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니의 끝

음악회에갔는데

차이콥스키의심포니6비창’.

3악장끝날박수가터졌을까요,터졌을까요?

발코니에앉은어떤남자는기립박수까지쳤답니다.

그러나지휘자는박수친청중을한심하게보지도않고다만

차이콥스키는초연을지휘한6만에죽었다말하고돌아서서

4악장을시작했습니다.

이곡은3악장이아주격동적으로끝을맺어

마치전체교향곡이다끝난것같은착각을주기때문에사람들이박수를치지요.

왜그렇게작곡했는지는차이콥스키에게물어봐야겠지만

이부분에서박수를치는가,아닌가를보고청중의수준을판가름한다죠?

남편생일즈음에네쉬빌심포니의홈페이지를뒤적이다가

가격대비만족도가높은표를발견했습니다.

좋은프로그램에표가있을때는혼자만가기가너무아깝지요.

다행이,

같이가자고선뜻나서는친구가사람있습니다.

그친구부부함께갔습니다.김밥을싸가지고

(내쉬빌까지시간걸리니까김밥이나샌드위치,과일을싸가지고

차에서먹으면서가면소풍가는같습니다)

심포니홀에는보통백발이대세인데놀랍게도그날은

젊은이들이많았습니다.킬힐을신은아가씨도있고..

드디어4악장이시작되었습니다.그런데,

4악장에도청중이지켜야할박수매너가있습니다.

끝날때박수를함부로못치는겁니다.

곡은끝났는데,지휘자가갑자기얼어붙은듯멈추고서있는것입니다.

그런지휘자의손끝을보며청중은숨죽이고기다려야합니다.

다른곡들은보통끝나자마자우뢰와같은박수를치는것이예의인데

‘비창’은아니란말입니다.

20초…

그동안청중도따라서숨죽이고기도를합니다.

지휘자의동작이풀리면그때야박수를칩니다.

숨도크게내쉬고,기침도하구요.

나중에유투부에서찾아보니까

정명훈씨는20초쯤묵념하고,

아바도씨는15?

다른유명지휘자들도대강20초쯤?

교향곡,이상해요.

박수부분은치게하고,쳐야부분은치고기다리게하고

가슴을저리게하는음악인데도마냥넋놓고있으면

교양없는사람이되기십상인음악입니다.

늦은밤의내쉬빌거리는적당히찬란했습니다.

트롤리에올라아가씨들의넓적다리도현란했구요.

저들은우리가백여년전에죽은작곡가의음악에젖어헬렐레~하는것을이해할까요?

음악당분수대에서

연인들과가족들의사진을슬쩍슬쩍찍었지요.

보름달이거의완성되어가고있었습니다.

뒷문에서더블베이스를들고나오는연주자들을만날있었습니다.

하얀꽃이달밤에눈부시게피어있더라구요.

남편들은돌아갈길을재촉하고있는데

저는꺼진상점의쇼윈도우를기웃거립니다.

5월의밤거리를빨리지나치기가아쉬워서요.

이상청춘이아니라는,

그래서길거리를마음대로배회할수도없다는그런비애가몰려왔.

그래서다시,

방금들은비창심포니를생각해봅니다.

박수도제대로못쳐보고지나쳐버린내인생3악장의어리둥절함.

이제코앞의결승점4악장에서또다시박수는절제되고

지휘자의손끝을보며내인생에대한묵념이나기도를해야합니다.

그러다가

지휘봉이없이떨어지는순간박수를칩니다.

한숨과기침과더불어…

누가,

‘비창’을아름답다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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