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만난 가을

‘가는날이장날’이라고고향가는날은날씨가유난히좋았다.

당일치기로부모님산소참배와남강변을찾아보는것으로계획했던터라서둘러집을나섰다.

오전6시에홍제역에서3호선을타고남부터미널에도착하니6시50분이었다.예전같으면진주행버스를탔겠지만이날은고성행버스를탔다.공원묘지에물었더니고성에내려택시를타는게좋다고해서였다.

거제장승포행버스는사천과고성,통영을경유해서운행하고있었다.

오전7시20분에출발하는버스에올랐다.월요일아침이어서승객이없을줄로알았는데,그게아니었다.

출발시간을5분여남기고아줌마들30여명이우루루탄다.50대의아줌마부대는한결같이등산복차림이었다.

차내에남자는서너명정도,이내버스안은’돗대기시장’으로변신했다.하하호호거리는웃음소리에음식물을꺼내어권하는소리,인원점명이라도하는듯이름을부르고하는통에그야말로시장바닥이었다.

아이쿠,오늘잘못탔구나하고후회를했지만이미화살은시위를떠났고,그저조용해지기만을기다릴뿐이었다.

고속도로에접어들었지만소근거리는소리는여전했다.

지난밤잠을설친나는잠을청했다.얼마후눈을떠보니차는천안부근을달리고있었다.

다시눈을붙이려는데,한아줌마가쪼르르뛰쳐나오더니버스기사에게뭐라고말을건다.

왜그러는지궁금하던차에버스는천안휴게소로들어선다.내생각엔금산인삼휴게소에서정차하는걸로알았는데엉뚱한휴게소로들어선것이다.

차가멈춰서자그아줌마를비롯한뒷자리일행들이우루루내려화장실로달려간다.

버스기사는다른승객들에게미안했던지한마디쏘아붙였다.

"장거리갈려면미리준비를해야지,관광버스도아닌노선버스에이게뭔일이야."

아줌마들의’반칙’에힘입어버스는예정시간보다30분정도늦은낮12시께고성터미널에도착했다.

터미널밖에는택시들이대기하고있었다.E공원묘지까지부탁했더니산소참배시간에는요금계수기를꺼주겠다며호의를베푼다.그고장출신인기사와세상이야기를나누는사이묘지에닿았다.

지난5월에이어올해들어두번째참배였지만,올때마다부모님께죄송할따름이었다.

묘소참배를마치고주위경관을둘러보았다.

유난히드높은하늘에초여름을방불케하는더위로얼굴엔땀이흘렀다.

멀리보이는높은산은문수산이라고한다.그산에는문수암이있는데,조선시대어사박문수와얽힌이야기가있다고기사가친절하게일러주었다.

참배후고성으로돌아와진주가는시외버스를탔다.

진주행버스는국도로가질않고대전-통영고속도로를달려40여분만에진주터미널에도착했다.

남강교를지나며본촉석루는나를반기는듯손짓을해왔다.유유히흐르는남강물도웃음을띠며재잘거리는것같았고…멀리보이는비봉산도어서오라며두팔을벌리는듯했다.

터미널에서도보로5분여거리인남강교를걸었다.

남강교를걸어본것이언제인지기억에도없었다.아마고향을떠난후처음이니40년은족히지났으리라.

휴대폰을꺼내촉석루도찍었고남강위의유등무리도담았다.

거의비봉산까지쭉뻗은대로를타고반가운바람들이불어왔다.예전에다리위를쓸어왔던그바람들이었다.

파아란가을하늘,푸르른남강물결,저멀리뒤벼리에둘러친병풍같은산들이며남강변의얼마남지않은대나무숲에이르기까지나는그곳에서싱그러운고향의가을을만났다.

참으로오랜세월잊고있었던고향의가을을만난것이었다.

고향의맛을보기위해음식점에들렀다가나온길목에서다시옛추억을만났다.

이길을쭉따라올라가면’삼위일체’영어를배우러다녔던진주YMCA도있고,멀리보이는흰건물은모교인진주중,진주고가자리한곳이다.

그뒷산은6년동안아침마다맞아주었던비봉산이다.

이길을얼마나많이걷고걸었을까.때로는가슴설레는꿈을간직한채,또어느때는가마솥보다도더무거운가슴으로고민을안고…..

낯익은거리에서낯선나그네가잠시옛추억에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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