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오랜만에작은처형댁에다녀왔다.
내겐두분의처형이있는데,큰처형은80대중반이고작은처형은낼모레가80이다.
큰동서는작년초에,작은동서는3년전타계하셨다.
두분모두고향인마산에서여고를나오셨지만그후처갓집이부산으로이사를했다.
지금큰처형은부산에서,작은처형은여의도에서살고있다.작은처형은지방대학교에서교수로재직할때우리내외의결혼에중매역할을하기도했었다.
작은처형이두달전양쪽무릎을수술했지만,아내만자주들렀고나는문병조차가질못했었다.
며칠전큰처형이병원진료차상경했다가작은처형댁에간다길래나도아내와함께나섰다.
가사도우미와둘이서사는작은처형은생각보다건강한모습으로반갑게맞아준다.두딸도같은여의도에살고있어사위들과함께와있었다.
큰처형을모시고아들(처조카)도같이온터라반갑게만났다.처조카도벌서60에들어섰다.
작은처형은우리가온다는소식을듣고,특히생선회를좋아하는내가함께온다는소식에인근노량진수산시장에가서전어회를떠다놓았다.곁들여담치탕(강원도’섭국’)과한우등심까지차려놓았다.
모처럼멸치젓으로다시마(부산말로’곤피’)쌈까지포식을했다.캔막걸리까지….
동서가타계한후잘웃지않던작은처형도모처럼깔깔웃으며옛날이야기에빠져들었다.
식사후거실에앉아과일을나누며옛날마산에서학교다니던이야기며돌아가신장인,장모님이야기,일가친척들까지이야기보따리를풀어놓았다.
이야기끝에귀결된화제는당연히건강과남은삶에대한것들이었다.
큰처형도양쪽무릎수술을받았고20여년전뇌수술까지받았지만지금도기억력이좋다.그비결을물었더니처조카는성경암송에있다고얘기한다.지금도큰처형은매일성경을외우는데,가끔교회행사가있을땐성경한장정도는글짜한자안틀리고거뜬히외운단다.
작은처형은세자매가모처럼같이밤을보냈으면했지만,큰처형이다음날일찍부산으로가야한다며다음을기약하고일어섰다.처조카도나와같은동네에살고있어그가운전하는차에우리내외도함께탔다.
조카는우스개소리로어머니와큰이모가무릎수술받았으니작은이모도조심하라고말했다.
그러면서나를보고"이모부,저도어떤날은슈퍼에서막걸리나소주한병사서집에서한잔마시니까잠도잘오고기분도좋던데요."했다.이소릴듣고아내가펄쩍뛴다."잘한다,잘한다.교회장로가술이다뭐꼬?"
그소리에큰처형이한마디거든다."봐라,야~야.너거형부도소주한잔좋아했거든.그런데나도그게그렇게싫었던거라.너거형부하고서울애들보러기차를타면언제사왔는지소주한병하고오징어를샀는거라.그걸올라오면서마시고는기분이좋아서내한테말을걸면모질게면박을주었는거라.그런데그양반이죽고나니내가항상마음에걸린다.그때기분좋게먹도록놔둘걸하는후회가자꾸생긴다말이다."
아내는아뭇소리도하지않았다.
집에와서아내는금요기도회에가고혼자티비채널을돌렸지만신통한게없다.
이런때는보는DVD가있다.’벤허’아니면’닥터지바고’.
‘벤허’를꺼내올려본다.기분이좀그럴때이영화를보면뭔가용기가생긴다.
그래,처형두분이나우리내외도이젠노을앞에선사람들이다.
만나면옛날이야기하고건강이야기를나누어야하는노을앞에선사람들이다.
언제이노을이걷히고해가꼴깍떨어질지모른다.사는그날까지최선을다해살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