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광시곡

1975년삼월,우리는결혼을했다.
결혼기념일이라고
아이들이음악회표를예약해줘서내쉬빌심포니에갔다.
라흐마니노프였다.
파가니니주제에의한광시곡(랍소디).
미친듯이살아온결혼37년.
그기념일에미친노래,광시곡을들으러갔다.

모두24개의변주곡으로구성되어있는랍소디,
그중18번이제일잘알려진,달콤해서미치게만드는곡이다.
연주시간은오직3분08초.
그3분08초의짜릿함을즐기기위해나는왕복4시간을달려야한다.

결혼기념일.
아침에일어나골프나인홀치고,
조카들과함께한국식당의생선부페점심을먹고,
저녁에는라흐마니노프의광시곡을들으러간다.
이보다더좋을수는없다!

음악회는7시시작이지만,3시간전에도착했다.
한시간전에가면주차장찾느라헤메다가헐레벌떡뛰어컨서트홀에도착하는것이싫었고,
그동안나의다운무드에

일찍가서브로드웨이길의사람구경이나하자는남편의배려도있었다.

두시간짜리컨서트를듣기위하여무려10시간을투자하는것이다.

브로드웨이거리의홍키통키술집동네를어슬렁거리다가
벤조를보았다.
악기점주인더러내가배울거라고거짓말을하고사진을찍었다.
벼르고벼르던벤조의실물사진.
이제,
블로그대문짝에벤조의모습을붙일수있다!

남편은생맥주가마시고싶다하고,
나는오줌이마려웠다.
그래서술집으로들어갔다.
카우보이모자와부츠를신은청년이기타를치며
시끄럽게노래하고있었다.
메뉴를보니가격은착한편.
안들어오고밖에서머뭇거리고있는남편더러들어가자고했더니
시끄러워서싫다고한다.
"클래식을들을건데귀버리면어떻게해?"

어떤사람은미쳐서클래식랍소디를연주하고,
어떤사람은미쳐서길거리에서기타를퉁긴다.
그런내쉬빌이나는좋다.
눈동자가몽롱한사람들,찢어진옷을걸친거지들이
거리의한복판에서자랑스럽게노래하는곳.
홈리스…
한국어로는거지인데,한국에서는잊혀져가는단어,거지.
아무튼,
모두미쳐서자기의노래를부른다.

컨서트홀근처의이탈리안레스트랑’쏠레미오’로갔다.
‘오,나의태양’이아니고,’오’자가빠진그냥쏠레미오.
남편은드래프트맥주를시키고나는와인멀로를시켰다.
해물샐러드와페스토파스타를시키고사진을찍었다.
나는언제나빨간포도주를시킨다.
그게몸에더좋다니까.
흠…
이탈리안식당에서식사를하고심포니를들으러가는것은
결혼37년만에처음연출하는드라마다.

"이런순간들이지난세월속에서도있었을텐데,

난매냥쥐어짜는소리만하고살았네…좋은건떠벌리고다녀야안잊어버리는데…"
이걸,
사랑의고백이라고해야하나,감사의표현이라고해야하나…
몇모금의와인에술기운이돌았다.
천천히씹어마셔.천천히.

한잔의와인도못끝내고
식당에서나와산들바람을맞으며천천히걸어컨서트홀로갔다.
발코니맨앞줄.
내가제일좋아하는자리.
안내원이내카메라를보더니절대사진찍지말라고경고했다.

드디어18번변주가나오기시작.
무언가잡힐듯이잡힐듯이애를태운다.

"라흐마니노프의광시곡은34개의변주곡으로되어있다.
18번째변주곡은3분08초걸린다.
그미친노래를들으러나는4시간을달려왔다."

머리는현실적인시(詩)를쓰고있었다.
‘광시곡’.
미치건안미치건,
누구나이런시인은될수있다.

가슴을녹이는3분08초가흐르는데,
그미친노래의감미로움이나를애타게한다.
놓치기싫어서…
프로그램앞뒤에붙은다른작곡가의교향곡은아무래도상관없었다.
두시간중에오직3분08초만쥐면된다!
아,
우리결혼의광시곡중에,
3분08초의변주곡은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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