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어느 날 (2)

새부인은좋았다.
용모도좋았고,붙임성도좋았고,신앙심도좋아보였다.
글쎄…’좋다’라는애매모호한표현이이럴때처럼유용한적이없다.
장편소설쓰는것처럼나도,
"그녀의피부는매끄러웠고,웃어도실주름하나안보였으며,
말소리는튀지않게사근사근,할말은다하면서도전혀거부감을주지않았다."라고
좀더길게묘사할수도있지만,그럴수가없다.왜?
내꼬라지가자꾸비교가되기때문이다.

새부인을만나면전부인생각이날줄알았는데,
엉뚱하게도내꼴이대비가되었다.전혀예상치못했던일.

두분은다10년씩젊어보였다.

새부인께식사기도를부탁했더니잘해주었다.빠진것없이…
"내가한잔따라주지!소주는아니지만…"
선생님이내잔에포도주를따랐다.
우리는술동무였다.
그분은소주가생기면우리부부를불렀고,
나는얼른먼저마시면서남편더러’당신은운전해야지?’못마시게하고,
취하면횡설수설,헤헤거리다가,가라고쫓아내야나왔었다.
술을권하는사람에게약한나.
그래서
선생님이새장가간것에슬금슬금너그러워지기시작했다.
새부인도자기남편과내가술을주거니받거니하는것을웃으며지켜봤다.

"늦었으니이제일어서야겠다."
"아직9시밖에안되었는데요?"
"여기는9시지만우리동네는10시잖아.잘시간이지."
"딱한시간만더놀다가세요.싸게해드릴게…"
웃으며다시앉아대화가이어졌다.
"골프는치세요?"
지난번에도’여자분,골프치세요?’라고물었었는데,이뜻은
어떤분이세요?학교는,가족은,직장은요?대신슬쩍돌려묻는것이다.

돌아가신분은골프,테니스등운동매니아였다.
"요즘은못치지.일요일이면교회에가야하잖아.골프쟁이들이이젠날껴주지도않아."
교회엘꼬박꼬박가시는구나…
전부인은혼자교회에갔었지.돌아가실때까지…

사랑이보호본능을불러일으키는지,보호본능이사랑을불러일으키는지잘모르겠다.
새아내의미국생활에열심히참여하는그분을보면서,
사랑일거야,하면내마음이좀간지러워지고,
책임감일거야,하면무거워졌다.그래서그냥,
서로좋은걸꺼야…

좋아하는사람과
교회에같이가고,그로서리같이가고,밥같이먹고,이렇게여행도같이하고…
그러면활기가생기는것일까?
그럼뭐야,우리는?
우리부부도교회같이가고,가끔씩이지만그로서리에도같이가고,밥도같이먹고,골프까지같이치는데…
소가돼지보듯한다.
"신사는새것을좋아한다?"옛날영화제목이생각났다.

"이사람은텃밭가꾸느라바뻐."
"텃밭요?거기차고옆에있는거말씀이세요?"
"응.조금더늘렸지.이것저것많이심었어."
아무렇지않게그텃밭을말하는선생님을보며안도했다.
그래,빨리생각을바꾸는것이현명해…

돌아가시기전해였던가?

그분은앞마당에꽃을심는다고했다.
"내가죽어도꽃은피겠지?"
그꽃은잘피고있는가묻고싶었지만참았다.

"미국은뭐든지크던데,채소도쑥쑥잘자라네요."
새부인이말했다.
"뭘심으셨는데요?"
"상추,고추,깻잎…켈리언니가전에심으셨던것도많이나와요."
켈리언니.
아무렇지않게그녀는전부인을켈리언니라고불렀다.
언니…그래,좋은호칭이다.
그호칭안에모든관계가정리되어있었다.
전부인과새부인의관계,
세상사람들과그부부의관계,
그리고,
나와켈리언니와의관계도…

"우리집에도놀러오세요."
떠나며신혼아내가말했다.얼른대답이안나왔다.
마음한켠으로는초여름에,
그녀가따온귀한채소로쌈을싸먹으며새추억을쌓아가고싶었지만,
헌추억이얼른놔주지를않았다.

추억은헌것인데도말이다.

나의이마음을어떤친구에게말했더니,
"우리헌것들도그렇게살면되요.새것들처럼!
‘당신은나의새여자,나는당신의새남자!’하며…"
좋다!
우리도한번그렇게살아보는거야!친구와서로웃었다.
나의헌남자가나를물끄러미바라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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