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우연

지금생각해도그것은참으로별난우연이었다.

세상이넓다지만어떤땐’세상이넓고도좁구나’하는생각을할때가있다.

지나간그일들이그랬다.

1968년12월,성탄절을얼마두지않은시기에나는광주포병학교에서자원하여A시의예비사단으로왔다.

그때는울진,삼척무장공비사건으로신설부대를만드는과정에있었는데,난뭣도모르고예비사단이란말에꼬여덜컥전출신청을했던것이다.

그런데와보니그게아니었다.

잘못판단했다싶어월남파병신청을했는데그것도안돼그나마운좋게연대인사과에서인사계조수로근무하게되었다.그때내계급은일병이었다.

연말을얼마앞둔어느날사무실에서근무하고있는데누군가내어깨를툭쳤다.

뒤를돌아보니고교동창L이빙긋웃고서있었다.

그친구는분명군복을입었는데계급장도없고머리도긴머리였다.

내가놀라손을내밀었더니반갑게악수를나누던그친구왈"야,너언제부터여기근무했어?"하고묻는다.

자초지종을예기했더니"내가연말에고향가는데너도같이갈래?"한다.

내가"야,전출온지며칠되지도않은졸병이어떻게휴가를가냐"했더니"가긴가는거지?"하고싱긋웃는다.

그친구가인사과장을만난다며들어갔다가잠시후나와서잘말해놓았으니준비하고있으란다.

아니나다를까.인사과장이불러들어갔더니"너L을어떻게알아?"하고묻는다.

고교동창이라고했더니"L이연말에너하고휴가가고싶다는데갔다와"한다.

말하는과장의표정이꼭뭐씹은얼굴이다.

친구L은알고보니빽있는기관에근무하고있었다.

친구덕분에전출간지한달도안되어휴가를가는행운을얻었다.

해가바뀌어연초부터이상하게몸이좋질않아과장에게얘길했더니내무반에서며칠쉬라는허락을받았다.

이틀인가쉬는데내무반에서졸병이모포를둘러쓰고있자니고참들눈치가보여부대주위를어슬렁거리며산책을했다.

부대내에조그만야산이있어그밑에서쉬는데저만치앞에서오는친구가아무래도낯이익었다.

가까이와서보니역시고교동창K였다.

반가와서이름을불렀더니그친구도깜짝놀란다.

그친구는공병대근무자였는데희안하게상수도배수(配水)업무를맡고있었다.

친구가근무처로가보자고해서따라갔더니야산꼭대기에조그만집이있었고거기가근무지였다.

둘이서근무하는데,낙동강에서물을끌어와서소독을한후부대에배수하는일을하고있었다.

마침점심때라조금기다리라고하더니반합에다하얀쌀밥을하고역시반합에된장이며두부,돼지고기를넣고찌개를먹음직하게만들었다.

같이먹자는데,한마디로꿀맛이었다.

쌀이며된장,고기는어디서났냐니까싱긋이웃더니"취사장에서알아서해준다"고말한다.

사실그랬다.그친구들이취사장에물을잘안보내면골탕을먹으니까고기나특식이나오면제일먼저갖다준단다.

취사장에큰소리치는배수장.

그친구덕분에한동안입맛이없을때면찾아가서잘얻어먹었다.

참별난우연이었다.

군대에서친구둘을만나신세를지다니-.

앞의L군은K대를나와승승장구했는데40대초반에불귀의객이되고말았다.

K군은고향에서한두번만나한잔하기도했다.

건강이안좋다는얘길들었지만최근소식은듣질못했다.

K군의건강을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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