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이

뉴욕에사는창이와카톡.
나:졸업식잘했어?
상많이받구?
창:네.잘치루고왔어요.ㅎㅎ
보니상도많이받았더라고요.
나:보니상이뭔데?
창:앗!…어쩌다’보니’상을많이받았다는뜻이었는데…

지난번뉴욕에올라갔을때잠깐창이를만났었다.
마침그날은창이가다니는고등학교오케스트라의컨서트날.
"우리도그컨설트에가볼까?"
"어머,그러실래요?저도이번에처음가요."
창이엄마가반색을했다.

창이는컨서트매스터(악장)가되어있었다.
"바이얼린은어떤거야?"
"5년전에빌린그저그런프렉티스바이얼린이예요."
"그걸로악장까지됐어?"
전교생이몇천명이라는큰고등학교에서
초보연습용바이얼린을가지고악장이된창이.
아…창이를만나길잘했다는생각이들었다.

뉴욕의펜트하우스,롱아일랜드의별장과와이너리에서한껏기분을내고
다음날,

부르클린의허름한아파트동네에가서창이네를만났었다.
짐작했던대로창이네는살기가더어려워져있었다.
돈뿐만아니라영주권문제도자꾸꼬이고있었다.

지난몇년동안나는그들에게말했었다.
"아이들대학갈때까지만참고견뎌봐."
그런데
올해큰아이가대학졸업,작은아이도고등학교를졸업했는데
형편은조금도나아지지않았다.
답답한가슴…

잘나가는사람은계속잘나가는데
꼬이는사람은왜이렇게계속꼬이는것일까?
참어린아이와같은,답이없는질문이입에맴돈다.
어떤사람들은’다이유가있어!’라고아는척말하고
어떤사람들은사회제도의부조리를탓한다.
그러나
나는할말이없다.

열심히사는데그냥자꾸어려워지기만하는창이네.
이제는지쳐출구를잃을것만같아걱정이된다.

그들과있는몇시간동안
내가힘이좀있는사람이었으면…하는생각을해봤다.
오랜만에힘이있는사람이되고싶었다.
그래서창이네를팍팍밀어주고싶었다.

이나이에남에게피해안주고조용히사는것만으로도
가족과사회에기여하는거라고생각해왔었는데
갑자기수퍼맨같은힘을가지고싶었다.

뉴욕의하늘아래는
밑빠진독에물붓기인아이도있고,
투자한만큼부모에게이익을남겨주는아이도있을것이다.
창이는아직둘다아니다.
내짐작으로,조금만투자하면훌륭하게될것같다.

다시카톡.
창이:이제고등학교끝났으니
대학교가서새로운환경에서자랄생각하면
이거기대와두려움이많이생기는걸요.
나:장하다,창아!
"계획을세우는것은사람이나이를인도하시는분은하나님"
알라바마에한번놀러올래?
창이:감사해요.부모님께물어보구요.
나:그래,굿나잇!

창이가놀러오면이런얘기를해볼거다.
너의집안사정을너는어느정도알고있니?
안다면,답답하거나화가나지는않아?
어쨋거나지금너의환경에서가장현명한선택은무엇일까?

그나이쯤되면자신이처한사태를정확히알아야하고
불공평한처지를불평하기보다는적극적으로수용해야하고
그가운데서가장최선의방법을찾아야한다.
어디까지나본인스스로가!

나는창이의등록금이나영주권을도와줄수는없지만,
창이와의대화는시도해볼수있다.

그결과
본인이스스로의장래를계획하기시작한다면,된거다!
내가수퍼맨이안되어도’장래의수퍼맨’을도울수있고

하나님이인도해주실거야,라고격려해줄수있다.

가슴답답했던것이좀뚤린다.

창이야,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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