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1980 (15): 눈을 뜨다

결혼5년만에정신을차려보니내가두바이에와있었다.
세아이들이눈에들어왔고,남편이라는사람도보였다.
분명히내가낳은아이들이건만한국에서는안보이더니사막에서는보였다.
분명히나와결혼한남자이건만한국에서는안보이더니사막에서는보였다.
그러니까,
나는한국에서눈앞이깜깜한채로그야말로장님5년,벙어리5년,귀머거리5년으로살아온것이다.

처음에는시댁식구를만날때만자동으로블랙아웃(blackout)이되더니,

나중에는온세상이깜깜해졌었다.

AmazingGrace.
영어가사를보면그때내상태가더실감이난다.
"Ioncewaslost,butnowamfound;wasblindbutnowIsee"
나는한때잃었던사람,그러나지금은찾아졌고,
눈이멀었던사람,그러나지금은보네

울기시작했다.
내아이들,남편을제대로볼수있게눈이떠져서감사해서울었다.
아이들이꼬물꼬물노는것,
낮잠시간에집에들어와그아이들과노는남편이너무신기했다.
새로운광경에내가슴깊은곳에서는감격의울음이터져나오고있었다.

시댁식구들이나에게했던부당한언사들이다용서가되었다.
"그렇게억울한소리를해대면정말재미있을까?"

심지어그들이불쌍하게생각되기도했다.
그래서,
물실크한복이입고싶다시던시어머니에게진짜실크한벌해드리고,

형더러물먹었다고비양거리던시동생에게는약주를대접하리라…다짐했다.
너그러워진자신이기특해서다시꺼억꺼억울었다.

선이엄마가신앙서적을빌려줬다.
루마니아목사님이쓴책인데(그분이름이로버트뭐라고했는데,잘생각이안난다)
마치그목사님이나를위해그책을쓴것같다는생각이들정도로홀딱빠져읽었다.
그책을읽고나니,

예수믿는것이어렵지않게생각되었고,나같이유식한사람도믿을만하구나…생각했었다.

조집사가말했다.
"처음믿을때는아무책이나보시면안됩니다.사탄이틈타구요,이단사상이들어가기쉽습니다."
무슨소리를하는지…

"이책읽으셨어요?여기에무슨이상한말이있던가요?"
"그게아니라,처음믿는사람은마음이여리거든요.그래서아이처럼부드러운음식을먹어야한다구요."
"제가알아서먹을테니까걱정마시고,조집사님이제가읽을책까지골라주실필요는없어요."

그는내가만만했는지꺼떡하면나를붙잡고말도안되는신앙토론을하자고했다.
말꼬리를붙잡고늘어져어떤때는늦게까지아파트주차장에붙잡혀있을때도있었다.
"지금몇시인데이제들어오는거야?"남편이물었다.
"조집사에게붙잡혔었지."
"에그,한심…"
"나도싫어.그어거지가말이안된다는건알겠는데,왜말이안되는지를반박할수가없는거야.

내가성경을모르잖아."

"말이안되면말지!"
그래서혼자성경책을펴놓고읽기시작했다.
분명한국을떠날때짐속에성경책을안넣었는데어디서성경책이났는지,있었다.
아무튼,
조집사코를납작하게해주기위해나는성경을읽기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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