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뭘하고 지내세요?

"엄마는바빠야해!"
올여름제가시름시름아프다고하니딸이그렇게말했습니다.
대상포진도겪었고,가끔소화도안되고,
두드러기도난다고했거든요.

조카를데리고있었던지난3년동안정신없이바빴으니
그를보내고난후,
빈둥지(emptynest)후유증일거라고생각하는것같습니다만,
천만에요.
손자가오면반갑고,가면더반갑다는그런느낌입니다.
그런데,또바쁘라니…
이젠아프단말도함부로못하겠습니다.

저는원래게으른사람입니다.
집에서딩굴거리는거좋아하고,

밤늦게자고아침늦게일어나는게소원인사람인데
결혼해서,특히미국에와서는그걸못해봤습니다.
그래서
항상바쁘고거칠게살다보니가만히있으면어디아프냐고묻습니다.
하긴,아플때만가만히있었으니겁도나겠지요.

이젠

아프다,마음이좀우울하다는말도못하게생겼습니다.

사람들만나밥을먹으면기분전환은됩니다마는
마음이딱맞는친구를만나기전에는
대부분먹을때빼놓고는입을잘안열게됩니다.

80이넘으신외숙모께서는저녁에전화를받으면
목소리가안나온다고하십니다.
하루종일말한마디도안하고지내시기때문이래요.
미국에사는게그렇긴하지만
남편과친척,자식들이있는데도
아무와도수다를떨지않는것은나만손해인것같습니다.

지난주에미국교회에갔다가미국할머니한분을만났습니다.
76세인데8년전에초등학교교사은퇴하신분이어요.
나이보다10년은젊어보이는멋쟁이입니다.
그교회사람들과컨서트에같이갔다가친해졌는데
다음날이곳의’어린이박물관’에가자고해서다시만났습니다.

여기는사이언스뮤지엄이아주흥미진진한데

(비밀리에최초로원자폭탄을만든곳이니까요)
Children’sMuseum에가자고하기에그냥따라갔습니다.
한마디로,
초등학교교사의안목으로그뮤지엄을잘안내해주었습니다.
얘기도많이해주고요,특히
내영어를잘알아들어서좋았어요.

제입장료를내줬기에점심을제가샀습니다.
어쩌다보니자기개인사정얘기도해줬습니다.
아들이이혼해서며느리와손자들과가깝게산다는것,
마치자기가아들과이혼한느낌이라는것,

손자와’메가버스’라는걸타고워싱턴구경을다녀왔다는것,

그러다가

샌드위치가게종업원이다가오면붙잡고
온동네아는사람얘기를묻습니다.
그렇게아는사람이많은데도외로우신가봅니다.
저는아는사람도많지않은데큰일났습니다.

거기서뭘하고지내세요?
네,
저만두도빚구요,삼겹살도삶아먹어요.
골프도치러갔구요,음악회도갔어요.
저녁이면맥도날드에가서카카오톡도하구요,
더우면월마트에들어가걷기도해요.

한가해서아픈게아니라
나이가들어가서아픈가봐요.
아픈걸여러분께광고하고싶지는않지만
뭘하고지내냐고물으신다면아프지않으려고
노력하고있다고말하겠어요.

그러니제발저더러

바쁘라고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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