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밥상을 받고

올해나는참특별한성탄절을보냈다.
며느리가차려준밥상을받아본것이다.
"너희집에오라구?좋지!그런데힘들지않겠니?"
"괜찮아요."
며느리는쉽게대답했다.

좁은부엌에서열심히요리하는며느리

크리스마스이브에우리부부,두딸,아들내외는
멕클레인교회에가서성탄전야예배를드리고늦게헤어졌다.
헤어지면서,
"얘,내가반찬한가지해갈게."했는데,
집에돌아와서드라마’뿌리깊은나무’를다보고늦게자는바람에,
다음날아침늦게일어나냉장고를열어보니대책이없었다.
겨우무나물을해가지고헐레벌떡가서보니,

한정식으로한상가득차려져있었다.
"멸치볶음도네가한거야?콩자반도?"
"네.거기오징어젖빼고는다제가했어요.

다니가반찬많은걸좋아하거든요."
아이구머니나!내아들이?

그런데,

언제이런걸다해봤니?
"직장을그만두고나니까(친정)어머니께서요리를해보라고하시더라구요."
순간,

딸들이우린어떡해?하는얼굴로나를바라본다.
"재봉도배우라고하셨는데,시간이없었어요."

뚝배기에된장찌개가나오자나더러식사기도를하라고했다.
나에게는맵고짠것을못먹는다고따로무국을끓여주었는데,
내입맛에딱맞았다.
남편이하도맛있게된장찌개를뜨기에몇숫갈먹어봤더니,음…맛있다.

이집식구’포키’

이것들이어떻하고사나,그것만궁금했었는데,
열심히먹다보니문득,이게며느리가차려준첫밥상이라는걸깨달았다.
그럼,
지금내가역사적인순간에있는거아냐?

그래서정신을가다듬고,
돼지처럼먹기만할것이아니라
뭔가’표현’을해야겠다고생각했다.

"얘,계란찜참맛있다,시금치도슴슴하면서맛있어.

이렇게무치는게쉬운일이아닐텐데,유명한정식집저리가라다!"
"고맙습니다,어머니."
"이불고기는미국마켓에서산거니?그런데참맛있게했구나."
"배가없어서사과를넣고양념했어요."
어허?고런것도알아?

"커피를드릴까요,차를드릴까요?"
"으음…뭐로할까…"
"커피를연하게끓여드릴까요?"
남편이그게좋겠다고해서커피로결정했다.딸들은에스프레소.
커피도딱맞게나왔다.진하지도,멀겋지도않고향기롭게.
음,됐어.
커피때문에점수를더블로올린다.

아들이빈그릇을다거둬가는데,
버릇대로나도일어나설거지를하려고한다.
딸이슬쩍붙잡으며,
"가만계셔요.쟤네들이알아서할거예요."
그소릴듣더니아들이,
"엄마,노노노노.꼼짝말고앉아계세요!"
아참,여기는며느리집이지…

며느리가선물로준’빌러로이&바크’와인잔을들고.

크리스마스선물을교환하고,
시계를보니어느덧5시.
궁뎅이가가벼워야사랑받는시어머니가될것같아서

일어서는데,
"군고구마굽는데잡숫고가세요."한다.
하마터면그거먹고더퍼지다가올뻔했다.
그런데이번에도딸이,
"엄마배안불러요?집에가져가서나중에잡술래요?"한다.
"그래,그러자."

휴~~

집에돌아오니피곤했다.
"늦잠실컷자고,아들네집에가서점심잘먹고돌아왔는데왜피곤하지?"
딸에게물으니,

"안하던일을하셔서그럴거예요."

"안하던일?그래,맞다.안하던일이지.며느리에게밥상받아보는거…

그럼,당신도긴장했어요?"
"별로."
"생전처음며느리밥상받아본날이잖아."
"좋지,왜긴장해?"

음,역시시아버지는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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