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도 크루즈

누가크루즈가자고하면나는항상,
"난드레스도없고,춤도못추고,더구나그런것관심없는남편데리고가서

일일이설명,설득해야하는것도귀찮고…"
그래서여지껏안갔었는데,
엿새동안밥걱정안해도된다는소리에깜박넘어가떠난것이다.

패션아일랜드에서돌아와디너를먹는데,동석한친구남편이,
"어제쑈말입니다,참좋더라구요.오늘도하는데안가시렵니까?"
"그러죠.오늘저녁지나면쇼는더이상없지요?"
첫날쇼가너무엉망이라서쇼구경은다시안하려고했고,
내심,파리나라스베가스의최고쇼를봤는데,

까짓것싸구려쿠르즈쇼,안봐도돼,하던참이었다.

"난안가!"남편은일언지하에거절했다.
무안했지만꾹참고다시,
"갑시다앙~"
"가고싶으면혼자가.난방에있을게."
"나혼자?"
그래서,터져버렸다.

"그거한번가주면안되요?그렇게꼭자기하고싶은것만해야되?"
"글세,보고싶으면혼자가라니까!"

당황함으로머리속이블랙아웃이되어어찌할줄을모르다가,
"됐어요,관둡시다,이번크루즈는여기서끝냅시다,내이렇게망칠줄알았지!"
벌떡일어나나오려고하는데,친구가말했다.
"가고싶으면혼자가면되지,뭘그걸가지고…"
아차,싶었다.

그날밤,
많은생각을했다.
결혼37년동안나는,포도밭을지나는이솝우화의여우처럼
탐스럽지만못따먹을것같은포도를보면,
"저포도는시어서맛이없을거야."하고참고살았다.
그렇게마음먹는것이따달라고조르는것보다훨씬쉬웠기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나는별로먹고싶은것이없는마누라가되어버렸고,
그러다보니,
오늘저녁처럼단포도가코앞에있어도얻어먹지못하기도하고,
그러다보니,
먹고싶으면지가따먹지…하는소릴듣게되며,
그러다보니,
잘참다가도불시에성질을내어공든탑을무너트리는것이다.

크루즈를다녀오니사람들이한결같이,
"선장디너맛있지요?쑈재미있지요?"묻는다.
"아니,아니…"

왜안갔는지설명하기도뭐해서몰라서못간척한다.

그러면서나는속으로또,내이럴줄알았지,한다.

내바램은,
크루즈의쇼가재미있다고하면남편과함께보러가고,
선장디너가맛있다고하면먹으러가고,
남편이방에서한국연속극이나보자고하면오케이,
마야의유적지를보자고해도오케이,
한마디로말해서,
모처럼쉬러갔으니까,남편과사이좋게놀고싶었던것이다.

내진심은,멩세코,
남하는짓다해보려는욕심도아니고,
다정해보이는부부질투는더더구나아니었다.
그냥쉬고싶었다.
37년의신포도바라보기를멈추고…
그런데
좀따먹으려했다가졸지에우스운꼴이되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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