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일)퇴근무렵친구L에게서전화가왔다.
"오랜만이다,새해복마이(많이)받아라"내말이떨어지기무섭게친구의걸쭉한목소리가날아온다.
"그래,니도복마이받아라,그건그러코얼굴함보자꼬맺분이나열락핸는데,니는우찌댄판이고"
몇번만나자고말만꺼내놓고차일피일미룬데대한서운함이묻어난다.
"그래,니는오데고(어디야)?""아,나도집에들가는참이다.여게을지로4가버스정거장이라."
"그래,알았다,금방나갈께.얼굴이나함보자."
을지로4가버스정류장으로나가자친구가활짝웃으며다가온다.
얼굴본지가그럭저럭여섯달만이다.몇년전만해도사흘들이만나소줏잔을나누던사이였다.
64년졸업한고교동창이서울에만80여명있는데,이친구는나와비슷한일을하고해서자주만나던사이였다.
투박한사투리에술을좋아했고,언제나얼굴에활력이넘쳐났던친구였다.
그런친구가딴에는활짝웃으며다가왔지만얼굴은병색이완연했고몇달사이많이수척해있었다.
이친구가쓰러져죽게되었다는소식을들은게1년반전이었다.
친척자녀결혼식에참석차부산에가있는데,친구Y로부터청천벽력같은소식을들은것이었다.
상경하는길로병원에달려갔다.수척한얼굴의친구가링거를꽂고일반병실에누워있었다.
다소안도를한나는"무신일이고?"하고물었다.친구는착가라앉은목소리로"말말아라,죽다가살아났다아이가."하며억지로씩~웃었다.
친구와함께을지로3가유명한C옥으로갔다.
갈비1인분3만원짜리2인분을시켰다.종업원이"술은요"하자친구는"소주빨간거로주이소"한다.
고기가나오기전내가잔에술을채우자친구는"고기나오기전에마이묵으모안된다."며한마디한다.
참,많이도변했다.친구는술집에가서앉자말자"알제?기본이일인당세베이다(병이다)."하곤했다.
술을조금이라도늦게갖고오면"보소,여게술안가꼬오고머하요."하고소리치곤했었다.
그런친구가술을천천히마시자니,참많이도변했다.
우리는건강문제를안주삼아술잔을비웠다.
친구는쉬엄쉬엄마셨고,오히려내가빠르게술잔을비웠다.내모습을보며친구가한마디했다.
"친구야,니는내메이로술마이마시지마라.내꼬라지거치(같이)된다."
내잔에술을따르던친구가물었다."니는요새누하고술마시노?"
"누하고마시기는,집에서혼자한잔씩한다아이가.그것도마누라눈치본다꼬자주몬마신다."
내말에친구는픽웃었다."안죽도(아직도)마누라눈치보나.""와,니는눈치안보고사는가베."
"아이다,나도이꼬라지가댕께요새는눈치좀보고산다."
우리는소주두병을비웠다.친구가넉잔,나머지는내가마셨다.
이상하게도취기가느껴지지않는다.친구가말했다."우리오늘은딱두베이만묵고끈내자."
계단을내려가는데부담을느끼는친구를부축해서지하철타는곳까지데려다주었다.
헤어지면서친구가말했다."담에는Y불러내서한꼬뿌하자."
Y는경찰출신으로지금도학생들도우미로일하고있다.우리들셋은몇년전만해도자주만나많이들마셨다.
내일다시병원에들어가야한다는친구의힘없는뒷모습을보노라니마음이울컥해왔다.
이런날은그냥지나갈수없지.
씁쓸한맘을달래고자키타로[喜多郞]의씨디’천축天竺’을걸어놓고석류주한잔을따른다.
마침아내는김포딸네집에가고없다.절호의기회다.^^
세번째곡’산의시냇가(Mountainstreams)’와여섯번째곡’석양(Sunset)’이가슴을적신다.
그래,친구야.건강하게살자.올해는제발아프지말고웃으며자주만나자.