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와 약자

야곱은요즘말로하면이재(理財)에밝았나보다.
20년동안외삼촌집에있으면서
14년간은무보수로외삼촌의둘째딸레이첼을아내로얻기위해일했고,
나머지6년동안만보수를받으며자신의재산을불렸는데
그게제법많았다.

재산이모이자드디어그는
외삼촌몰래가족과모든재산을이끌고고향으로향한다.

그러나도망한지사흘만에잡히고말았다.
"어찌하여나를속이고가만히도망하였느냐?
내가손자와딸에게입맞추지도못하고헤어지게하려느냐?어리석도다."
"당신이딸들을내게서억지로빼앗을까봐두려워서그랬습니다."

두려움.
고향에서는아버지와형을속여장자권과축복을가로채서두려웠는데,
피난처인처가에서는장인이딸을안보내줄까봐두려워또속임수를쓴것이다.
그에게는오도가도두려운사람들천지…
아무튼,
형의마음을녹일의도로선물을준비하는데,
200마리의암양,20마리의숫양
200마리의암염소,20마리의숫염소,
낙타30마리와그새끼들,
암소40마리,황소10마리,암나귀20,그새끼가10.
대단한선물인데,이정도이니자기재산은무척많았을것이다.

고향길로향하던어느날밤,
얍복강가에서홀로두려움에떨고있던그는
낮선남자와밤새도록씨름(wrestle)을하게되었다.
어떻게만나서왜씨름을시작했는지는나와있지않지만,
밤새도록싸우다가동이틀때쯤
지친남자는그만하자고했다.
그래도죽어라달라붙는야곱에게그는한방먹이고나서
"네이름이뭐냐?"
"야곱입니다."
"이제부터는이스라엘이라고해라.
네가하나님과사람과겨루어이겼기때문이다."
축복하고사라졌다.
야곱은비로소그가하나님과맞섰다는것을깨달았다.

환도(골반?)뼈를다친야곱은절룩거렸다.
그런데

지금이이야기가나랑무슨상관이있다는거야?

이부분을읽으며나는
암진단받던날을떠올렸다.
하나님께서나를주저앉힌그날.

미국에와서나는정말열심히살았다.
재미있었다.
부모로부터도움받지않고자립하는것,
움직이면시간당5불씩생기는것,
그돈으로내식구들밥굶지않게할수있다는것,
이런것들은

아주소박하지만처음느껴보는’존재감’이었다.
"나도할수있다!"
이런나의알량한존재감에도취되어20여년을살아왔는데,
드디어하나님이제동을거신것이다.

암진단을받아놓고보니당장수술과항암치료를받게되면
누가내수발을해줄것인가가걱정이되었다.
내손으로밥도못끓여먹는무능함…
죽는걱정보다무용지물이되었다는것이더충격이었다.

방사선치료부터시작했는데그래서

일단내손으로밥은끓여먹을수있었다.식구들밥까지…
그리고기적처럼암이없어졌다.
잠간,
지금암치료과정을말하려는것이아니라
내가얼마나약한지를말하려는것이다.

내생일밥상과차려준친구

야곱은자수성가한사람이다.
겉으로보기에강하고독해보여도누구보다두려움이많았던것같다.
자신의성공을고향사람에게보여주려니무서운형이거기에기다리고있고,
처가에서살려니무서운장인이쥐락펴락했다.
죽기아니면까무러치기다,고향으로가자!

고향길로가는야곱에게
이번에는하나님께서골반뼈를부러트리며경고를주셨다.
"너의힘이강해서가아니라내가보호하기때문에지금의네가있다."

나에게도그때그러셨다.
"네가강해서지금까지산것이아니다"
그랬다.
내가약해지니비로소강하신하나님이보이기시작했다.

강자(강자)란,
사람들도기피하고,하나님도싫어한다.
그러면서도사람들은말로존경해요,사랑해요,한다.
강자의힘과판단이무서우니까…

지금나는
절대로그런강자가되고싶지않은데도
가끔그런대접을받을때가있다.

그건전적으로나의잘못이기도하다.
과거에강하게살았던흔적이아직내게남아있기때문이다.

(하긴,이글도보통할매의흔적은아닐거다)

상처는아물어도흔적은남지않는가?
이처럼
죄는씻겨도그흔적은남아있다.

그래서
누가나를강하다고추켜세우면나는오히려아프다.
그것은바로내힘을믿었던흔적을들춰내는것이고,
얼핏칭송같아보이지만,그것은
하나님께의지하려는나를자꾸자신의힘을의지하게만들기때문이다.
"수고하고무거운짐진자들아,다내게로오라,
내가너희를쉬게하리라…"(마태복음11장28절)

야곱이나나나,

쉴곳,두려움을내려놓을곳은거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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