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팔자

꽃이피고날이따듯해지자파리가한마리들어왔다.
"Thesexofafly"라는조크가생각난다.

어떤남편이열심히파리를잡고있었다.
"몇마리나잡았어요?"
"다섯마리,암놈세마리와수놈두마리."
"암놈인지수놈인지당신이어떻게알아요?"
"그거야쉽지.세놈은전화기에앉아있었고,두놈은맥주깡통에붙어있었거든."

제목에서연상한것과는달리

여기서말하는sex는성별이라는뜻이다.

하늘이너무파래서골프장에나갔다.혼자서.
남편은학교강의가있고,강의가없는내일은비가온다고했다.
그래서용감하게혼자나갔는데
모처럼날씨가풀려서그런지사람들이줄을섰다.
나는아직골프용어를제대로몰라

‘사람들이줄을섰다’는표현을어떻게해야할지모르겠다.

아무튼
내앞에미국아줌마둘이있고
내뒤에는흑인아저씨하나가기다리고있는데
1,2번홀제끼고그아줌마들앞서3번으로멀찌감치새치기해서갈까하다가
규칙위반이아닐까해서그냥아줌마들뒤를따라갔다.

나도골프친구가있으면좋으련만…

혼자골프칠때좋은점은남편의시간에쫓기지않는것이고
나쁜점은좀무섭다는것이다.

짐승도무섭고사람도무섭다.
나같은할망구를누가감히해꼬지하랴…하고용감히나서지만,
구비구비숲속을혼자돌다보면사실겁이나는것도사실이다.

지난번혼자갔을때는,

앞에남자들셋이치기에슬슬뒤따라가며잘됐다…했는데,
3번홀을꼬부라지며보니까그들이물마시는데서수다를떨고있었다.
나더러먼저치라고했다.
쫓기는것이싫다고했더니자기네들은천천히뒤쫓아갈거니까자꾸먼저치라고했다.
할수없이그들앞에서티에올라숨을고르고한방쳤는데
쉬이익~~잘도뻗어나가더라.하하
나중에파킹장에서만났는데잘친다고.
나는아마무대체질인가보다.

남편과골프장에가면
그는시간에쫓겨대충대충치려고한다.
마누라의건강을위해쳐주는거라니까…
이나이에운동이란스트레스나건강을위해하는것.
그래서인지남편은골프를잘쳐보려고애쓰는것같지는않다.
내가보기에는생각없이아무렇게나치는것같은데,
그래도공이나가는것이신기하다.
공도잘못찾고,물에빠진공도내가건져준다.
그러나골프장구조는한번보면다외운다.
1부터18번홀까지이런저런숫자와,화장실이어디에있고,샛길이어디에있고…

바빠죽겠다는남편을모시고골프를치려니사실
나도눈치가이만저만보이는게아니다.
그도내눈치를본다.안쳐주면심술부릴까봐…
그래서행여비가온다고하면저으기안심하는눈치다.
마나님모시고골프장에안가도되니까…

뒤에따라오는사람이없으면나는열심히사진을찍는다.
골프를치러왔는지,사진기메고놀러왔는지…
맨날똑같은풍경이지만
바람소리가너무시원해서,물소리가너무청아해서찍는다.
그게사진에박히지는않지만왠지놓치면아쉬울것같아서다.

달래가삐죽삐죽나와있는것도찍고,
마른가지에솔방울이매달려있는것도찍는다.
NASA의로켓트도찍고,미국성조기도찍는다.
그러면서
나이래도되는거야?팔자좋은것에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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