돈나라고해라!"
"아유…그건너무한거아녜요?"
제이슨은태권도블랙벨트인데,태권도복을입고가겠다고했다.오케이.
그래서입혀보니,

그맹꽁이엄마(내올케)가키180센티짜리가입는큰사이즈를사보내서

윗도리는그럭저럭입을수있었는데,바지는너무길었다.

저녁먹고나서재봉틀앞에앉아바지단을줄이는데,

재봉틀써본지오래되어그런지바느질이잘안되고실이자꾸엉겨붙은것이었다.
속으로구시렁거린다.
"에구,팔자좋은어떤년은태권도복사줬다고폼이나잡고,나는이게뭐야?"
한시간넘어재봉틀과씨름을하다가겨우박아놓으니밤11시가넘었다.

다음날학교갔다오더니,

"선생님이’너는무슨캐릭터냐’고물으시는데갑자기생각이안나는거예요.

그래서가만히있으니까’재키챈(성룡)이냐?’하시잖아요.그래서예스,했지요.

오늘태권도복은별로튀지못했어요.

근육이울퉁불퉁한풋볼선수가치어리더캐릭터를하고나와애들이배꼽빠지게웃었거든요."

본파이어,위키피디아에서

목요일오후밴드연습을하고나오더니,
"고모,저오늘은과외못가겠어요.저녁에학교에남아야한대요."
"뭐땜에?"
"왜그런지는제가정확히못알아들었는데요,아무튼애들이다거기간데요."
"안가면밴드부출석에지장이있는거야?"
"잘모르겠어요,그런것같지는않구요,그런데본파이어(bonfire)가뭐예요?"
머리에탁,떠오르는것이있었다.
"오늘저녁에본파이어한다구?에이구,조카님,그것까지참석안하셔도되겠네요!

공부에도신경좀쓰세요.

본파이어,그거,캠프파이어처럼불피우는건데훨씬크지.

홈커밍하면그거꼭하지만,그러나너는오늘저녁에과외가는것이우선이다."
나는무자비하게자르고과외집으로데려다주었다.
"집중!정신차려서공부!"
"네에,알았어요,고모오~"
배시시웃고들어간다.

금요일은
빨간색데이라서학교밴드부의빨간유니폼을입고갔다.
나갈때보니,
한국의친구가부쳐준회색조끼를그위에입었다.향수도뿌리고.

제이슨은누나들사이에서자라서그런지모양을제법낸다.
따라서거울보는시간도길다.
남자도성형을하고여자처럼입고다닌다는소릴들었지만,

그건그저연예인이나그러나보다했더니대한민국전국민이외모가꾸기에전력질주하나보다.
그래도,
씻지도않고냄새풀풀풍기며다니는것보다는훨씬낫다는생각에뭐라할말은없다.

악기하나도할줄모르는제이슨이밴드부에들어간것은순전히내’뻥’때문이었다.
학기초에밴드부선생님을만나,
"percussion(타악기)을시켰으면하는데요."
"할줄압니까?"
"아니요,그러나곧개인레슨을시키려고합니다.피아노는좀쳤구요."
밴드디렉터는된다,안된다그자리에서대답을안했다.
그래서얼른카운슬러에게가서밴드를정규과목으로등록해버렸다.

그리고펄커션개인레슨을시키기시작했다.
나중에보니,

조카는한국애들이다치는피아노도못친다고했다.

누나와함께

남편과나는아이들키울때딱맞는의견이하나있었는데,
틴에이져,특히남자애들은바쁘게굴려야한다는것이었다.
그래서우리아이들을스포츠,음악,클럽활동등으로정신없이바쁘게했다.
공부하라는말은한번도한일이없었지만,
아이들이과외활동하는데는전폭협조했었다.
그래서비행기타고타주로경시대회나컨퍼런스하러나가면
빚을내어서라도적절한복장과비행기값을마련해주었었다.

홈커밍파티날친구들과.혼자만튀게넥타이를안맺다.

제이슨이미국에도착했을때,아들에게물었었다.
"무슨과외활동을시키면좋을까?"
"운동을좋아하면그거시키구요,아니면밴드부에들어가북을치라고해보세요."

다행이,
제이슨이재미있어했다.
악보도못읽고,박자도모르니옆의아이치는것을눈치껏따라하면서도
PepBand(응원밴드)에서제일크고무거운북을짊어지고풋볼경기장에나선다.
허리가아프다고하면서도거의매주말마다학교풋볼경기에참석해서북을치며응원하고,

밴드부스에서햄버거핫도그사먹으며친구들과수다떨고소리지르고…
미국고등학교아이들과꼭같은(건강한?)생활을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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