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와 두 여인

음악사에서볼때낭만주의시대에살았으면서도체계적이고형식을존중했던신고전주의음악을시현한요하네스브람스(1833-1897)는평생결혼을하지않았다.

독신으로살았던작곡가들은많다.오라토리오"메시아’로유명한헨델,악성베토벤,가곡의왕슈베르트도평생혼자살다가생을마쳤다.

‘비창교향곡’으로잘알려진차이코프스키는제자와결혼했다가신혼여행을다녀와서헤어졌으니독신으로살았다고할수있다.

자료를보면,이들은결혼이싫어혼자산것이아니었다.베토벤에겐’불멸의연인’으로불리우는줄리에타키차르디가있었고,슈베르트역시테레체글로브와결혼하고싶어안달을했지만결국가진게없어실연을당하고말았다.

브람스는64년을살면서두여인을사랑했다.

우리가너무도잘아는로베르토슈만의아내클라라와9년여에걸친연애끝에’결혼으로인한구속이싫어’사랑을단념한아가테폰지볼트가있었다.

혹자는지볼트와의파경이클라라로인한것이었다고말하지만증명할길은없다.

그건브람스의마음이었으니까-.

그런데묘하게도두여인은브람스가작곡한현악6중주곡들과관련되어있어호기심을불러일으킨다.

이제그내력을알아보자.

먼저,브람스는두개의현악6중주곡을남겼다.

1번은내림B장조OP.18번이고,2번은G장조로OP.36번이다.

이곡들은브람스의생애에서가장행복하고성숙한시기에만들어졌다고평론가들은말한다.

그래서이곡들은매우행복에겨운분위기가감돌뿐아니라생기와정열에넘쳐있다.또신선하고음색들이풍부하며단순하고민요풍의색채가강하다고평가한다.

악기는두대의바이올린과비올라,첼로로구성되어있다.

음악사뿐만아니라세기적인연애사에서도손꼽힐만한브람스와클라라슈만의사랑은스승의부인을사랑한불경스런연애로오해받을만하다.그러나깨끗하고인격적인’플라토닉러브’였다.

20세의청년브람스가34세의클라라슈만을만난것은1853년9월30일이었다.

무명의브람스는친구요하임의권유로당시신인을발굴하고등용시키는데힘이있었던슈만을만나기위해뒤셀도르프로갔다.슈만은브람스의작품과연주를듣고그가주관하던음악신보에’시대의정신에최고의표현을부여한사람’이라고격찬하며소개했다.

브람스는한달여슈만의집에머물렀고,슈만부부는브람스의등단을여러모로도왔다.

새내기브람스는명망있는피아노연주자이며미모가출중했던클라라에게아마첫눈에반했을듯하다.브람스가클라라에게피아노소나타(OP.2)를헌정할정도였으니까-.

클라라가누구인가.슈만은클라라와결혼하기위해장장10여년에걸쳐장인과법정투쟁을벌였고,결국클라라와결혼하는데성공했다.그만큼클라라는미모와재능을겸비했었다.

클라라를처음만난이듬해인1854년2월27일정신질환이있던슈만은라인강에투신했고,요행히목숨을건졌지만요양원신세를질수밖에없었다.이때그들부부는6명의자녀를두었고클라라는7번째아이를임신하고있었다.

실의에젖은클라라를브람스는최선을다해도왔다.심지어슈만이클라라에게헌정한곡을주제로막내아들을위한’슈만의주제에의한변주곡(OP.9)’을작곡하기도했다.

그러나슈만은1856년7월세상을떠났다.

이쯤되면세상의관습으로볼때서로에게호감을가졌던두남녀는연령을극복하고인연을맺어새로운삶을엮어갔어야만한다.

그렇지만두사람은마음과는달리엄격한거리를두고서로를존경하며살았고,오로지음악의동반자로서만가까이했을따름이다.이것은브람스가클라라를처음만났던20세부터세상을떠난64세까지44년간지속되었다.

1895년가을클라라가프랑크푸르트에서쓰러졌을때브람스는그녀를위해’성경말씀에의한4개의엄숙한노래(OP.121)’를다음해인1896년5월7일자신의생일에맞춰완성했다.이곡이작곡된지13일만인5월20일클라라는세상을떠났다.

클라라가타계하자브람스는’나의삶의가장아름다운체험이요가장위대한자산이며가장고귀한의미를상실했다’고고백했다.그러고는클라라가떠난다음해인1897년4월3일64세를일기로생을마쳤다.

브람스의작품가운데’브람스의눈물’이란곡이있다.

물론후세사람들이붙인이름이지만그럴만한상당한이유가있다.

이곡은브람스의현악6중주곡제1번2악장안단테모데라토D단조를두고한말이다.

브람스는이곡이완성된1860년(27세)9월13일클라라의41번째생일에2악장을피아노곡으로편곡하여보냈고,이듬해인1861년피아노연탄곡으로편곡하여자신의생일인5월7일함브르크에서클라라와함께이곡을연주하기도했다.

그만큼이곡에는클라라에대한브람스의애끓는사랑과연민의정이,차마가슴을터놓고말할수없는사랑의고백이담겨있다고할것이다.그래서사람들은이곡을’브람스의눈물’이라고부른다.

어떤자료를보니’브람스의독백’이란글이있다.다분히신파조의글이지만내용은이렇다.

[우정이라하기에는너무오래고/사랑이라하기에는너무이릅니다

당신을사랑하지않습니다/다만좋아한다고생각해보았습니다

남남이란단어가맴돌고있습니다/어처구니없이/난아직당신을사랑하고있지만/당신을좋아한다고는하겠습니다

외롭기때문에사랑하는것이아닙니다/사랑하기때문에외로운것입니다

누구나사랑할때는외로운것입니다/당신은아십니까/사랑할수록더욱외로와진다는것을…]

프랑스작가프랑스와즈사강이쓴’브람스를좋아하세요?’란소설이있다.

브람스처럼14년연상의여인을사랑하는남자의이야긴데,1961년영화’이수(離愁)’로제작되어사람들에게큰감명을주었다.

극중안소니퍼킨스와잉글릿드버그만의연기가인상적인영화였다.

브람스는클라라슈만을그토록사모하면서도아가테폰지볼트라는여인과1858년(25세)부터9년간연애를하기도했다.이들은약혼반지까지교환하며결혼을약속했지만결국헤어지고말았다.

그이유는결혼으로인한구속이싫어서라고브람스가말했다지만,클라라를향한지순(至純)의사랑과열정을지울수없어파혼을결단했으리라.

브람스는아가테자볼트에대한미안함과파혼에대한사죄를현악6중주곡제2번G장조1악장에음악으로구하고있다.

브람스는이곡을완성하기1년전인1864년아가테가살고있는거리와성문곁의집,정원을찾아가서그녀와의추억을회상했다고한다.

1865년곡이완성된후브람스는친구에게"이곡으로나는마지막연애에서스스로를해방했다"고말하기도했다.그래서이곡을’아가테6중주곡’이라고부르고있다.

브람스는이곡1악장의작은코다(coda,종결부)에서제1,2바이올린을통해A-G-A-D-H-E(여기서D는T의음명)를연주하여’아가테’의이름을3번부른다.

이처럼브람스의현악6중주두곡에는두여인에대한애틋한사랑이담겨있다.

그토록뜨겁고안타까운사랑을가슴에품고브람스는어떻게44년을견뎠을까.

브람스의음악이가슴시리도록감미롭고때로는불덩이처럼타올랐던이유를조금은알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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