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외국인

조카가배가아파서또학교엘못갔다.
8월이후로이번이세번째다.
두번째아플때까지는너무먹어서그럴꺼야…했었는데,
오늘은은근히걱정이되었다.

조카는건강보험이없다.
작년에한국에서들었던것갱신하라고그토록일렀건만,
네네,하더니안하고그냥놔둔것을이번에야알았다.
사실,

그보험은여기서받아주는병원이거의없다.
그래도운동부에들어가려면학교에형식적으로나마내야하기에필요한것이었다.

나는한국에서부터걸려온감기가떨어지지가않아내훼밀리닥터에게예약을했는데,
내심,내치료가끝나면조카도좀봐달라고떼를써볼심산으로조카를데리고갔다.
미리떼쓰는영어연습(?)까지하고
다죽어가는소리로봐줄수없겠냐고물었더니단번에거절이다.
새환자는오래전부터안받았다고했다.
대신

다른젊은개업의를소개해주겠다면서의사두명의이름을주었다.
거기에전화를걸어보니,보험이없어환자로받을수없다고했다.
"내돈을내겠어요."
그래도안된다고했다.
"제이슨,이것이미국의현실이다."

할수없이우리는WalkInClinic(예약없이바로갈수있는병원)에갔는데,
오후라서인지다행이대기실에환자가별로없었다.
서류작성을하고,155불을선불로내고,진찰실에들어갔다.
통역을해야하기때문에나도따라들어갔다.
흠…생각보다빨리진찰을받네…

간호원이기본검사를했다.혈압,맥박,증세묻기…
토했냐,설사했냐,그단어를못알아듣는조카.
요즘은영어가좀들리는지,조카는내신세안지려고하는데,
그단어를몰라낭패한얼굴이다.
아직도곳곳에네가모르는영어가숨어있다!

그런데한시간을기다려도의사가안왔다.
감기기운이있는나는에어컨바람에으실으실한기가나기시작했고,
병고치러온우리는기다리다지쳐병이도지게생겼다.
조카가간호원에게가서의사가언제오냐고묻는다.
"다음이네차례야."
그러고도20분쯤더있다가의사가나타나서여기저기만져보더니,
피검사와오줌검사를하라고했다.
얼마나걸립니까?
한30분,아니,그보다짧게걸릴수도있습니다.

나와교대하기위해남편이왔다.
남편에게맡기고집으로돌아와조카에게줄흰죽을쑤고,저녁밥을짓는데,
몸살이으시으시난다.
내의사는그냥감기이니나더러감기약만잘먹으라고했었다.
열이나면어떻하지요?
타이레놀먹으세요.
나중에남편에게그얘기를했더니,
"나라도그런얘기는해줄수있으니이젠병원에가지마!"

나는면역력이낮아혹시감기라도이기지못하고병을기를까봐의사에게갔었는데,
의사는나를보통환자취급하며돌려보냈다.
좋기도하고불안하기도하다.

아무튼,
저녁이다되어돌아온조카는
피검사,오줌검사에아무이상이없고,
계속아프면다음에와서초음파검사를하라고했단다.
초음파?
그거무지비싸다는데?몇천불든다는말을들었는데…
"얘,한달만참았다가겨울방학에한국에나가검사를받는것이나을것같다.

그때까지정신력으로버텨봐.젊은놈이니까큰병은아닐꺼야.스트레스성위장병도있다는데."
한국행비행기표가이미매진되었다는뉴스를본것도같지만,
비싼표를사더라도한국에가서치료받는것이싸게들것같다.

의료보험잘되어있는조국놔두고,보험없는외국에와서겪는고통과두려움.
조카의머리속에는별별생각이다들거다.
자,세상살이시작이다.
아프지말아라,조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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