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의첫날,
솔덕(SolDuc)온천에가기로했다.
솔덕은태평양에면한올림픽반도국립공원안에있는온천이다.
"거기는사먹을데가별로없으니까H마트에가서김밥을사가세요."
후배는예쁜바구니에와인과간식거리를담아주며말했다.
만년설이뒤덮인올림픽산이드문드문모습을드러내는데,
그럴때마다갑자기차를세워달라고할수가없어달리는차안에서사진을찍었다.
사진을찍는문제는나중에로키산맥을가로지를때도마찬가지였는데,
관광버스를세울수가없기때문이다.
유리창에내모습이비치지않게하려고무진애를썼다.
초승달모양의크레센트호수를끼고돌아가는길.
부슬부슬비가내리니풍경이수묵화의한부분같다.
서양사람들은이런풍경을어떻게그릴까?
아직활짝피지는않았지만,작은구릉이온통라벤다의향기로덮인것같았다.
조블의’교포아줌마’가혹시이근처에살지않을까해서두리번거렸다.얼굴도모르면서…
"4년전내가발병했을때라벤다를보내준아줌마가있었지.혹시그분이여기사는지몰라…"
딸에게설명을했다.
그라벤다는아직도꽃병에꼿혀있다.
손바닥만한땅위에콩알만한온천이있었다.
"난생처음노천온천에와보네…"
탕속에는중년의한국인들이자기들끼리키들거리며얘기하는데,
도대체어디에서온한국인인지감이잡히지않았다.
요즘미국대도시에서는한국인끼리통성명하는것이실례라고하더니
바로옆에앉아서도서로아는체를안했다.
"저나무이름뭔지아세요?"
옆에앉은미국여자에게물었다.
"남편이전문가예요.물어봐줄게요."
여자는남편을데려오고,그가말했다.
"가문비나무,전나무,그리고저건죽은나무죠."
누런나무한그루를가리켰다.
"아,죽은나무라는이름도있군요."
모두웃었다.
"나는산림전문가예요."
"그럼,국립공원에서일하세요?"
"아뇨,컴퓨터속에서일하지요."
"컴퓨터속에서나무도자르고,심기도해요?"
"그렇죠.마우스로…그리고나무가몇그루인지도세어줘요."
그는자기가하는일을자세히말하면밥줄이끊길까봐더이상말못해준다고했다.
대여섯살쯤되어보이는동양아이가수영장에서그들에게’엄마,아빠,’하며부르고있었다.
후배가그렇게말하는이유를와서야알았다.
그녀처럼하루24시간이모자라게바쁜사람은여기에올수가없다.왜냐하면
이곳은전화도,TV도,인터넷도안터지기때문이다.
그냥,
시간여유가있고,온천에몸담그고,산길을걷고,좋은공기를마시고,
음식은적게먹어야할사람에게딱알맞은곳이었다.
아니면,
산림전문가라거나시인,화가,혹은국립공원관리자라면모를까…
단체관광도불가능해보였다.
이곳숙박시설이너무적기때문이다.
국립공원관리하에있어서인지상업시설도전혀없고,
떼거리관광객을유치할공간도없어보였다.
한국인은차라리본국과일본의온천을이용하는것이훨씬나을것같아보였다.
그래도나는생전처음가본노천온천이신기하고좋았다.
오래전한국에살때수안보온천에딱한번가본적이있는데,
거기서문경세제를넘어상주의시댁에갔었다.눈물의고갯길이었다.
그후미국에와서는
한국사람들,특히내가족들이무슨온천에서만나놀고왔다고하면
자기연민에빠져우울했었다.
그러나이제는안그런다.
남하는거다해보겠다는욕심이화를부른다는것을경험했기때문이다.
저녁식사는
후배가싸준와인과훼드럴웨이의H마트에서사온김밥과빵을늘어놓고
캐빈에서창문을열어놓고큰딸과남편과오손도손먹었다.
큰딸은미리시애틀에와있다가우리와합류했었다.
남편과나,둘이서만여행을하면항상싸우는데,그이유는
남편은목적지지향형이고나는과정지향형이기때문이다.
이걸아는큰딸이중간에마음을바꿔시애틀의친구도만나고
효도자원봉사도한것이다.
이여행을계획하면서,남편은아이들에게이메일을쳤었다.
"우리카나디안로키관광간다.함께가고싶은사람은연락해라.
여행경비는무이자로빌려주겠다."
모두못간다고답장이왔다.
사실기대는안했지만,
가겠다고하는녀석이있으면우리가돈을내줄생각이었는데…
떠나기전에다시한번온천을했는데,
전날오후보다물이깨끗하고좀더따스해서
미련을버리고훌훌떠나기에딱알맞은온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